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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돈 씀씀이… 무섭다"

심각한 청소년 과소비, 탈선·범죄 원인

청소년의 씀씀이가 예사롭지 않다. 가난을 모르고 자란 요즘 청소년은 마치 ‘소비가 미덕’인양 분수에 넘치는 과소비와 사치를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선 수십만원하는 베르사체 선글라스에 구찌 가방을 맨 여고생과 스포츠카를 모는 남학생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에게 미래의 꿈과 이상을 가꾸는 일은 뒷전으로 밀린지 이미 오래다. 그들에게 거침없는 소비는 자기 과시요, 남과 구별되는 개성 표현의 한 방편일 뿐이다. 과소비 풍조에 물든 일부 청소년은 돈을 벌기 위해 각종 탈선을 일삼고 있다. 어른들의 추한 상혼에 놀아나는 우리 청소년의 과소비 행태를 살펴본다.

중견기업의 대표인 김모(54) 사장은 지난달 말 신용카드 때문에 한차례 소동을 치렀다. 사업상 평소 3~4개의 신용카드를 가지고 다니는 김 사장은 지난달 초 식사를 마치고 모회사 신용카드로 계산을 하려는데 돌연 카드 조회기에 ‘사용정지된 카드’라는 신호가 나와 화들짝 놀랐다.

간혹 ‘사용한도 초과’가 되는 경우는 있었지만 사용이 정지된 적은 아직까지 없었던 김 사장은 다른 카드로 결제하기는 했지만 점잖은 손님 앞에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니 그 카드는 색깔과 모양은 같을 뿐 실제 자신의 카드가 아닌 것을 알게 됐다. 누군가가 비슷한 카드로 바꿔치기한 것이었다. 김 사장은 허겁지겁 카드사에 분실신고를 했다. 그래서 그달 말 카드 이용대금명세서에 215만원이 찍혀 나왔는데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 후 카드사 직원을 만난 김 사장은 전보다 더 큰 충격을 받았다. 카드사의 정밀 조사 결과 김 사장의 카드를 몰래 사용한 사람이 다름 아닌 김 사장의 아들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날 김 사장은 아들을 다그쳐 그것이 사실임을 확인했고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절망감을 느꼈다. 알고 보니 아들이 친구들과 유흥비와 옷값을 치르기 위해 자신의 카드를 훔친 것이었다.

대금청구서에는 백화점, 단란주점, 패스트푸드, 현금서비스 등 30여개의 세부내역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결국 김 사장은 카드 사용대금 일체를 모두 물어야 했다. 청소년의 무분별한 과소비 욕구가 아버지의 카드도 훔치는 행동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요즘 청소년의 소비는 어른을 뺨친다. 중고생 중에 휴대폰을 안가진 학생은 거의 없고, 심지어는 초등학생 중에도 상당수가 지니고 있다. 일부 중고생 사이에서는 집 전화번호, 휴대폰 번호, E-메일 주소 등 3개의 개인 연락처를 새긴 명함을 돌리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지난해 말 서울에 사는 김모(45)씨는 고3인 아들이 700 유료전화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쓴 휴대폰 사용료로 126만원을 지불하는 어이없는 일까지 벌어진 적이 있다.

백화점을 가보면 청소년의 소비 규모가 얼마나 큰지를 실감할 수 있다. 대부분의 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간 요즘 오후 2~5시경 강남과 잠실 일대에 있는 백화점에 가보면 2~3명씩 짝을 지어 돌아다니는 중고생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잡화 매장이나 영캐주얼 코너, 스포츠 매장의 주고객인 이들 청소년은 수만원에서 수십만원대에 이르는 고급 의류를 거침없이 산다.


