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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인가? 도굴범인가?

■ 실크로드의 악마들 (피터 홉커그 지음/사계절 펴냄)

동서양을 연결하며 물품교역과 문화교류의 중심이 되왔던 실크로드. 오늘날의 베이징을 출발해 돈황을 거쳐 중앙아시아 5개국과 터키의 이스탄불을 지나 유럽에 이르는 기나긴 대륙 횡단로인 실크로드는 인류 역사에서 오랫동안 무역과 번영의 무대였다.

그러나 20세기들어 실크로드와 그 주변 지역들은 수난의 시기를 거쳐야 했다. 미국, 영국, 러시아 등 서양 열강은 물론 일본의 탐험가들마저 고대 중앙아시아 유물들을 발굴하기 위해 앞다퉈 실크로드를 무참히 파헤쳤던 것.

1930년 중국이 유물 반출에 대한 금지령을 내릴 때까지 각국의 탐험가들은 경쟁적으로 실크로드에서 고대 벽화와 고전 필사본 등의 유물을 무더기로 빼내갔다. 그 탐험가들 중에는 오늘날 위대한 학자의 반열에 오른 사람도 있다.

과연 그들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가. 타국의 문화재를 마음대로 훔쳐간 약탈자인가 아니면 잠자는 과거에 새로운 빛을 던져준 역사가인가. 이 책은 20세기 초반 외국인들이 중앙아시아의 후미진 오지까지 뒤지면서 자행했던 고고학적 침략을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탐험가들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치열한 탐구정신으로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문화재를 발굴한 역사가이자, 한편으로는 문화재 도굴범이라는 야누스적인 두 얼굴을 가졌다.

아직도 세계 고고학계의 거두로 추앙받는 프랑스출신의 폴 펠리오를 비롯, 영국의 오렐 스타인, 스웨덴의 스벤헤딘, 미국의 랭던 워너, 독일의 알베르트 폰 르콕, 일본의 오타니 고즈이 등 유물 발굴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 여섯 명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저자는 탐험가들의 이야기와 함께 이들의 유물 발굴 행위가 정당한가 그렇지 않은가에 대한 진지한 질문도 던지고 있다. 문화재를 훔쳐간 약탈자임에는 분명하지만 한편으로는 원주민들과 이교도들에 의해 훼손됐을지도 모를 문화재를 지켜낸 역사가이기 때문. 그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타클라마칸 사막을 넘어 도굴을 감행한 이유에 대해서도 다룬다.

영국 일간지 ‘더 타임스’에서 20년 동안 아시아 관련 전문기자로 활동해온 저자가 중앙아시아의 방대한 지역을 직접 답사한 뒤 쓴 역작. 1980년 영국에서 발간됐을때 중앙아시아에 대해 가장 재미있고 심도있게 쓴 책으로 평가받았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는 원서에도 없는 그림 자료를 덧붙이는 노력을 기울려 한층 좋은 책을 만들었다. 100여년 전에 찍은 사진을 포함한 70여 컷의 자료들은 독자들을 중앙아시아의 실감나는 현장으로 초대한다.

역자는 또한 단순한 번역에만 그치지 않고 저자의 오류도 수정, 보완해 내용을 더욱 정확하고 풍부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저자가 프레스코라고 칭한 실크로드 벽화가 실제는 ‘세코’라고 수정했으며 카라호토의 멸망 연대도 바로 잡았다. 또 서하 왕국에 대한 저자의 잘못된 이해들도 고쳤다.

역사적으로 많은 문화재를 빼앗겨온 우리에게 유물 도굴자들은 결코 남의 얘기가 아니다. 독일인 오페르트는 왕족의 묘를 파헤쳤고 프랑스인들은 외규장각의 귀중한 도서를 강탈해 갔다. 이 책을 통해 서구의 유명한 사학자들과 탐험가들에 대한 시각을 올바르게 다시 세워보자.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gihui@hk.co.kr

입력시간 2000/08/01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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