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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망대] 닷컴이 죽어간다

지난 주말 이헌재 재경부장관은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련 주최 최고경영자 하계세미나에 참석, 두가지 재미있는 화두를 던졌다.

“경제문제에는 임계점이 있다. 현대그룹 문제가 내부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시장에서 서서히 열을 가할 것이고 그러다가 일정 시점에 이르면 갑자기 끓어오를 것이다”는 ‘임계점 비등론’이 하나.

“우리 국민은 꼭 뜨거운 물에 들어가야 몸이 풀린다고 말하지만 미지근한 물에 오래 있는 것이 건강에 좋다. 경제도 뜨뜻미지근하게 운용되는게 좋다”는게 ‘뜨뜻미지근 경제운용론’이 다른 하나다.


정부 안간힘 불구, 시장불신 여전

두 화두는 무덥고 짜증스러운 7월을 보내는 시장을 향해 던진 정부의 은유적 메시지다. 첫째는 시장에 대한 정부의 믿음과 확신.

금융권 구조조정, 기업지배구조 개선, 현대 계열분리 등의 문제를 놓고 기득권층의 반발이 거세다고 해도 결국은 적자생존으로 수렴되는 시장의 힘을 거역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화끈한 것만 좋아하는 우리 국민성을 따라가는 정책을 펴선 안되며 다소 답답하게 느껴지더라도 꾸준하게 갈길을 가야한다는 소신이다.

그러면 과연 시장은 정책당국자들이 이같은 믿음과 소신에 따라 일관된 정책을 펴고 있다고 생각할까. 우선 자금시장을 보자. 3년만기 국고채와 회사채 금리는 7~8%로 내렸고 채권전용펀드 조성, 한시적 비과세펀드 도입, 프라이머리CBO 발행 등 시중 부동자금을 유인하는 갖가지 상품이 도입됐지만 중견·중소기업의 자금난은 거의 해소되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의 유동성 문제와 종금사 부실이 촉발한 자금시장 경색, 금융구조조정을 앞둔 은행들의 기업금융 외면 등 근본적 시장불신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도 더위먹은 듯 기력이 쇠진한 상태다. 그나마 시장을 지탱하던 외국인들의 반도체 매수세마저 축 늘어져 금주 증시도 테마주 부재, 매수주체 실종, 만성적 수급불균형의 ‘트로이카 함정’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 같다. 특히 미숙한 벤처정책의 후유증이 본격화하면서 코스닥시장이 급격히 힘을 잃고 닷컴기업들의 연쇄도산 우려도 현실화하고 있다.

장세전망이 불투명하다보니 애널리스트들의 매매전략도 “손실을 최소화하고 9월까지 버텨라” “실적이 뒷받침되면서 장기간 소외된 가치주로 교체매매하라” “시장흐름을 쫓아 철저히 추격매수하고 추격매도하라”등 제각각이다.

다만 한가지 공통된 점은 대내외 여건이 극도로 가변적인 만큼 ‘바이앤홀드(buy&hold)는 삼가라는 것.

이쯤되면 정책당국자들이 말하는 ‘시장의 힘’과 ‘뜨뜻미지근한 경제운용’의 실체가 무엇인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 워크아웃 기업주들의 도덕적 해이가 계속되는 데도 정부는 엄포만 놓고, 은행들이 기업의 옥석을 가리지 않은 채 자금줄을 죄는 데도 관료들은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일까봐 몸을 사린다.

정책당국자들은 “정치권이 금융지주회사법과 비과세펀드 관련 입법을 미뤄 시장실패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것으로 정책당국자의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각설에 몸이 달아 금융 및 기업구조조정을 미룬 채 시장의 눈치만 살피는 무책임만 부각되고 있다.


정책당국자 능력·의지 시험기간

따라서 개각 전야인 금주는 시장이 정책당국자들의 능력과 의지를 시험하는 시기이다.

“경기가 정점을 지나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할 수 있는 시간은 1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시장의 경고가 계속되는 데도, 상황을 아전인수식으로 호도하는 정책당국자가 설 땅은 없다. 시장은 부실기업, 부실은행만 퇴출시키는 것이 아니라, 정책혼선을 일삼는 부실관료도 용납치 않는다.

주요 관심사로는 우방채권단이 1,551억원의 자금지원 조건으로 내건 이순목회장 퇴진문제가 있다. 주택건설업계의 거물로 통하는 이 회장의 거취는 도덕적 해이에 빠진 다른 워크아웃 기업주들의 처리문제와 직결돼있다.

현대차 계열분리 문제도 고비를 맞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전윤철 공정거래위원장은 일본체류중인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회장이 귀국하면 즉시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장담해 모종의 타협안이 마련됐음을 시사했다.

재계로서는 결합재무제표 작성에 골머리를 앓아야하는 한 주다. 17개 대기업이 대상이며 제출마감시한은 7월말이다. 결합재무제표를 작성하면 계열사간 모든 출자금과 거래관계가 상계돼 자본금과 매출이 크게 줄어들어 4대그룹도 부채비율이 200%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유식 경제부차장 yslee@hk.co.kr

입력시간 2000/07/2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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