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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학용품 맞아?

팬시화 경향으로 기능보다 디자인·캐릭터 중시

문구류의 한해 시장규모는 적게 잡아 1조원, 크게 잡으면 5조원. 도대체 시장규모의 차이가 4조원까지 들쭉날쭉인 건 왜 그럴까. 대답은 간단하다. 문구류의 정확한 기준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학용품을 위시한 문구류가 기능만 다투던 시대는 지나갔다. 기능보다는 오히려 디자인과 장식성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추던 전통적 문구류가 기호성을 중시하는 팬시상품과 상호침투하고 있는 것. 문구류 시장규모의 계산이 크게 차이나는 것도 순수 문구와 팬시상품 사이의 경계가 모호해진데 기인한다.


팬시상품에 밀린 문구류

문구와 팬시상품의 상호침투는 캐릭터의 부상과 직접 연관이 있다. 다양한 인기 캐릭터가 부가되면서 문구류는 단순한 기능성 제품에서 기호성, 장식용 제품으로 탈바꿈했다. 문구와 팬시상품의 접합은 다양성과 개성을 원하는 소비자의 기호에 큰 영향을 받았다.

문구-팬시 결합은 제품의 다양성을 낳았다. 문구 메이커 모닝글로리의 허상일 신유통사업부 부장의 이야기. “문구와 팬시가 본격 결합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초반부터다. 이같은 경향은 제품의 다양성으로 표출됐다. 2~3년 전부터는 교보문고를 비롯한 대형 매장에서도 전시되는 문구가 다양화하기 시작했다. 교보문고 문구매장의 경우 순수 문구가 절반이 안될 정도로 팬시상품과의 결합이 심화했다.”

문구류의 다양화는 어느 정도일까. 교보문고 팬시상품점 아트박스에 진열된 상품을 보자. 소품주머니를 겸한 필통(봉제제품)이 70~80종, 편지지 49종, 카드 70종, 메모판 5종, 시스템 다이어리 50종, 수첩 27종, 캐릭터 엽서 36종, 스프링 연습장 15종, 노트 7종, 소형액자가 60여종에 달한다. 판매원은 아직 전시되지 않은 종류도 많다고 했다.

문구용과 팬시용의 구분이 어려운 용품도 종류가 다양하기는 마찬가지. 저금통이 10종, 소형 휴대용 선풍기 4종, 핸드폰 액세서리 80여종, 머그잔 28종이 진열돼 있다.


색상·디자인이 첫째 선택기준

아르바이트생 표정연(한경대 3년·23)씨에 따르면 주요 구매층은 10대, 특히 여학생이다. 전반적으로 물건을 고르는 기준은 색상과 디자인이 첫째고, 다음이 제품에 삽입된 캐릭터. 실용성은 가장 하위 기준이라고 한다. 나이 어린 초등학생일수록 캐릭터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매장에서 만난 상명여고 2학년 조연수양은 펜, 수첩, 연습장 등으로 한달에 5,000원을 쓴다고 말했다. “예쁘면 무조건 사요. 별 필요없고 안쓸 것도 사서 집에 쌓아두기도 해요. 남과 똑같은 것은 안써요. 색다르고 특이한 것을 좋아해요.”

교보문고 학용품 코너에 진열된 제품 다양성은 한수 위다. 몇가지만 보자. 각종 스티커가 500여종, 포스트잇 65종, 형광펜 20여종, 포인트펜 28종, 커트칼 30여종, 사무용 팬시 페이퍼 20종이 즐비하게 전시돼 있다.

여기다 ‘니키’ 캐릭터 인형 40종, 연예인 사진 220종, 캐릭터 알람시계 53종, 마우스 21종, 지포라이터 50종 등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다양성을 살리지 못하고 고색창연함을 유지하고 있는 품목은 축의·부의금 봉투에 불과하다.

문구 소매점의 제품 다양성은 학생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 B(강남구 대청초등 4년)양의 학용품 명세. 필통 6개(철제 1, 봉제품 2, 탁상용 3), 풀 3개, 테이프 2개, 커트칼 2개, 가위 2개, 지우개 6개(카트리지형 3개), 샤프펜슬 3자루, 연필 7자루(카트리지형 2개), 볼펜 4자루, 형광펜 2세트, 12색 색연필 3세트, 지우개용 화이트 2개, 수첩 4개, 사인펜 2개 등이다. B양은 자신의 학용품 품목과 수량은 반 전체에서 중간쯤 된다고 말했다.

