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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카페] 모기와의 전쟁

[사이언스 카페] 모기와의 전쟁

마당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모기를 현혹하며 낭만과 여유를 만끽했던 인류. 그러나 인류는 ‘모기와의 전쟁’에서 지금껏 패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을 따름이다.

사실 뱀이나 전갈보다도, 더욱 혹독한 연쇄살인범이 바로 모기다. 물론 피해를 주는 것은 모기 그 자체라기보다는 모기를 매개로 삼는 병원균이다.

특히 모기가 전염시키는 말라리아로 인해 매년 3억-5억명이 감염되고 있으며 279만 명이 사망한다. 이중 3분의1이 어린이다. 선사시대 이래로 전쟁과 자연재해를 제외하면 모기가 옮긴 말라리아로 죽은 사람의 수는 전체 사망률의 50%나 된다고 한다.

설상가상으로 모기는 인류와의 전쟁 과정에서 더욱 강해지고 있다. 국립보건원 연구조사에 따르면 모기의 살충제에 대한 저항력이 20년 전에 비해 무려 12배나 강해졌으며 말라리아 치료약에 대한 병원균의 내성도 더욱 강해져 있다.

더구나 30년이 넘는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 말라리아 백신조차 개발하지 못하고 있다. 족히 15년은 더 기다려야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최근 미 보건기구는 말라리아와의 전쟁에서 ‘패전’을 솔직히 시인했다. 이런 지경이니 말라리아 백신의 발명자는 100% 노벨상을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올 법도 하다.

모기는 세계적으로 2,700여 종류가 있으며 64km 밖에서도 사람 냄새를 맡을 수 있다. 피를 빠는 것은 암모기인데 모기가 한번 피를 빠는데는 8-10초가 소요되며 한번에 빨아먹는 피의 양은 약 5㎕. 가장 활동적인 시간은 밤 10시에서 새벽 2시, 곧 먹이가 잠자는 시간이다.

피를 빠는 순간 피의 응고를 막기 위해 항응혈제를 사람의 몸 속에 주입하는데, 바로 이때 병원균이 사람에게 전염된다. 한국에는 중국얼룩날개모기(말라리아), 작은빨간집모기(일본뇌염), 토고숲모기(사상충에 의한 상피병) 등 3종류의 전염성 모기가 있다.

모기는 사람 몸에서 발산하는 열기, 이산화탄소, 땀, 젖산 등을 감지하여 먹이감을 찾는다. 미 농업연구원의 울리치 버니어(Ulrich Bernier)에 따르면 사람의 몸에서 발생하는 270가지 이상의 화학적 냄새가 모기를 유혹한다.

특히 모기는 한가지 냄새를 특별히 좋아하기보다는 여러가지가 뒤섞인 복합적 냄새를 선호한다. 아프리카 모기는 사람의 발을 주로 공격하는데 발냄새와 같은 냄새가 나는 림버그치즈도 좋아한다고 한다.

또한 모기는 열이 많아 땀을 많이 흘리는 어린이와 화장으로 인해 잡다한 화학적 냄새가 많은 여자를 더 좋아한다.

특히 임신중인 여성은 모기에 노출될 확률이 보통사람보다 2배는 높다. 임신한 여성은 호흡량이 많아 호흡을 통해서 더 많은 화학물질을 발산하고 또 체온이 높아 피부의 휘발성 화학물질이 더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 모기와의 전쟁에 ‘유전자 무기’의 도입이 본격화하고 있다. 위스콘신 대학의 브루스 크리스탠선(Bruce Christensen) 박사팀은 모기에 기생하며 전염병(특히 말라리아)을 옮기는 기생충을 살해하는 강력한 유전자를 모기 유전자 중에서 찾아나섰다.

결국 이 연구팀은 기생충을 죽이는데 특출한 면역능력이 있는 모기를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백신전략을 수립했다.

모기의 면역반응을 촉발하는 유전자를 모기에 주입하여 말라리아 등에 강력한 면역기능을 가진 모기(소위 유전자변형 녹색모기)를 만들고 이를 감염율이 높은 지역에 방출하여 전체 야생의 모기에게 전파함으로써 모기를 매개로 한 병원균의 전염경로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전략이다.

모깃불의 연기에서 유전자 무기의 도입에 이르기까지 인류와 모기의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인류는 과연 언제까지, 매년 수백만 명의 목숨을 모기에게 상납해야 하는가? 만물의 영장인 인류의 체통이 도대체 말이 아니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lifegate@chollian.net

입력시간 2000/07/12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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