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보감] 신경성 위염

우리가 별스럽지 않게 생각하며 매일 하고 있는 식사는 하루하루 생명을 이어주는 원동력이 된다. 사람은 곡기, 즉 섭취한 음식물이 공급해주는 영양분을 통해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렇듯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단순히 입을 즐겁게 하고 배를 부르게 하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생명을 이어가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시켜 인체에 영양을 공급해주는 위장은 인체에서 중요하고도 기본이 되는 장기다. 생명의 근원적인 힘을 가져다주는 위장의 기능이 쇠약해질 경우 자연적으로 신체도 허약해지기 십상이다.

흔히 ‘식보’(食補)라고 해서 ‘먹는 것 이상의 보약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이 또한 섭취한 음식물을 위장에서 소화시켜 영양을 흡수할 때 가능한 말이다. 그래서 고대 중국인은 소화기관인 위장을 인체 내 모든 장기의 중심이며 중앙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하는 장기임에도 불구하고 위장의 건강에 이상이 발생한 사람을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신경성 위염으로 위장에 이상이 있다고 느끼는 사람의 대부분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신경성 위염은 말 그대로 모든 것에 민감한 위장이 불안 또는 초조, 긴장, 정신적인 스트레스 등에 영향을 받아 기능에 이상을 나타내는 질환이다. 신경성으로 오는 질환의 대부분이 다 그렇듯 신경성 위염의 경우도 여러가지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되는데 신물이 넘어온다든지, 또는 소화가 잘 안되거나 명치끝이 아프고 속이 더부룩하며 설사와 변비가 반복되기도 한다.

흔히 “조금만 신경을 썼다 하면 뱃속에서 소리가 나고 소화가 안되며 과식을 하지 않았는데도 속이 거북하고 메스꺼움이 있다”고 호소하는 사람의 경우 대부분은 신경성 위염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신경성 위염의 경우 환자가 느끼는 신체적 이상과 불편에도 불구하고 병원의 검사 등에서는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래서 자칫 꾀병으로 치부되어 주위 사람들에게 오해를 사기도 한다.

더욱이 설사 치료를 시행한다해도 근본원인을 제거하지 못한 상태여서 재발을 반복하거나 증상이 악화되기 십상이다.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질병의 고통에 주위 사람들의 따가운 눈총까지 이중고를 겪게되는 셈이다.

한의학에서는 신경성 위염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원인, 즉 공포나 근심, 사념이 많은 사려과다 등의 요인이 기의 흐름을 방해하고 이것이 영향을 미쳐 위장에 이상을 야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감정의 변화에 따라 기의 흐름이 바뀌고 이것이 곧 장부기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는 한의학의 고전 의서인 ‘황제내경’에서도 그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따라서 한방에서는 신경성 위염의 치료는 단순히 증상만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위장의 기능을 조정 회복시키고 발병원인을 제거하는데 원칙을 두고 시행한다.

신경성 위염의 경우 가장 직접 원인은 위장 기능의 저하이겠지만 발병원인이 위장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위장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비장 또는 신장 등에 이상이 있는 경우에도 위장 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치료는 주로 약물요법이 이용되는데 우선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 불안 또는 초조감으로 인해 신트림과 함께 위통, 소화불량, 피로, 두통 등이 나타날 때는 ‘소식청울탕’과 ‘화담청화탕’ 등을 처방한다.

또 신경과민으로 기의 흐름이 방해를 받아 음식이 아래로 내려가다 목이나 가슴, 또는 그 중간 부위에 걸린 듯한 느낌이 들면서 소화가 잘 안되고 명치까지 답답한 경우 ‘가미이진탕’ 또는 ‘보중익기탕’을 처방한다. 사실 이러한 증상은 병원에서 내시경 또는 여타의 검사를 시행해도 그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 약물을 투약하면 치료에 효과가 있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장>

입력시간 2000/07/26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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