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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짱'은 인기순이 아니예요"

‘보통사람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나 이사람, 보통사람’을 외치던 6공화국 시절 얘기가 아니다. 최근 일반인 모델들이 잇달아 대박을 터뜨리고 있는 광고시장을 빗댄 말이다.

잘 생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젊지도 않고 연기경력도 없는 아저씨, 아줌마, 심지어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CF로 하루아침에 뜨고 있다.

서툴지만 친근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연기하는 일반인들이 시청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반인들의 광고는 실제 사용소감을 증언하는 방식이 많아 시청자들에게 훨씬 신뢰감을 주는 것도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제 보통사람 광고모델은 광고시장에서 스타 못지않은 인기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과일가게 아저씨에서 빅 모델로

뭐니뭐니해도 올들어 가장 눈길을 끈 보통사람 모델은 한국통신프리텔 ‘Na’에서 아버지 역할로 나온 이상경씨(58).

장위동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단 한편의 CF로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었다. 이씨는 IMF 경기불황 때 장사가 잘 안되자 부업으로 엑스트라를 시작하면서 사극 몇편에 출연한 것이 CF 출연의 계기가 됐다고 한다.

복고풍이면서 과장된 리얼리티를 표현한 Na 광고는 N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는데 특히 이상경씨는 ‘나도 몰라’라며 손바닥으로 머리위를 돌리는 동작으로 N세대들에게 빅모델에 버금가는 인기를 얻게 됐다.

최근 방영된 Na 2차 광고에서는 최고의 인기 댄스그룹인 GOD와 함께 닐리리 맘보 노래에 맞춰 이른바 ‘묻지마 관광춤’을 추는 아저씨로 열연했다. 촬영장에 구경삼아 모여든 꼬마들은 GOD보다 오히려 이씨에게 더 열광해 인기를 실감했다는 후문이다.

‘DDR 할머니 할아버지’도 장안의 화제를 몰고 왔다.

올초 인터넷 검색서비스업체인 야후코리아 광고에 부부로 등장한 김복순(73) 할머니와 김종운(65) 할아버지. 이들 할아버지 할머니 역시 우연한 기회에 오디션에 참가해 캐스팅됐다. 1차 CF에서는 DDR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했으며 2차 CF에서는 드럼 연주와 마이클 잭슨의 브레이크댄스 실력을 자랑했다.

다정한 부부로 출연하지만 실제 부부는 아니다. 김할아버지는 인사동에서 목공예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김할머니는 PBC 라디오의 ‘할아버지 할머니 건강하세요’라는 노인대상 프로그램에서 7년째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다.

DDR 실력은 물론이고 드럼 연주나 브레이크 댄스 역시 할아버지 할머니가 보름동안 맹연습한 실제 실력이다.


일반인 내세워 편안한 이미지 전달

특히 김할머니는 야후코리아 광고 덕분에 최근 가전제품 체인점인 하이마트 광고에도 출연했다. 횡단보도에서 샐러리맨들이 냉장고와 에어컨 살 곳을 고민하는 것을 보고 엉덩이를 툭 치며 “하이마트로 가!”라고 소리치는 사람이 바로 김할머니다.

김 할머니는 광고모델의 유명세에 힘입어 8월초부터 고향마을을 찾는 모 TV프로그램 보조 진행자로까지 활동 영역을 넓히게 된다. 새삼 광고의 위력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일반인을 모델로 잡아 여러차례 ‘인터넷 영웅 신화’를 만들어낸 것은 한국통신의 인터넷 전용 접속서비스 ‘코넷’ 광고. 지난해 10월 인터넷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세계챔피언인 프로게이머 이기석씨를 ‘코넷 ID 쌈장’편의 모델로 기용, 테마광고 시리즈를 시작했다.