문구에 팬시 개념이 도입된 것은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기호변화, 유행에 대한 민감성, 업체의 판매전략이 상승작용한 결과다. 문구시장의 형태변화는 소비자의 개성을 살리는 긍정적 역할과 동시에 부작용도 초래하고 있다. 이른바 학용품 과소비다.


캐릭터가 판매 좌우

문구와 팬시상품의 접합은 업계의 과당경쟁을 강요하고 있다. 디자인과 캐릭터가 판매를 좌우하면서 제품의 생애주기(life cycle)가 점점 짧아지기 때문이다.

모닝글로리 기획실 전창수 대리에 따르면 편지지의 경우 생애주기는 일주일에 불과하다. 매주 디자인을 바꿔 출시한다는 이야기다. 일주일 안에 판매되지 않는 제품은 폐지가 된다.

아이템별로 생애주기가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기본적인 학용품은 한달, 팬시류 상품은 두달 정도에 불과하다. 제품 생애주기 단축은 원부자재 수입증가를 부른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종이와 잉크 뿐 아니라 제조기계의 수입량도 그만큼 커지게 된다.

캐릭터에 대한 의존심화는 캐릭터 수입으로 연결된다. 모닝글로리처럼 자체 개발한 캐릭터를 고집하는 업체도 있지만 대부분은 그렇지 않다. 외국산 캐릭터 수입은 사용과 재수출에 이르기까지 제약이 많다.

캐릭터 소유사는 통상 캐릭터에 대한 일괄사용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용도를 세분화한다. 라이선스 수입을 최대화하기 위해 필통용, 스티커용 등으로 사용을 제한하는 것. 이때문에 국내업체간에 출혈경쟁이 벌어져 라이선스 비용만 터무니없이 올려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게 업계 관계자의 이야기다. 더욱이 수입 캐릭터를 사용한 제품은 제3국 수출이 불가능하다.

문구와 팬시의 결합은 문구류가 기능이 아닌 이미지 제품으로 변화했음을 시사한다. 유치원생, 초등학생도 기성세대의 소비행태를 답습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어린이들은 이제 문구점에서 문구를 사는 것이 아니라 문구에 담긴 이미지와 메시지를 사고 있다. 교육부가 발행한 ‘1999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의 유치원생은 53만4,166명, 초등학생은 393만5,537명이다.


한국의 문구업계

문구류는 일반적으로 지제품(노트, 연습장, 수첩, 다이어리, 앨범, 스티커), 학용공산품(자, 칼, 풀, 가위, 지우개), 필기류(유·수성펜, 중성펜), 사무용품(파일, 바인더, 데스크용품), 팬시용품(인형, 머그류)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국내시장 규모는 지제품 1,100억원, 학용공산품 500억원, 필기류 4,000억원, 사무용품 1,000억원, 팬시용품 2,000억원 등이었다.

현재 문구업체는 200개가 훨씬 넘어서지만 150종 이상을 생산하는 종합 문구업체는 몇개 되지 않는다. 종합 문구업체 중 빅3는 모나미, 모닝글로리, 바른손이 꼽힌다.

유일한 상장업체로 국내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모나미의 주력상품은 필기류. 모나미는 지난해 총매출 930억원(해외 294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1,300억원(해외 32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닝글로리와 바른손은 IMF위기의 와중에 흑자부도를 맞아 화의절차를 밟고 있지만 지난해부터 다시 활발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모닝글로리의 지난해 매출은 500억원(수출 15%). 모닝글로리는 특히 대외적으로 인정받은 디자인 실력을 바탕으로 20개국에 전문숍 150곳을 두고 있다.

지난해 문구류 해외수출은 4억1,000만 달러에 달해 전년에 비해 17% 정도 증가했다. 수입액은 1억3,653만 달러로 1998년에 비해 52.8% 늘었다. 수입 문구류의 주종은 필기도구. 특히 일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seapower@hk.co.kr

입력시간 2000/08/02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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