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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들여다보기] 독립기념일

[미국 들여다보기] 독립기념일

7월4일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이다. 미국의 크고 작은 도시에서는 이날을 경축하기 위해 시가행진을 하고 밤에는 불꽃놀이도 한다.

특히 금년 7월4일은 화요일이어서 대부분 직장이 월요일을 쉬거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근로자들이 휴가를 내 모처럼의 긴 연휴를 보냈다.

더구나 밀레니엄을 맞이하여 처음 맞는 독립기념일이니만큼 허드슨 강을 끼고 있는 뉴욕시에서는 사상 최대의 해군 전함 사열식과 대형 범선 행진이 벌어졌다. 이 행사에는 43개국에서 파견된 전함 300척과 대형 범선 150여척이 참석, 장관을 이루었다.

무더운 여름날 특별히 갈 데도 없고 해서 친구들과 모여 TV를 통해 독립기념일 행사나 보다가 “7월4일이 우리나라로 따지면 무엇에 해당할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마침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있어서 논의는 재미있게 진행됐다. 언뜻 생각나는 것이 광복절이었다.

그러나 역사를 전공한 그 친구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은 우리의 광복절보다 더 큰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7월4일 독립을 선언함으로써 단순히 식민지에서 벗어난 것 뿐만이 아니라 새로운 국가를 형성하였으니 오히려 우리나라의 개천절에 더 가깝다고 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미국은 1776년 7월4일 이전에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아메리카 대륙에는 유럽인이 건너와 세운 13개의 식민지가 있었을 뿐이었다. 이들이 영국의 식민지 착취에 항거하여 새로운 정부를 세웠는데 전에 없었던 새로운 형태의 정부와 국가였다.

사실 독립전쟁은 모든 식민지 주민이 참여했던 것은 아니었다. 당시 인구의 40% 정도만이 혁명을 지지하였고 다른 40%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싸움에는 끼어들지 않으려고 했다. 나머지 20%는 철저한 왕당파로써 영국의 왕에 충성하며 그대로 식민지로 남아있으려고 싸웠다.

물론 각 당사자들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정했는데 영국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당시의 기득권 계층은 왕당파로 남아 독립군과 싸웠으며 당시 이미 적지 않은 숫자를 차지했던 흑인 노예들은 전쟁에 승리하면 자유롭게 해준다는 약속을 믿고 전쟁에 참여하기도 했다.

대륙의 종교박해를 피해 온 유럽인에게는 영국의 식민지는 자신이 겪었던 박해에 비하면 별 것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영국 왕을 상대로 싸울 필요가 없었다.

대부분의 학자가 동의하고 있는 것은, 당시 미국의 일반인은 독립과 같은 급진적 변화를 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조지 워싱턴이나 토마스 제퍼슨과 같은 선각자들의 결단에 의해 미국의 초석이 놓여진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당시의 많은 사람은 극단적 선택을 강요당했다. 독립군이 될 것이냐, 왕당파가 될 것이냐. 왕을 배신할 것이냐, 아니면 자신이 살고 있는 조국을 버릴 것이냐. 이러한 문제는 지금 와서 보면 자명한 선택처럼 보여진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상당한 결단을 요구하는 것으로써, 그때까지는 아무런 문제가 없던 인간관계를 찢어놓아 친구간이나 가족간에도 많은 슬픔을 가져왔다.

그러나 미국인은 그 갈등을 원만히 극복했다. 독립전쟁으로 수많은 미국인이 희생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전쟁이 끝나자 그 상처를 바로 치유하고 새로운 국가 건설에 매진하였다. 독립전쟁 당시의 ‘적’은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였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오늘의 미국이 있게 한 원동력이 아닌가 한다.

남북한 관계도 이제 대립에서 대화의 단계로 이행해가는 것 같다. ‘우리’였던 ‘적’과 싸웠던, 그리고 다시 ‘우리’가 되었던 미국인의 지혜가 우리의 남북관계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HITE 변호사 parkh@howrey.com

입력시간 2000/07/11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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