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뉴스포탈 한국일보
일간스포츠
서울경제
KoreaTimes
대한항공 대우통신
주간한국  
www.hankooki.com  


 
주간한국 홈
구독신청
독자 한마디
편집실에서


   벤처 스타열전
   인터넷 세상
   신동의보감
   땅이름과 역사

[이대현의 문화 읽기] 1,000원의 용도와 규모의 경제

지금 가격으로는 도저히 수지타산을 맞출 수가 없다. 만년 적자다. 보다 좋은 상품, 질 높은 서비스를 위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올려야 한다. 내 주머니 챙기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소비자 만족을 위한 것이다.

물건 값을 올리기 위해 무슨 기업이 하는 말이 아니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극장 관람료를 6,0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리는 운동을 추진하며 내세운 명분이다. 그들은 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춘연)까지 만들었고, 내친 김에 흥행성이 적다는 이유로, 또 스크린쿼터 때문에 마지못해 상영하는 점을 감안해 외화(수입사 6: 극장 4)보다 불리한(현재 5:5) 수익분배율도 고치겠다는 것이다.관람료 올리기는 언제나 극장과 외화수입사들의 몫이었다.

5년전 ‘브레이브하트’때도 그랬다. 극장들은 상영시간이 길어 상영횟수에 따른 수익 감소를 이유로 1,000원을 올렸다. 어차피 1,000원을 올려도 관객들은 볼 것이란 예상에 외화수입사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올해 관람료 인상도 사실은 외화수입사와 극장에서 불을 댕겼다. 6월 ‘미션 임파서블 2’개봉을 앞두고 일부 극장이 시도를 하려 했다. “이런 흥행작은 1,000원을 올려도 볼 수 밖에 없다”는 배짱이 작용했다. 그러나 그 시도는 실패로 끝났다. 여론의 비난, 정부의 공공요금(입장료는 자율사항이지만 정부에서 공공요금으로 묶어 놓았음)인상억제책을 무시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국영화제작자들이 나섰다. 강우석, 강제규, 차승재, 신철, 김형준, 이은, 이준익 등 모두 내로라하는, 한국영화제작의 거의 전부를 담당하는 젊은 제작자들이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일까. 아니면 한국영화의 품질향상에 자신이 있다는 걸까. 그들의 주장을 들어보자.

“5년 전과 비교해 제작비가 300% 올랐다. 평균제작비가 과거 10억원 이하에서 13억~18억원이나 된다. 때문에 서울에서 20만명이 들어야 겨우 비디오 판매와 TV방영권을 포함해 본전을 건진다. 입장료를 올리고 분배율을 조정하면 10만명에서 15만명으로 낮아져 억대 스타를 캐스팅하지 못하면 제작이 무산되는 일이 적어진다. 다양한 작품들이 과감하게 시도되고,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지며, 자연히 한국영화도 다양하고 질이 좋아진다.”

사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한국영화는 관객 동원에 애를 먹고 있다. 상반기 26편중 대여섯편만 20만을 넘겼다. 그들은 극장 걱정도 했다. 멜티플렉스의 등장으로 기존 극장들도 수익이 감소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이들에게 일정 수익을 보장해야 서비스도 개선되고, 극장 운영도 계속할 수 있다”고.

이춘연 위원장은 “이번에 관람료를 올리려는 사람들은 비교적 양심세력들이어서 설득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스스로 한국영화를 제작하고 사랑하는 욕심없는 사람들의 한국영화 발전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얘기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한번 뒤집어 보자. ‘쉬리’이후, 투기자본의 유입으로 한국영화는 무조건 ‘크게’ 이다. 평균 시장규모나 해외시장개척 보다는 기적같은 흥행을 기대한다. 10억으로 1억버느니, ‘비천무’처럼 40억원으로 10억을 벌자. 그러자면 전국에서 250만명이 들어야 한다. 한국영화는 매번 ‘쉬리’같은 흥행성적을 내야 한다.

이는 합리적인 생산이 아닌 그들 스스로 만든 도박이다. 당연히 스타를 써야 한다. 그 경쟁이 배우들의 몸값을 턱없이 올려 놓았고, 흥행에 따른 책임은 고사하고 성과급 제도조차 말할 수 없으니 배우들은 어떻게 연기하든 “나 몰라”라 한다. 제작비 기준으로 보면 1억달러나 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미국영화보다는 엄청나게 싸다. 그러면 그런 영화는 1만원을 받아야 하나.

‘규모의 경제’라는 것이 있다. 시장규모와 원가의 상관관계를 생각해 가장 수익이 높은 생산기준을 정하는 것. 할리우드가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붓는 것은 그들이 가진 시장을 감안한 것이다. 그렇다면 40억원으로 덩치를 키운 한국영화는 어느정도 시장을 넓혀 놓았나. 그럴 만큼 알맹이가 있는 것인가. 화려한 포장만으로 소비자를 속이려는 것은 아닌가. 6,000원으로는 전국에서 80만명을 넘긴 ‘동감’같은 영화는 이제 더 이상 만들기 불가능한가.

이런 의문들을 풀어주어야만 ‘한국영화의 발전을 위한 1,000원’이란 말이 공감을 얻을 것이다. 영화는 제작비만 많다고 질 좋은 상품이 되지 않는다. 큰 도박을 위해 큰 돈을 쏟아붓고는 그 부담을 관객들에게 떠넘기려 한다는 인상을 주면 그들도 장삿꾼에 불과하다.

이대현 문화부 차장 leedh@hk.co.kr

입력시간 2000/07/26 19:22



 

◀ 이전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