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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한·자 동맹', 민주당이 판 깨

정가를 뒤흔든 昌·JP밀약설

“자민련에게 당하고 한나라당에게 당하고 우리 당은 침울하고…. 하지만 결과적으로 잘 풀려나가지 않겠습니까. 이회창 총재와 김종필 명예총재가 이야기가 된 것이니….”

국회법 개정안의 본회의 강행처리가 무산된 다음날인 7월26일 오전 민주당 정균환 총무는 허탈한 마음을 토로하는 순간까지도 ‘창(昌)·JP 밀약설’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휴지같은 밀약설”이라며 펄쩍 뛴다. 민주당이 전혀 근거없는 밀약설을 들고 나와 날치기를 정당화하고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있다는 것이다.


밀약설의 발단

밀약설의 발단은 JP와 이 총재의 22일 골프장 회동이다. 민주당이 주장하는 밀약설은 두 사람의 회동전 자민련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자민련을 교섭단체로 만들어 주기 위한 묵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한나라당측에서 자민련에게 모종의 루트를 통해 “자민련이 주장하는 교섭단체 요건 10석은 곤란하다. 15석 정도면 어떻겠느냐”는 구체적인 제의가 왔다는 것이다.

민주당 정 총무는 이같은 묵계를 자민련 김종호 총재권한대행에게 국회법을 운영위에서 날치기한 25일 오전 재차 확인, “뒷거래를 해놓고 설마 막기야 하겠느냐”는 생각에 상정을 시도했다고 주장한다.

그렇게 수그러 들뻔한 밀약설은 다음날인 26일 한나라당에서 또다른 사단이 벌어지면서 상황이 역전됐다. 정창화 총무가 기자간담회에서 “두달전 총무가 되는 순간부터 자민련 문제에 대해 많은 의견교환을 했다”면서 교섭단체 협상 용의를 밝힌 것. 의원총회에선 정 총무에 대한 성토가 쏟아졌지만 야당의원 조차 고개를 갸우뚱하는 상황이 됐다.


밀약설의 진상

한나라당 정 총무의 발언은 밀약은 아니어도 한나라-자민련 간에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한 셈이다. 야당은 여당안대로 ‘교섭단체 10석’이 되면 야당분열의 기폭제가 될 수있는 만큼 협상으로 완화폭을 줄여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는 것이다.

이회창 총재가 자민련의 숙원인 교섭단체 문제에 대한 샅바를 잡고 있으면서 이를 풀지 않고 JP와 대승적 차원의 관계개선을 시도하려 했다는 한나라당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총재와 JP가 회동하기 전날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에서도 양당의 묵계 내용을 파악하고 있더라”고 전했다.

이같은 맥락에서 살펴보면 날치기에 얽힌 몇가지 미스터리는 쉽게 풀린다. 자민련 김종호 대행이 본회의 전날 야당의 자택 봉쇄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귀가했고 당일에도 석연찮은 ‘탈출극’ 소동까지 벌인 이유는 뭘까. 정가에선“JP가 이 총재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수를 썼다”는 해석이 정설이다.

JP는 막판까지 한나라당과의 끈을 놓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이용해 운영위를 통과시켰으니 본회의는 한나라당과 막후협상을 통해 교섭단체 문제는 풀 수 있다고 확신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향후의 운신폭까지 고려한 JP의 여야 등거리 노림수는 지금도 ‘진행중’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왜 실력저지에 나섰을까. 정가에선 이 총재의 의도보다 상황이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나갔다는 것이 정설이다. 분위기를 잡아나가야했을 타이밍에 눈치 빠른 민주당이 자민련을 놓치지 않으려고 초강수를 두었다는 것이다.

이 총재측은 당장의 급선회는 명분이 약하고 당내 정지작업도 안됐다고 판단, 강경기조를 유지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한나라당은 지금도 ‘국회법’의 ‘국’자만 나와도 펄쩍 뛸 정도로 완강하다. 이에 대해선 ‘국회법을 처리해주면 밀약설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는 자기방어 논리가 발동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풀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태희 정치부 기자 taeheelee@hk.co.kr

입력시간 2000/08/02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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