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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하 남자, 연상 여자가 좋아요’

경기도 일산 모여고 3학년 담임인 박모(38) 교사는 두살 아래 남편과의 사이에 1남2녀의 자녀를 두었다. 박 교사는 연하남 연상녀 커플에 대한 시각이 곱지 않던 1990년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골인, 현재 단란한 가정을 꾸미며 살고 있다. 지금은 기억 속에만 남아있지만 당시 박씨에겐 일생일대의 중대한 선택을 해야할 시기가 있었다.


안정·관습 대신 사랑과 도전 택해

박씨가 연하 남편 문모(36)씨를 만나게 된 것은 1987년 겨울 방학때. 당시 모극단에서 파트타임으로 배우 활동을 하던 박씨는 평소 자신을 사모하던 고향 남자 선배를 따라온 남편을 처음 만났다. 천생연분이라고나 할까, 아직 앳된 얼굴의 남편을 보는 박씨는 순간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박씨는 몇년간 자신에게 마음을 주었던 고향 선배를 무시할 수 없었다. 고향 선배는 어엿한 직장에 오랫동안 가족들과 인연을 맺어온 탓에 부모님으로부터 큰 지지를 받고 있었다.

이에 반해 후배 문씨는 아직 대학생 신분인데다 나이도 두살 어려 양가 가족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행여 연하남과 결혼을 하게 되면 주변 친구의 시선, 또 학교 제자의 놀림감이 되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박씨는 결국 ‘안정과 관습’을 따르기 보다는 ‘사랑과 도전’을 택했다. 그래서 두살 연하인 문씨와 결혼을 결심했다. 박씨는 집안의 반대를 넘기 위해 문씨와 짜고 양가 부모에게 “이미 두 사람이 함께 밤을 보냈다”고 거짓말을 해 가까스로 결혼 승락을 받아냈다. 박씨는 결혼식장에서까지 냉랭했던 양가 부모님의 시선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지금 두 사람은 양가에서 더없이 좋은 며느리, 성실한 사위로 인정받고 있다. 박씨는 그때의 결정이 현명한 것이었다고 아직도 확신한다. 요즘 들어서는 그때 반대했던 친정 식구들이 자신보다 오히려 남편을 더 감싸고 돌 정도다.

2남3녀중 장녀인 박씨가 집안 금기의 벽을 깨면서 박씨내 시댁과 친정에는 연상녀 연하남 커플이 줄줄이 탄생했다. 박씨의 막내 남동생이 3살 위의 여성과 혼인했는가 하면 남편의 여동생도 4살 연하인 군의관과 최근 연을 맺었다. “육체적·정신적으로 젊은 남편을 갖는다는 거, 그거 생각보다 신나는 일입니다”고 박씨는 힘주어 말했다.


듬직한 며느리, 젊은 사위

결혼 연령 파괴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결혼은 2~5세 가량의 연상 남자와 연하 여자간의 결합이라고 당연시되던 것이 이제는 나이 역전 현상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물론, 실제 그 숫자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일부에서는 연상 여자와 연하 남자의 결혼이 오히려 안정적 가정 생활이나 남녀 평균 수명, 성생활 영위 기간 같은 신체적인 면에서 더 이상적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989년 초혼한 부부의 경우 남자 연상과 여자 연상(동갑 포함)의 비율이 82.1:17.9였던 것이 1994년에는 81.6:18.4로 늘어나더니 1998년에는 78.7:21.3으로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동갑을 포함한 여자연상 커플이 10년 사이에 16%나 증가한 것이다. 남자 연상 커플의 경우에도 남녀간 나이차 1~2년으로 적은 커플은 계속 늘어나는 반면 나이차가 6~9년 차이로 많은 커플 수는 점차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혼한 커플의 남녀간의 나이차가 갈수록 점차 줄어들거나 역전 현상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 인구분석과 정화옥 서기관은“1990년대 중반부터 여자 연상 커플 수가 갑자기 증가하기 시작했다”며 “아직 정확한 집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최근 1~2년 사이에는 그 증가세가 훨씬 높아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여자 연상 커플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바뀌고 있다. 예전 같으면 본인들이 쉬쉬하던 것이 이제는 부모까지 적극 찬성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남자측 부모는 경제력이 있는 연상 며느리를 맞는 것을 굳이 마다하지 않고, 여자측 부모도 기왕이면 젊고 신세대 사고를 가진 사위를 더욱 선호하는 것이다.

슬하에 4자매를 둔 최모(62·여)씨는 대표적인 사례. 최씨는 아직 시집 안간 딸들에게 연하 남자와 결혼할 것을 강력히 주장하며 맞선이 들어와도 연하 남자가 아니면 받질 않는다. 최씨가 굳이 젊은 사위를 고집하는 것은 본인의 경험에 따른 것.

최씨는 40여년전 연하 남편과 결혼을 했는데 처음에는 다소 창피하기도 했지만 결국 나중에는 여자쪽에 여러모로 좋다는 결론을 몸소 체험했다는 것이다. 최씨는 “벌써 몇년 전부터 친구 중에 상당수가 남편을 일찍 여의고 과부 신세가 된 사람이 여럿”이라며 “남편이 젊다는 것은 한 가정이 그만큼 젊고 활기차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미혼남녀 모두 긍정적 반응

연상 여인에 대한 젊은 층의 생각도 매우 적극적이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지난해 8월 서울 및 전국 6대 도시에 거주하는 20~30대 미혼 남녀 800명(20대 400, 30대 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상녀 연하남 커플 결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혀 문제될 게 없다’가 25.3%(101명), ‘주변의 반대는 있겠지만 가능하다’가 52.8%(211명)로 응답자의 78.1%가 긍정적인 대답을 했다. 반면 ‘인습에 어긋나 불가능하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17.8%(71명)에 불과했다.

이 조사에서 흥미로운 것은 남성은 젊을수록 연상 여자에 호감을 느끼고,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연하 남자에 적극적이라는 사실이다.

30대 남성 중 73%가 긍정적으로 답한 반면 20대는 84%가 연상 여자에 대해 찬성 의사를 표시했다. 여성도 20대가 78%가 연하남에 찬성한 반면 30대 여성은 무려 83%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또 ‘연상녀 연하남 커플의 적당한 나이는 얼마인가’에 대한 질문에 ‘3세 미만’이 전체 응답자의 88%나 됐다.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이 주원인

결혼 연령의 역전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는 것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에 따른 부부간의 평등 의식이 증가한 것이 주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 개인주의가 보편화하고, 일부 남성의 경우 여자에게 의존하려는 경향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런 현상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최근에는 초혼 연하 남자와 이혼 경험이 있는 연상 여자의 결합도 흔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커플은 대개 여성의 경제력이 큰 작용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처럼 결혼 연령 파괴 현상은 우리 사회의 결혼 문화가 이제 나이 같은 명분보다는 경제력이나 생활 능력 같은 실질적인 문제에 더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농경시대 우리 조상은 노동력을 지닌 여성을 들이기 위해 조혼이라는 풍습을 만들었다. 최근 결혼 연령 역전 현상은 전과 달리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관계가 깊다. 여성의 사회적 비중이 커질수록 우리 주변에 ‘꼬마 신랑’의 숫자도 더욱 늘어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herosong@hk.co.kr

입력시간 2000/08/0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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