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기질… '큰 그릇'이라 믿었다

◎ 김진홍 두레마을 대표가 본 김성현 사장

김성현 사장을 처음 만난 것은 지금으로부터 12~13년 전이었다. 김사장의 말을 그대로 옮기자면 그는 사업에 실패하고, 인생경영에도 실패하여 완전히 바닥을 헤메던 때였다. 한때는 성공가도를 달려본 듯도 하였으나 그때는 철저하게 실패하여 자살하겠다며 승용차를 탄 채로 한강에 뛰어들었다니, 오직이나 막막하였으면 그렇게까지 하였을까 싶었다.

자살에 실패한 그에게 누군가가 두레마을을 찾아가라고 일러준 듯하다. 두레마을은 삶에 실패해 갈 곳없는 사람들이 숱하게 찾아온다. 그런 사람들은 대개 의욕을 상실하고 자신감을 잃어 스스로를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김사장은 달랐다. 마을에 들어온 날부터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에 열심이었다. 또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보며 일감을 찾아내고 즐겁게 일하곤 했다. 당연히 마을에서 인정을 받고 인기도 얻었다.

그런 성품이나 기질이 말로는 쉬운 것 같으나 실제로 쉽게 실천하기 어렵다. 더욱이 패잔병 신세가 돼 겨우 한몸 의지할 곳을 찾아온 터에, 자신보다 처지가 못한 다른 사람들을 돕는 일이 어떻게 쉽겠는가.

개인적으로는 김사장의 그런 성품이 과거의 참담한 실패를 딛고 오늘의 성공에 이르게 한 바탕이 아닐까 싶다. 그는 두레마을에 일년정도 머물렀는데 밤이고 낮이고 마을에 환자가 생기면 기꺼이 병원으로 데려갔고 마을 젊은이들 사이에 간혹 다툼이라도 생기면 ‘맏형 기질’을 발휘해 화해시켰다. 그런 탓으로 그의 방에는 항상 사람들이 들락거렸다.

그를 곁에서 보면서 보스기질, 맏형기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잘 다듬고 재기하면 자기 몫을 충분히 할 ‘큰 그릇’이라고 믿었다. 김사장에게는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그간에는 성공과 실패, 좌절과 재기를 거듭하며 자기수련을 쌓은 기간이었다면 이제부터 자기 역량을 발휘해야 할 때다. 경영자로서 대성하기를 바란다.

입력시간 2000/07/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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