백화점 잡화 매장 주고객은 청소년

신촌 소재 모 백화점의 한 여직원은 “중고생은 주로 옷이나 가방 신발을 사러 오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국산보다는 값비싼 외제를 더 선호한다”며 “한 예로 고급 캐주얼인 폴로와 빈폴은 디자인이나 품질이 서로 유사한데 거의 대부분 국산인 빈폴보다는 1~2만원 더 비싸더라도 외제인 폴로를 구입한다”고 말했다.

강남의 K고등학교 1학년인 서모(16)양의 경우를 보면 요즘 청소년의 소비 성향을 엿볼 수 있다. 대기업에 다니는 아버지를 둔 서양은 지난달 1박2일간의 단식 투쟁을 통해 용돈은 50% 가량 올리는데 성공했다.

서양이 요즘 받는 한달 용돈은 12만원. 그러나 월 4만원하는 휴대폰 비용을 부모님이 내주시기 때문에 실제 용돈은 15만원이 넘는 셈이다. 서양의 용돈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곳은 유흥비. 친구들과 거의 매일 가는 PC방과 일주일에 한번 정도 찾는 소주방과 록카페 비용이 솔솔치 않다.

한번에 1만원 정도가 드는데 대부분 똑같이 분담해서 낸다. 여기에 나이트에 가게 되면 보통 1인당 2~3만원 가량의 목돈이 더 들어간다. 어른들의 눈에 뜨일까봐 강남, 이태원, 영등포에 있는 곳을 돌아가며 다닌다. 이곳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주로 돈이 풍족한 남자 친구들과 동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유행업소를 자주 다니다 보니 의상과 액세서리에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부모님이 사주는 옷은 칙칙한 것이 대부분이어서 서양은 주로 두세달치 용돈을 모았다가 동대문 패션상가에서 20만원 남짓한 수준의 것을 구입한다.

또 귀고리나 반지 머리핀 같은 액세서리도 유행에 맞추다 보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드는데 이것은 가까운 백화점에서 산다. 이밖에 스틸사진, 노래방, 머리염색, 음반과 영화 감상 등에도 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방학때면 주유소나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유흥비 마련위해 원조교제까지

서양의 경우는 그래도 매우 건전한 편에 속한다. 서울 강북 모여상 2학년인 정모(17)양은 부모님이 학교 수업에 충실하라고 야단치자 아예 가출해 두달째 친구와 자취를 하고 있다. 정양은 생활비와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40대 후반의 회사원과 2개월째 원조 교제를 하고 있다.

정양과 함께 생활하는 친구는 한달 전부터 인덕원 근처에 있는 단란주점에 나가고 있다. 이 둘은 미성년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남자쪽에서 꺼려하기 때문에 항상 짙은 화장에 고급 액세서리, 그리고 정장 차림의 부띠크 옷을 사 입는다.

남학생도 술 담배나 유흥비로 용돈을 탕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통계에 따르면 고등학생의 80%가 흡연 경험이 있으며 50%가 소주방이나 단란주점 같은 유흥업소에 출입한 경험이 있다고 조사된 바 있다.

강남 Y고 3학년인 이모(18)군은 “친구 중에는 데이트 비용이나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함께 절도 행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며 “최근에는 학교 동아리마다 여학생과 나이트나 록카페 갈 돈을 모으려고 친구끼리 계를 하기도 한다”로 말했다.

명지대 조아미(청소년지도학) 교수는 “요즘 청소년의 무분별한 과소비는 어른들의 자기 과시적인 소비 행태를 그대로 추종하는 일종의 모방 심리의 하나”라며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깔려 있는 이런 사치풍조를 일소하지 않고서는 치유가 어렵다”고 말한다.

건전한 소비는 생산을 촉진시켜 산업과 경제에 활력을 심어주는 원천이 된다.

그러나 무분별한 사치와 과소비는 사회 구성원간에 상대적 박탈감과 위화감을 조성하는 사회악이다. 21세기를 이끌어갈 우리 청소년에게 효율적 소비 패턴을 가르치는 일은 다가올 신경제 시대를 현명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0/07/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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