이어 올들어서는 사이버트레이딩 1인자 박정윤씨를 ‘코넷 ID 대박’편의 모델로 캐스팅했으며 지난 5월부터는 ‘영호프의 하루’라는 인터넷 영화 감독인 조영호씨가 ‘코넷 ID 6㎜’편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한미은행 광고도 일반인 모델로 생활속 에피소드를 그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는데 성공했다. 한미은행은 지난 3년간 무명의 실제 부부모델을 고집해왔다. 딱딱한 은행 얘기를 자연스럽게 소화시키려면 가상의 부부보다 실제 부부가 훨씬 현실감이 살아난다는 판단에서다. 한마디로 ‘광고 같지 않은 광고’를 표방한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 부부 모델을 찾기 힘들자 한미은행 담당 광고제작사는 올들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모델 선발 이벤트를 고안해냈다. 대중매체는 제외하고 각 지점과 인터넷 홈페이지상에서만 응모를 받았는데 무료 300쌍의 커플이 모여들었다.

일반인들이 그만큼 광고모델에 관심이 많다는 반증인 셈이다. 300쌍 중에서 최종 후보로 10여쌍이 압축됐으며 이들의 카메라 테스트에만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고 한다. 그렇게 찾아낸 커플이 성형외과 의사인 곽현준씨와 대학강사인 박진희씨 부부다.

현재 방송중인 곽현준·박진희 부부 편도 소비자들에게 일상의 느낌을 전달하는데 주력했다. “세상 좋아졌네. 집안에서 은행일을 다 보고…”라며 인터넷에 열중하던 남편은 아내에게 “당신도 한번 해봐”라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며 리얼리티를 배가시킨다.

그런가 하면 실제로 해당 분야에서 일하는 일반사람을 모델로 기용하는 경우도 있다. 삼원식품 태양초 고추장 광고에서 “며느리도 몰라”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마복림 할머니는 실제로 신당동에서 43년째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주인이다.

또 “아버지 힘드시죠?”라며 부자간의 가슴 찡한 대화로 감동을 준 동아제약 박카스 광고에도 진짜 환경미화원인 아버지와 대학생 아들이 출연했다.

얼마전 OB라거가 시드니 올림픽을 겨냥해 만든 광고 ‘축구’편에는 홍익대 축구부 선수들과 축구관련 동호회 회원들이 폭우 속에서 축구경기에 임하는 장면을 리얼하게 그려냈다.


제작사에선 오히려 캐스팅에 어려움

언제부터 광고에 이렇게 일반인 모델들이 많아졌을까.

국내 시초는 지난 197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광고계가 꼽는 일반인 모델광고의 원조는 ‘킨사이다’. 칠성사이다가 사이다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하던 당시 킨사이다는 명동 거리에 지나가는 소비자들에게 실제 시음 소감을 듣는 증언식 광고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1993년 눈쌓인 시골농가의 할아버지, 할머니가 모델로 등장한 경동보일러 광고도 “아버님댁에 보일러 넣어드려야겠어요”라는 며느리의 대사로 소비자들에 어필했다. 또 95년부터 유한킴벌리도 일반 여대생을 캐스팅, “화이트는요…”라며 증언식 광고를 내보내고 있는데 광고의 호응에 힘입어 생리대 시장에서 시장 열세를 회복했다.

그러나 광고 제작사 입장에서 이미지에 걸맞는 일반인을 찾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광고 제작자들이 직접 ‘헌팅’을 나가서 찾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친척이나 친구, 가족등 주변에서 모델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최근 선보인 인터넷 경매사이트 ‘셀피아’는 1편의 광고모델로 활동한 정승원씨의 어머니와 여동생이 출연료를 받으러 갔다가 ‘얼떨결에’ 캐스팅돼 2편에 함께 출연했다. 또 ‘고객이 OK할 때까지’라는 SK그룹 이미지 광고에는 광고 제작사인 제일기획의 광고팀 국장이 직접 광고주에 낙점돼 환하게 웃는 모습을 선보이기도 했다.

보통사람이 모델로 나오는 광고는 한편으론 이웃 같은 친근함을 무기로, 또 한편으론 신선한 얼굴을 원하는 시청자들의 입맛에 맞춰 갈수록 호응을 얻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모델은 예쁘고 귀여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개성적인 인물을 캐스팅하는 타입 캐스팅(type casting) 추세가 보편화돼 있다.

이효영 서울경제신문 생활건강부 기자 hylee@sed.co.kr

입력시간 2000/07/2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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