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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풍향계] 상생의 정치 열리나

창(이회창 한나라당 총재)과 JP(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의 접근이 여름 정국에 많은 화제를 뿌리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주말(7월22일) 경기 용인 은화삼 컨트리 클럽에서 회동했다. 때마침 쏟아진 집중호우 때문에 라운딩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클럽하우스에서 점심만 같이 했지만 그 의미는 간단치 않다.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는 회동을 가진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이날 모임에서는 직접적인 정치 얘기는 없었다고 한다. 이총재는 회동후 구구한 억측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회동 처음부터 끝까지 권철현 대변인 등을 배석시켰다.

하지만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고도의 정치행위’라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없다. 회동후 권철현 대변인은 “부드럽고 참 편한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상살(相殺)의 앙숙같았던 두 사람이 부드럽고 편한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이 총재는 회동 말미에 “정치 선배이자 고향선배이고 대학선배인데 그동안 적조했다”며 JP에게 친밀감을 표시했고 JP는 “정치에는 영원한 적이 없다”고 화답했다.


이회창 총재, 대 자민련 전략에 변화

이 회동은 이 총재의 선(先)제의로 이뤄졌다. 이 총재는 4·13총선이후 대 자민련 압박을 통해 자민련의 고사 또는 공중분해 작전을 폈다. 말하자면 대자민련 강풍정책이었다. 그런 이 총재가 JP에게 회동을 먼저 제의했다는 것은 그동안 자신의 대 자민련 전략의 실패를 자인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총선 직후 이 총재 주변에서는 JP와 자민련을 끌어안는 포용책을 펴야 한다는 견해와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의석조차 확보하지 못한 자민련을 이참에 몰아붙여 공중분해시켜 버려야 한다는 견해가 동시에 제기됐다고 한다.

결국 이 총재는 강풍정책을 채택, 자민련이 국회 교섭단체 요건을 완화해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는 노력을 결사저지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한나라당의 이같은 대 자민련 강경책은 총선전에 공조파기를 선언했던 자민련과 민주당의 공조복원을 도와주는 효과를 낳았다. 여권은 이 분위기를 활용해 ‘DJP(136)+ 기타(4·민국당 한국신당 무소속)= 140석’이라는 비한나라 범여권 연대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다.

과반의석(137석)을 가까스로 넘는 의석수이지만 여권은 이 ‘수’를 이용해 133석을 가진 한나라당과의 표대결에서 거듭 승리를 거두었다.

자연 한나라당 내에서는 이 총재의 ‘협량 정치’가 총선 승리로 확보한 원내 1당의 파워를 활용하지 못하고 곤궁한 정치적 수세로 몰리는 처지를 초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 총재가 이번에 JP에게 손을 내밀고 나선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이 총재 주변에서는 JP와의 관계개선, 총선공천파동으로 갈라선 구 한나라당 중진인사들을 끌어안는 ‘광폭정치’를 펴야 한다는 건의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교섭단체 구성요건 완화될까

이총재가 이번 회동을 계기로 JP와 관계를 개선하면 멀게는 1997년 대선 직전 DJP후보 단일화를 토대로 형성된 정치구도가 크게 달라지게 되고 가깝게는 4·13총선이후 범여권 비한나라연대 대 한나라당이라는 정치역학구도에 변화가 일어나게 된다.

이 총재는 DJP공조의 실체인 ‘호남+ 충청’이라는 지역연합 구도를 흐트려 놓는 데 성공한다면 차기 대선서 한결 유리해진다. 하지만 JP를 끌어안기 위해서는 ‘한끼 식사’만으로는 어렵다. 현재 JP가 가장 원하는 것, ‘자민련 교섭단체구성’을 허락해 줘야 한다.

민주당과 자민련이 교섭단체구성 요건을 10석으로 완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의 국회 운영위 상정을 공언한 상황에서 이 총재가 JP에게 골프를 치자고 했을 때는 자민련의 요구를 들어 주겠다는 뜻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와 자민련의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창-JP회동’과 교섭단체구성 요건 완화문제는 전혀 별개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7월 25일 민주당과 자민련이 운영위에 국회법 개정안 상정을 시도하자 한나라당은 강력히 저지했다.

한나라당은 특정 정당을 위해 교섭단체구성 요건을 낮추는 것은 ‘위당설법(爲黨設法)’의 편법이라는 논리다.

한편으로는 교섭단체구성 요건이 낮춰질 경우 다음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내 일부 세력이 떨어져 나가 독립적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도록 조장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JP를 상대로 미묘한 게임을 시작한 이 총재가 어떤 모양새로 그 게임을 이끌어갈 지 주목된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0/07/2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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