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돋보기] 시장을 열지 못하게 하라 등

◐ 시장을 열지 못하게 하라

조선시대 경제의 중심이었던 장시. 특히 조선후기 장시는 상업 뿐 아니라 정치, 신분, 사회 연구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회변화의 중심이었다.

장터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지역주민과 상인들이 어우러져 펼쳐낸 장터문화는 조선시대 민초들의 삶 자체였다. 상품거래의 장이자 사교와 여론 형성 기능까지 했던 장시는 지금의 재래시장, 또는 5일장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이 장시는 어떻게 형성됐으며 어떻게 발전해갔는지, 어떤 상품이 어떤 경로로 유통되었는지 살피고 있다.

장터를 떠돌던 장돌뱅이의 삶, 조선시대 실학자들의 시장관, 시장형성금지에서 장세징수로 변한 조선시대 상업관 등 시장의 변화를 통해 조선시대의 사회변화마저 살폈다.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인 저자의 치밀한 연구와 해박한 지식이 돋보이는 책. 가람기획, 9,000원.

◐ 격동의 세계사를 말한다.

임진왜란 때 끌려간 조선인 도공의 후예 도고 시게노리. 조선인으로서 일본 외무대신까지 지냈지만 종전후에는 A급 전범으로 내몰렸던 그의 자서전이다.

저자가 일본 외무부 수장으로 바라본 20세기 전반 열강들의 음모와 숨막히는 외교전이 재미있다. 태평양 전쟁을 둘러싸고 미,일간에 벌어진 외교전쟁 대목은 이책의 백미다. 자서전임에도 불구하고 편견을 배재한 정확한 역사서술로 20세기 초반 역사의 이면을 명쾌하게 내보이고 있다.

종전후 20년 금고형을 선고 받고 복역중 ‘시대의 일면’ 이라는 제목으로 펴냈던 책을 국내 사학자가 번역했다. 청일전쟁 당시 외무대신이었던 무쓰 무네미쓰 백작의 건건록과 비교될 만한 수작. 식민지 세대 한국의 운명을 좌우했던 일본, 소련, 미국의 외교적 전략과 술수 등이 삼국지에 버금가는 스릴과 재미를 준다. 학고재, 1만5,000원.

◐ 국회의원 마누라가 본 이 나라의 개판정치

5선의 전국회의원 송원영씨의 부인 윤금중 여사의 정치 에세이집. 저자는 정치가가 아니면서도 국회의원의 아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부정선거의 한가운데에 서있었고 군사정권 하에서는 핍박의 세월을 보냈다.

국회의원의 아내로서 한국정치를 지켜본 결과 부정, 타락이라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로 개판이라는 한국정치. 이 대통령에게 팽당한 이범석씨, 장면 부통령에게 가해졌던 박해, 이기붕 씨 일가의 비극적인 죽음 등 한국 현대사의 정치 비극 등을 한 여자의 눈으로 섬세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이 책은 또한 국회의원 아내로 겪었던 한 여자의 인생 이야기도 담고 있다. 한 달에 1,500환 사글세방에 살던 처지에서 졸지에 집 두 채의 안주인이 된 얘기, 취직 부탁에서부터 장례식 비까지 요구하는 유권자들, 검정고무신을 신고 다니던 남편 이야기 등을 따스하게 풀어냈다. 한국문원, 8,500원.

◐ 타임라인

쥬라기 공원으로 미국 출판계와 할리우드의 흥행 보증수표로 인정받고 있는 작가 마이클 크라이튼의 새 과학 스릴러 소설. 쥬라기 공원의 ‘혼돈이론’, 잃어버린 세계의 ‘복잡성이론’등 해박한 과학지식을 선보였던 저자는 타임라인에서 21세기 과학의 최대쟁점이라고 일컬어지는 양자역학, 양자 컴퓨터 등 최신과학을 흥미진진한 스토리 속에 빼곡이 담았다.

과학지식을 소설과 결합시키는데 탁월한 재능을 지녔다는 찬사를 받아온 크라이튼의 명성을 이 책은 또한번 재확인시켜준다.

어느날 중세로의 시간여행을 떠났다가 타임머신 고장으로 14세기 유럽에 불시착한 중세학자와 물리학자의 이야기가 뼈대를 이룬다. 음모와 피비린내 나는 중세로부터 목숨을 걸고 탈출을 감행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숨쉴 틈조차 주지 않는다. 김영사, 7,900원.

◐ 토토로의 숲을 찾다.

‘토토로’는 일본의 신화에 나오는 숲의 정령. 환경보호 운동의 하나인 내셔널 트러스트의 상징적인 존재로 토토로를 내세웠다.

1895년 영국에서 시작된 내셔널 트러스트 운동의 발자취를 따라 미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을 취재한 기행문 형식의 책. 우리에게는 아직 생소한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을 통해 환경보호의 필요성과 우리가 지녀야 할 마음자세는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이 생각케 하는 환경운동 입문서. 이후, 8,500원.

◐ 공룡대탐험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생명체 공룡, 그 공룡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책. 공룡의 출현과 진화, 생태와 멸종에 이르기까지 공룡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모든 것이 들어있다.

국내 최초로 공룡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은 고생물학자 이융남 박사가 지은 전문적 지식이 넘치는 교양서. 풍부한 현장탐사와 저자의 해박한 지식을 동원하여 공룡에 대한 최근까지의 과학적 연구성과를 집대성했다. 창작과비평사, 2만8,000원.

◐ 지도를 거꾸로 보면 한국인의 미래가 보인다.

무역협회 회장 김재철 씨가 내놓은 한국의 발전전략. 원양어선 선장으로 동원그룹을 일궈낸 저자가 21세기 파워 코리아 비법을 소개한다.

세계지도를 거꾸로 돌려보면 한반도는 태평양을 향해 힘차게 솟구치는 번영의 터전이라고 주장하는 저자가 우리의 미래를 바다에서 찾자고 역설한다. 김영사, 9,900원.

◐ 아이를 부자로 키우는 법

아이를 부자로 키우는 10가지 지침. 대부분의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돈은 그리 중요하지 않아’라고 가르치면서 자식들이 커서는 부자로 살기를 바란다.

스스로를 부자라고 내세우는 저자가 자녀를 행복한 부자로 키우고 싶은 부모들에게 전하는 실질적인 자녀교육 지침서.‘절대로 유산을 남기지 마라’‘ 돈보다 시간을 낼 줄 아는 아빠가 돼라’‘돈을 찾아다니게 만들어라’등 부모가 마음 속에 새겨야 할 가르침들을 담고 있다. 중앙 M&B, 7,500원.

◐ 니체와 예술

대중을 지배하는 영상매체의 거대한 힘에 짓눌려 단지 문화상품으로 전락하고 만 현대 예술. 정보와 기술을 최대의 무기로 삼는 후기 산업사회는 인간의 존엄성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다. 마치 불나방처럼 당장 밝고 환한 곳만을 좇는 현대 문화인들.

저자는 니체의 옛 철학을 고찰함으로써 예술의 근원과 인간의 본래적인 모습을 되찾고자 한다. 니체의 실험 미학에 대한 단순한 소개에 그치지 않고 삶에 대한 근원적인 통찰까지 보여준다. 한길사, 1만2,000원.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01 20:31


송기희 주간한국부 gihu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