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 난지도(蘭芝島)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난지도(蘭芝島)를 떠올리며 어느 시인의 ‘꽃’이란 시를 흥얼거려 본다.

난지도! 그 이름과는 달리 보통사람의 기억 속에는 아직도 쓰레기 먼지에 오물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는 곳으로 아루새겨져 있다. 서울 시계 안에 있는 7개 섬(난지도, 선유도, 밤섬, 여의도, 노들섬, 저자도, 하중도) 가운데 호화현란함과는 달리 유독 초지(草芝) 난지(蘭芝)의 그 향냄새 본 뜻과는 반대로 쓰레기가 싸여 썩는 그런 섬이었다.

우리 고유어로 부르던 옛 이름은 오리섬. 쇠오리, 청둥오리 등 오리떼가 떠다녀서 더러는 그 모습이 오리 같다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하지만 ‘ ’계열의 우리 땅이름이었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한자 표기로는 압도(鴨島)가 된다.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의 산천조(山川條)에 그 이름으로 나온다. ‘이 섬은 주위가 22리인 바, 옛날에는 갈이 많이 자라서 선공감(繕工監)이 갈대를 수확, 국가경용(國家經用)에 충당했다’는 설명이다. 그 뒤 중초도(中草島), 난지도(蘭芝島)로 불리는데 그 경위는 불분명하다.

이곳이 쓰레기 처리장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1976년. 해마다 일반 쓰레기 700만~800만t, 산업 쓰레기 40여만t씩이 버려져 왔던 것이다. 하루 평균 8t 트럭으로 3,000여대나 되는 쓰레기를 받아들인 세월이 15년이다. 89만평에 이르는 난지도는 그래서 지금 평균 40m가 넘는 쓰레기 산이 되어있다.

그렇게 될 만큼 서울의 ‘배설구’ 구실을 톡톡히 해왔던 셈이다. 그러나 1992년말로 쓰레기 투기가 끝났다. 이곳을 땅으로 이용한다면 여의도 못지 않게 난지(蘭芝)의 향을 풍길 수도 있다. 때문에 그동안 여러가지 활용방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주택난 해소 방안으로 주택단지안, 정보화시대에 발맞추어 텔레포트안, 산업 공동화(空洞化) 현상에 대비하는 첨단산업공단 조성안 등의 논의가 그것이었다.

하지만 땅으로 이용할 때의 문제는 폐기 매립가스(LPG)가 문제다. 이 또한 과학적으로 접근할 때 오히려 연간 1억 입방미터 정도의 매탄가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오늘의 과학은 그렇게 쓰레기 매립장도 선용하는 길을 찾는다. 이를테면 로스앤젤레스시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인더스트리 힐즈에 고급호텔, 골프장, 수영장 등이 들어선 사례가 그 좋은 보기다. 그런데 인구 1,000만의 대도시 서울에 녹지공간이 가뜩이나 부족하던 차에 때 맞추어 시에서 꽃동산을 조성할 것이라니 정말 난지(蘭芝) 초지(草芝)의 향기가 피어 오를 난지도(蘭芝島)가 될 것을 예견한 땅이름 같다.

사진설명

악취풍기던 쓰레기 더미가 쓰레기 쌓기가 중단되지 8년만에 자연상태로 복원돼가고 있는 난지도.

이홍환

입력시간 2000/07/26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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