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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일본] 고시엔(甲子園)

효고(兵庫)현 니시노미야(西宮)시의 오사카(大阪)만 연안에는 5만8,000명을 수용하는 야구장 ‘고시엔’(甲子園)이 있다. 프로야구 센트럴리그 한신(阪神) 타이거즈의 홈구장이기도 하지만 매년 여름에 열리는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의 본선 무대로서 더욱 유명하다.

1924년 완공 직후 10회 대회가 여기서 열리면서 아예 ‘고시엔 대회’라는 별명이 굳어졌듯 고시엔과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프로야구가 인기를 끌면서 고교야구의 열기가 식어 버린 한국과 달리 일본의 고교야구 열기는 해를 거듭해도 식을 줄을 모른다. 이를 확인시키는 좋은 예가 있다.

일본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요미우리(讀賣)신문이 한때 경쟁지인 아사히(朝日)신문이 주최하는 대회라는 이유로 고시엔 대회를 소홀히 다루었다. 그런데 여름철마다 이상하게 부수가 줄었다. 조사 결과 고시엔 대회 기사 때문인 것으로 드러나 지금은 오히려 아사히신문보다 더 자세히 관련 기사를 다룬다. 다른 신문도 마찬가지다.

고시엔 대회의 인기는 치열한 경쟁 때문이다. 8월8일 개막하는 올 82회 대회에는 지난해보다 23개가 늘어난 4,119개 고교 야구팀이 예선에 참가했다.

47개 광역자치단체별 지역예선이 열리고 각각 2곳으로 나뉘어 예선전을 치르는 도쿄(東京)와 홋카이도(北海道)를 포함, 모두 49개 우승팀만이 고시엔의 흙을 밟을 수 있다. 최대 격전지인 가나가와(神奈川)현에서는 207개팀, 오사카에서는 186팀, 나고야(名古屋)시를 포함한 아이치(愛知)현에서는 181개팀 가운데서 우승해야만 한다.

한국 최대의 고교야구대회인 봉황기 대회에 지난해 52개팀이 참가한 것과 비교하면 고시엔 대회 출장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실감할 수 있다.

이런 어려운 경쟁을 뚫은 선수들끼리의 경기여서 고시엔 대회의 수준은 어느 정도 보장돼 있다. 더욱이 관중석은 대부분 재학생과 동문, 지역 주민들로 메워지기 때문에 열기가 더할 수 밖에 없다.

참가 고교는 대개 우리의 동·면단위 행정구역에 속해 있기 때문에 주민과 밀착돼 있다. 주민들은 농사일을 접고 회사를 쉬어가며 비행기나 신칸센(新幹線)을 타고 번갈아 고시엔으로 몰려가 이웃집 아이, 동네 학생들의 경기에 열광한다. 자치체가 이런 마을 축제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이다.

승승장구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지더라도 특별히 한스러울 것이 없다. 고시엔의 흙을 밟았다는 사실만으로도 선수들은 평생 자부심을 느낄 만하다. 경기에 진 선수들은 아쉬움과 감개가 뒤섞인 눈물을 뿌리며 고시엔의 검은 흙을 주머니에 담는다.

1949년 우승후보로 꼽혔던 기타규슈(北九州)시의 고쿠라기타(小倉北) 고교가 준준결승에서 패퇴할 당시 투수가 슬그머니 흙 한줌을 주머니에 담는 장면이 보도된 후 정착된 특유의 관행이다.

고시엔 대회의 소년 영웅들은 오래지 않아 프로야구 스타로 탈바꿈한다. 올해 전인미답의 4할대 타율에 도전하고 있는 퍼시픽리그 오릭스 블루웨이브의 이치로, 세이부 라이온스의 투수 마쓰자카, 센트럴리그 요미우리 자이언트의 마쓰이, 기요하라 등이 모두 고시엔 대회의 주인공이었다.

고교 야구연맹이 전년도 8개 권역별대회 준결승 진출팀 가운데 32개팀을 선정해 고시엔에서 펼치는 선발 야구대회, 전국체전 야구대회, 도쿄의 진구(神宮)구장에서 열리는 진구야구대회 등 다른 전국대회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본선에서 6차전, 예선에서 6~8차전 등 최소 12차례의 경기를 거쳐야 우승 고지에 오르는 고시엔 대회만큼 엄밀한 검증절차는 아니다.

물론 고시엔의 건아들 가운데 대부분은 프로야구의 좁은문을 통과하지 못한다. 대신 이들은 취미 활동으로 직장야구를 하거나 틈나는 대로 동네 꼬마 야구팀을 다듬으며 꿈을 전한다. 휴일이면 전국 곳곳의 운동장과 잔디밭, 공원 등에서 ‘쿠사야큐’(草野球)가 펼쳐진다. 이를 동네 야구를 통해 아이들은 기본기를 익히면서 다시 고시엔 대회를 기약한다.

현재 일본 고교야구 연맹에 속한 고교 야구팀은 4,183개에 달한다. 인구가 우리의 약 3배 정도라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숫자다. 대부분의 고교가 한 학년 200명 정도로 소규모이고 남녀공학이어서 학교 수가 늘어난다.

또 동창회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야구팀을 꾸려갈 만한 체육·특별활동 예산이 배정된다. 야구부가 없다면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한여름을 달구는 고시엔 대회를 볼 때마다 우리 고교야구의 부활을 꿈꾸게 된다. NHK가 뉴스를 제외한 모든 정규 방송을 제치고 본선 경기는 물론 지역예선 결승전까지 생중계하는 것을 보면 우리 공영방송의 할 일이 새삼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yshwang@hk.co.kr

입력시간 2000/07/26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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