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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단양8경

강물을 막고 댐을 건설하는 것. 물난리를 예방하고 용수를 확보하자는 뜻이다. 그러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득(得) 만큼이나 엄청난 실(失)이 필연적으로 따른다.

충청북도 동북쪽에 길게 엎드려 있는 충주호. 1985년에 완공됐다. 이 거대한 인공호수의 기능을 폄하할 수는 없다. 이 지역의 물공급은 물론, 남한강의 수계를 결정지어 수도권을 보호하는 데다가 이제 그 자체로 훌륭한 휴양지의 역할을 톡톡히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호수의 탄생에도 수많은 아픔이 있었다. 모든 댐건설에서 가장 큰 아픔은 역시 수몰(水沒)이다. 마을은 물론 문화재, 비경, 그리고 사람들의 추억이 물속에 잠겼다. 단양군은 그 상처의 한가운데에 있다.

지금의 단양읍은 본래의 단양이 아니다. 진짜 단양은 충주호의 물 속에 있고 지금의 읍내는 새로운 터(상진리)에 일구어 놓은 신(新)단양이다. 이 사실을 모르고 단양에 들어서는 사람들은 소도시 답지 않게 훌륭하게 일구어놓은 바둑판형 가로며 단정한 건물에 놀랄 수도 있다.

불행 중 다행이 있다면 아름다운 단양의 8경은 여전히 물 위에서 자태를 뽐낸다는 사실이다. 단양8경은 단양읍 주위 12㎞에 있는 명승지. 도담삼봉, 석문, 구담봉, 옥순봉, 사인암, 하선암, 중선암, 상선암 등을 일컫는다.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이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족보없는 8경이 아니라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진짜 8경이다.

별다른 공장이 없는 단양에는 시멘트 공장만 세 개가 있다. 석회석이 많은 지역이라는 뜻이다. 석회석은 자연이 조각하기에 알맞은 재료. 비바람과 세월이 조각해 놓은 절경이 곳곳에 널려있어 예로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잦았다.

8경을 대표하는 곳이 도담삼봉. 남한강의 맑고 푸른 물 속에 우뚝 선 세 개의 봉우리이다. 6㎙의 늠름한 장군봉(남편봉)을 중심으로 양쪽에 교태를 머금은 첩봉(딸봉)과 돌아앉은 처봉(아들봉)이 자리하고 있다. 젊은 시절 이 곳에서 노닐었던 조선 개국공신 정도전은 이 봉우리의 이름을 따 자신의 아호를 삼봉(三峰)이라 했다. 삼봉은 원래 강원도 정선군의 삼봉산이 홍수 때, 떠 내려왔으며 이때문에 단양에서는 정선에 세금을 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러나 소년 정도전이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볼 뿐이니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한 뒤부터 세금 독촉이 쏙 들어갔다고 한다.

석문은 도담삼봉 상류 200m 지점에 있는 무지개 모양의 석주. 신선들이 드나들었음직하다. 근처에 술병을 들고 있는 형상의 마고할미 바위, 자라모습을 정교하게 조각해 놓은 듯한 자라바위가 함께 있다. 거북 모양의 바위봉우리와 바닥에 거북의 등무늬가 있는 담이 함께 어우러진 구담봉, 대나무순 여러 개를 묶어 세워놓은 듯한 옥순봉, 남조천의 운선구곡을 운치있게 장식하는 사인암 등이 모두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절경들이다. 삼선구곡의 아름다움을 대표하는 상ㆍ중ㆍ하선암은 새 비를 맞아 더욱 반짝거린다. 더위를 피하기에 제격이다.

8경과 함께 단양을 대표하는 관광코스는 동굴. 고수, 온달, 노동, 천동동굴등 모두 4개의 동굴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석회암 동굴인 고수동굴로 천연기념물 제256호로 지정돼 있다. 길이 1,300m로 40분 정도면 모두 관람할 수 있다. 한반도에서 가장 역동적인 풍광을 자랑한다. 임진왜란 당시 피난 길에 오른 밀양 박씨가 이 곳에 정착할 당시 키 큰 풀(姑)이 많이 우거져(藪) 고수라고 부르게 됐다. 사계절 섭씨 13~15도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 도담삼봉이 푸른 강물 위에 흐르듯 떠있다. 충주호 건설로 아랫부분이 더 물에 잡겼지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권오현 생활과학부 차장 koh@hk.co.kr

입력시간 2000/07/26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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