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그녀들'의 살아있는 눈빛,..

‘여자보다도 더 예쁜 남자들’, ‘이놈 저놈보다는 이년 저년 소리를 더 듣기 좋아하는 남자들’, ‘그러나 주민등록증 뒷번호는 2가 아닌 1로 시작하는 여자들’.

외국에서나 구경할 수 있던 여장(女裝)남자의 쇼가 서울에 들어왔다는 말을 듣고 취재에 나섰다. 흔히 ‘게이쇼’라고 불리지만 스스로는 게이라고 불리기를 거부하는 ‘트랜스’(Trans-sexual)의 무대다.

10년전쯤 태국에서 본 알카자쇼의 기억을 되살리며 찾아간 관광식당 하하호호. 삼성역 인근의 금싸라기땅에 널찍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것 외에 겉으로는 다른 식당과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서면 뭔가 색다른 느낌이 온다. 허연 가짜 엉덩이를 붙인 웨이터, 화려한 무대장치와 조명, 분위기 등등. 진짜 여자보다 더 여자처럼 펼치는 공연에 대해서는 말을 말자.

중요한 것은 그네들의 살아나는 눈빛이다. 사회적 편견에 눌려 항상 음지으로만 돌아다녔던 그네들이 떳떳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무대에 선다는 것, 그리고 그속에서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말은 ‘비로소 찾은 행복’이라는 말과 통할 것 같다.

게다가 무대에 오른 18명의 배우중 절반 가량은 성전환 수술을 받았다.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쭉쭉 뻗은 일류 모델감이다.

평범한 남자와 만나 아들 딸 낳고 살고 싶다는 ‘그녀들’. 특별한 여자가 아니라 항상 곁을 지나가는 평범한 여자로 봐주기를 기대한다는 애절한 목소리는 우리 사회에 여전히 벽으로 남아있는 편견에 대한 옹골찬 외침으로 들렸다.

하지만 커밍아웃(스스로 게이임을 밝히는 일)이란 단어 자체가 아직도 생소한 우리 사회에서 그들의 밝은 눈빛이 오히려 애처롭게 느껴진 것도 또하나의 편견이 아니었을까 두렵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입력시간 2000/08/0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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