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속에서 찾아낸 잃어버린 도시

터키의 고도(古都) 벨키스에는 2,000년전 형성된 로마 도시 주그마의 유적이 남아있다. 주위에 댐이 건설돼 수위가 올라가면서 세계에서 가장 멋있는 모자이크 바닥을 포함해 유적의 5분의1이 물에 잠겼다.

과거와 현재가 충돌하는 곳은 단지 주그마 뿐만 아니다. 댐으로 인한 수위상승은 인류가 방랑생활을 멈추고 처음 정착했을 당시를 알 수 있게 하는 많은 유적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기술발전이 과거를 파괴하는 것만은 아니다. 2개월전 과학자들은 이집트 알렉사드리아 해변에 대한 전자지도를 작성함으로써 수장된 옛 도시와 영웅 헤라클레스를 위해 지어진 사원을 발굴할 수 있었다.

거의 비슷한 시기, 몇명의 과학자들은 페루의 정글을 휘젓고 다니며 중요한 위치자료를 위성추적 시스템에 입력시키고 있었다. 잉카문명 이전에 세워진 도시를 찾기 위해서다. 이 도시는 전설 속에서나 이어져온 엘도라도의 비밀을 밝히는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손상되지 않은 古都

수중탐험가 프랑크 고디오는 이집트 유적을 이야기하면서 “2,000년 동안 거의 손상되지 않은 도시를 찾아낸 것”이라며 “과거로부터의 메시지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그마의 유적 등을 연구한 과학자는 1만년전 몇몇 사냥꾼이 오늘날 요르단이나 이스라엘 쯤에서 밀이나 보리경작 방법을 알게 되면서 방랑을 그만둔 것으로 생각했다. 정착하면서 제리코와 같은 도시를 세웠고 사회는 조직화했다.

농사를 짓는 사람과 이를 감독하는 사람이 나뉘어져 감독자는 지배계급으로 발전했다. 인구가 급증했고 약 5,000년전 강력한 국가가 생겨났다. 오늘날 시리아와 터키의 북쪽, 유럽에서 아시아에 이르는 지역에서 일어난 발전이었다.

그러나 터키와 시리아에서의 새로운 발견은 이같은 추정의 근거를 뒤흔들고 있다. 이스탄불에 있는 독일 고고학 회의 하랄드 하웁트만은 “문명이 남쪽에서 시작해 북쪽으로 확산됐다는 이론은 이제 잊는 것이 좋다”며 “이곳에서도 정착생활로 발전했다는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웁트만은 올해 초 고베클리테페라는 지역에서 새와 거북이를 새겨놓은 돌덩어리 뿐만 아니라 남쪽의 문명과 거의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행사용 건물과 대리석 바닥 등을 발굴했다.

주변의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유적은 더욱 놀라운 사실을 말해준다. 문명의 시작은 밀이나 곡식이 아니라 돼지라는 것이다. 델라웨어 대학의 고고학자 마이클 로젠버그팀은 1만년전 형성된 조그만 마을 할란세미를 발굴했다.

4년동안 면밀히 조사했지만 곡식의 흔적은 발견할 수 없으나 이들은 돼지의 이빨을 찾아냈다. 로젠버그는 “인류의 정착이 오직 돼지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당시 인류는 주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을 사용한 것 같다. 남쪽지역에서는 곡식이지만 북쪽에서는 숲과 돼지”라고 말했다.


석조건물·주거지 등 잇따라 발견

하웁트만은 “할란세미가 첫 단계라면 다음 단계는 고베키”라고 말했다. 약 9,000년전에 형성된 고베키는 석제 건물과 난로가 수㎞에 걸쳐 발견됐다.

특히 놀라운 것은 기둥에 그물에 잡힌 새와 소, 뱀, 여우, 고양이 등이 새겨져 있다는 것이다. 동물들은 위협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았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네발리코리에서는 잘 분할된 사각형 건물이 발견됐다. 이같은 건축물은 사람이 자기만의 공간을 추구했다는 뜻이다. 1만년 된 아시클리에서는 고급 건물 주변에 허름한 주거지가 발견됐다.

캘리포니아대학 굴러모 알가즈는 “이는 신분제도의 가장 오래된 증거이자 재산권이 존재해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다른 터에 새집을 짓기보다는 옛 집터에 계속 건립했다는 것은 특정 집단이 특정 지역에 대한 소유권을 가졌다는 뜻이다.

올해 봄 시리아 국경 텔하무카에서는 탐험가들이 6,000년 된 다양한 건물로 이뤄진 엄청난 규모의 도시를 발굴했다.

이곳의 어떤 건물에서는 일꾼들이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커다란 오븐이 발견됐으며 각각 다른 신분을 가리키는 듯한 휘장도 발견했다. 시카고 대학의 맥과이어 깁슨은 “왕국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었던 시기보다 최소한 500년이나 일찍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7/11 22:33


송용회 주간한국부 songyh@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