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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본(17)] 후조쿠(風俗)④

[재미있는 일본(17)] 후조쿠(風俗)④

1951년 4월 히가시긴자(東銀座)에 ‘도쿄온센’(東京溫泉)이라는 대형 목욕탕이 문을 열었다.

사우나 등 당시로서는 최신 설비를 갖춘 이 목욕탕의 개업 소식을 석간 내외타임스가 전하면서 ‘일본에도 도루코(トルコ·터키의 일본식 표기)탕?’이란 제목을 달았다. 이듬해 후쿠오카(福岡)에 ‘하카타온센(博多溫泉) 도루코’가 문을 열면서 ‘도루코탕’이란 명칭이 굳어졌다.

원조인 도쿄온센이 미녀의 맛사지 서비스로 화제를 부르긴 했지만 건전한 영업에 머물렀던 반면 후발 도로코탕은 이내 맛사지 이상의 ‘진한 영업’으로 옮겨갔다. 손으로 고객의 남성을 달랜 것은 물론 1956년 무렵에는 ‘혼방’(本番·성교)의 소문이 나돌았다.

1958년 매춘방지법의 시행으로 매춘이 묵인됐던 적선지대가 된서리를 맞은 것도 도루코탕의 번성을 도왔다. 1963년 업소의 쓰레기통과 ‘도루코양(孃)’의 방을 뒤져 콘돔만 나와도 구속하는 식의 대대적 단속으로 혼방은 사라졌다. 그래도 ‘골드 핑거’로 이름을 날린 도루코양이 잇따라 그 인기는 조금도 시들지 않았다.

특히 1969년 가와사키(川崎)의 한 도루코양이 개발한 ‘아와 오도리’(泡踊り·거품춤)는 도루코탕의 인기를 폭발시켰다. 비누 거품을 이용한 데서 나온 이름으로 도쿠시마(德島)현의 민속춤 ‘아와 오도리’(阿波勇り)의 매끄러운 발음을 본딴 말이었다.

그 인기는 도루코탕의 공간적 제약을 없앨 정도로 대단했다. 그때까지 도루코탕은 주로 구 적선지대나 유흥가에 들어섰으나 1971년에는 비와코(琵琶湖) 주변의 외딴 벌판에 49개 업소가 잇따라 문을 열어 일본 제일의 도루코 명소가 됐다.

아와 오도리에 자극받아 업소간의 서비스 개발 경쟁이 열기를 더했고 어느틈에 혼방이 다시 정착했다. 1973년 총리부의 관보 특집에 실린 ‘도루코탕의 실태와 대책’은 당시 도루코탕의 다양한 영업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종래 성적 행위는 ‘스페셜’(남성 성기를 손가락으로 자극)과 ‘더블’(서로 성기를 자극)로 대별할 수 있었으나 최근에는 ▲보디 아라이(Body洗い·도루코양이 알몸으로 고객을 문지름) ▲나메쿠지(혀에 의한 육체 자극·원래는 괄태충) ▲이륜차(손님 1명에 도루코양 2명) 등이 행해지고 있으며 이런 행위는 이상한 방법으로 발전하는 경향이 있다.”

1980년 들어서도 도루코탕의 인기는 여전했고 호텔과 맨션아파트를 이용하는 ‘호테토루’(호텔+도루코)와 ‘만토루’(맨션+도루코) 등 유사 업종까지 나타났다.

특히 1983년 알랑 들롱이 도쿄 요시와라(吉原)에서 직접 체험하고 극찬,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듬해 터키 유학생의 청원에 따라 ‘소푸란도’(Soap Land)로 이름이 바뀐 것도 유명세를 치른 셈이었다.

1960년대의 경제 성장은 풍속영업의 개화를 부채질했다. 매춘방지법에 떠밀린 구적선지대의 창녀들은 매춘전문 맛사지사인 ‘팡마’로 변신했다. ‘안마’와 속어로 매춘부를 뜻하는 ‘팡팡’을 합친 말이다. 1960년대에는 결혼상담소를 위장한 매춘 알선 조직과 비밀 요정의 적발이 잇따랐고 각종 특수 설비를 갖춘 러브호텔이 자리를 잡았다.

스트립쇼의 발전은 눈부셨다. 1960년 오사카(大阪)에서 처음 선보인 ‘젠스토’(全스트립·다리를 벌리고 보여줌)는 1964년에는 아예 손가락으로 음부를 벌려 보이는 ‘도쿠다시’(特出し)로 발전했다. 레즈비언쇼 등이 잇달아 개발되더니 1970년대에는 ‘혼방쇼’로 발전했다.

찻집과 음식점도 움직였다. 1957년에는 짧은 블라우스와 팬티 차림의 여종업원이 차를 나르는 ‘핑크 킷사’(Pink 喫茶)가 등장했다. 옷이 점점 간단해져 1978년에는 알몸에 짧은 미니스커트만 걸친 ‘노팡 킷사’(노팬티 다방)로 발전했다.

1998년 대장성 접대 사건 당시 화제가 된 ‘노팡 샤부’(노팬티 샤부샤부점)도 이때 함께 등장했다. 1969년 선보인 ‘꽃잎 회전’은 ‘핀사로’(Pink Salon) 발달의 기폭제가 됐다. 여종업원이 치마로 손님의 얼굴을 덮고 ‘꽃잎’으로 문지르는 서비스였다.

1978년에는 ‘혼방 사로’와 대낮에도 영업을 하는 ‘히루(晝) 사로’가 나타났고 ‘이륜차’까지 도입됐다. 실내가 어둡다고는 하지만 옆자리에 다른 손님이 있다는 점에서는 일본 아니라면 불가능한 풍속영업이다.

1981년에 등장한 ‘노조키베야’(엿보기방), 여고생·간호원·여순경 등의 복장을 한 여종업원과 즐기는 ‘코스푸레’(Costume+Play)나 ‘이메쿠라’(Image+Club), 가학·피학 서비스를 제공하는 ‘SM 클럽’ 등의 풍속영업도 일본인의 변태 욕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yshwang@hk.co.kr

입력시간 2000/07/1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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