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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A 개정 "실속 챙기는 협상 돼야"

8월초 개정협상, 감정 배제한 냉정한 자세 필요

“이제 미국도 한국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때가 됐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7월23일 임기를 마치고 출국한 주한 미국대사관 크리스텐슨 부대사가 몇몇 기자들과 가진 송별회식 자리에서 한 말이다. 전라도 사투리까지 유창하게 구사하는 등 미 국무부내의 대표적인 지한파로 꼽히는 크리스텐슨 부대사의 이 말에는 매향리사격장 사건을 시작으로 미8군의 독극물 무단방류에 이르기까지 최근 우려스러울 정도로 악화하는 한미관계에 대한 미국측의 시각이 담겨져 있다.

미국이 한국을 내려다 보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한국민의 태도에 대해서는 당혹스럽다는 것이다. 자국 젊은이들이 피를 흘려가며 북한과 중국 등 공산세력을 물리쳐주었고 50년간 한반도의 전쟁을 억제시켜 한국의 경제발전에도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는 미국으로서는 최근 한국민의 태도 변화가 합리적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감정적이고 악의적이라고 느끼고 있다.

이같은 미국인의 서운함에는 아랑곳없이 미국에 대한 한국민의 감정은 악화일로를 겪고 있다.

경실련은 한미 행정협정이 국민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출했고 여야 의원 61명은 한미 행정협정 전면개정 촉구 결의안을 내기도 했다.

이같은 여론 때문인지 주한미군에 대해 극도로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던 김대중 대통령도 LA타임즈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행 한미 행정협정에 상당히 불평등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썰렁한 이태원, 한미 분위기 대변

한미간의 냉랭한 분위기는 주한미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이태원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주한미군은 지난달 25일 영관급 장교 1명이 칼에 찔려 숨지고 미군 가족 2명이 폭행당하자 외출자제 명령을 내렸고 17일부터는 주말에 헌병 3명을 이태원파출소에 상주시키고 있다.

이태원의 찾는 미8군 소속원들의 발길이 크게 줄어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미군의 독극물 무단방류사건을 둘러싸고 미8군사령관의 서울시장 사과방문이 취소되면서 여론은 위험수위에 육박하고 있다.

한미간의 기류변화는 8월 2, 3일 열리는 행정협정 개정협상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정부는 들끓는 국민 여론을 의식해 현행 행정협정을 미일, 미독 행정협정 수준으로 고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지만 미국측은 다른 나라와 단순비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측은 한국 정부에 제출한 개정안 초안이 공개돼 한국 여론의 거센 반발을 사고 그 와중에 미8군의 포름알데히드 한강 무단방류 사건까지 터지자 입장정리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스워스 주한 미국대사는 23일 KBS-TV와 가진 특별회견에서 “한국 국내법이 일본 국내법과 다르고, 일본 국내법이 독일 국내법과 다르기 때문에 행정협정은 이런 차이점을 반영할 수 밖에 없다”며 “미국은 전통우방으로서, 그리고 전략적인 맹방으로서 한미관계 현안과 두 나라 사이의 견해 차이에 대해 매우 합리적인 방식으로 논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한미 행정협정 개정협상에 대비해 외교통상부는 송민순 북미국장을 수석대표로 관련부처 과장급 등 15명의 협상팀을 구성하고 자료검토와 협상전략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협상팀 명단은 한국 정부가 아직 통보받지 못했지만 행정협정 주무부처인 국방부 차관보나 부차관보급을 수석대표로 국무부와 주한 미대사관 등에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형사피의자문제 현격한 입장차

현행 한미행정협정의 쟁점은 형사 피의자의 인도시점과 환경조항 신설, 미군기지 임대료 징수와 공여 및 운용 반환에 대한 규정, 부대내 한국인 노동자들의 노동권보장 등이다. 이중 한국 여론이 가장 주시하는 것이 형사 피의자의 인도시점과 환경문제다.

현행 행정협정에는 미군 피의자는 확정판결을 받은 뒤에야 한국측에 신병인도하도록 규정돼 있고 미국 대표의 입회없이는 수사나 재판이 불가능하다.

한국 정부는 형사 피의자 인도시점을 검사의 공소시점으로 당기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정부의 개정안 초안에 따르면 공소시점을 양보하는 대신 3년 이하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형사범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재판권을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어 입장조율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한 미대사관측은 협상을 앞두고 있다는 이유로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지만 지난 4월17일 대한변협이 주최한 한미행정협정 공청회에 제출한 문서를 읽어보면 미국측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다.

문서를 작성한 로버트 마운츠 한미행정협정 간사와 주한미군 법무참모 울드릭 휘오리2세 대령은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범죄자를 소추하고 처벌하는 것이다.

미국법에서는 미결구금은 피의자의 재판출석을 보장하거나 다른 중한 범죄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 인정된다. 한국법에서도 증거인멸, 도주우려, 재범우려의 조건이 요구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미결구금이 훨씬 더 만연하고 거의 일상적이다.

한미 양국의 헌법이 규정하는 바와 같이 법원의 확정판결전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을 철저히 따른다면 재판 전까지 신병을 누가 유지하느냐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제도적 문화적 차이때문에 주한미군이 일반적으로 신병을 유지하지만 주한미군은 모든 피의자들이 한국의 수사와 재판에 출석시킬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행정협정이 양국의 사법관행상의 차이를 조정하는 것일뿐 한국의 사법권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21세기 한미관계의 분수령

미국측은 개정안 초안에서 환경보호 조항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보스워스 대사는 KBS-TV와 특별회견에서 “협상에서 한국측이 이 문제를 언급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미국도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미8군의 포름알데히드 무단방류 사건)은 행정협정에 그런 조항을 넣었다고 예방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맹독성 물질의 취급 및 폐기에 관한 분명한 규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규정과 합의가 있다 해도 이번 일처럼 인간의 실수에 따른 피해가능성을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형사관할권 분야는 미일 행정협정 수준으로, 환경보호 분야는 미독 행정협정 수준으로 개정하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으나 미국측의 태도를 볼 때 일방적인 ‘희망사항’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한국 협상팀의 역량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측 고위 관계자들이 입을 열 때마다 ‘합리적인 방식’을 강조하는 것도 한국민이 지나치게 감정에 의존하고 정작 협상에서는 냉정하고 철저한 논리가 부족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미 행정협정은 1967년 2월9일 발효된 이후 1991년 2월1일 형사재판권 자동포기 조항을 삭제하고 재판권 대상범죄의 확대하는 등 한차례 개정됐지만 불평등 논란이 계속돼 1995년 11월30일 재개정 협상이 시작됐다.

그러나 양측의 입장차가 전혀 좁혀지지 않아 1996년 9월10일 7차 협상을 마지막으로 중단됐다. 주한미군 문제가 한국민의 대미감정에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4년만에 재개되는 이번 행정협정개정 협상이 21세기 한미관계에 결정적인 분수령으로 작용할 것이라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분석이다.

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songyh@hk.co.kr

입력시간 2000/07/26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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