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게임 열풍, 신세대 매료시키는 신종스포츠로 부상

하늘을 나는 스케이트 보드.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걸어다니는 인라인 스케이터. 자전거를 장난감 다루듯 하며 아슬아슬한 묘기를 선보이는 BMX 라이더.

지난 7월27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X게임 경기장. 이곳은 마치 서커스장 같다.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가느다란 막대 위를 서슴없이 달리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다른 사람은 벽을 타고 걷는 기술을 뽐낸다. 이른바 X게임이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X게임 열풍이 불고 있다. 올림픽공원 X게임장은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마니아로 북적거렸다.

이들은 여름철 땡볕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고난도 기술 연마에 여념이 없다. 일상으로부터 벗어난 자유인의 해방공간. 힙합바지, 독특한 귀걸이 등 개성이 톡톡 튀는 옷차림을 한 젊은 청년들이 갈고닦은 기량을 뽐내며 X게임에 푹 빠져 있다.


모험·스릴 동반한 스포츠의 극단

X게임이란 ‘Extreme Sports’라는 의미로서 매우 모험적이고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의 극단.

거리의 계단과 장애물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스케이트 보드, 앞 바퀴를 들고 가는가 하면 핸들을 잡지 않고 안장에 서서 운전하는 BMX 자전거, 평평한 바닥보다는 벽을 타거나 공중제비에 더 적합한 롤러블레이드 등이 그것.

이외에도 X게임의 범주에 드는 스포츠에는 눈 대신 길바닥에서 썰매를 타는 스트릿 루지, 인공암벽을 오르는 스포츠 클라이밍, 하늘에서 서핑보드를 타고 낙하하는 스카이 서핑, 물 위에서 타는 스노우 보드를 의미하는 웨이크 보드 등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국내 X게임은 아직 ‘3B’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현실. 3B 외에는 즐기는 사람이 거의 없다. 3B란 스케이트 보드(Skate Board), 인라인 스케이트(Blade), BMX 자전거 등 3종류를 뜻한다.

예전에는 일부 거친 남성들이 길가에서나 즐기던 과격한 놀이가 세계적 스포츠로 부각된 것은 1995년 여름부터. 미국의 스포츠 케이블 TV ESPN이 거칠고 모험적인 스포츠를 모아 X게임이라는 이름으로 생중계하면서부터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당시 TV를 통해 방영된 BMX, 스케이트 보드, 인라인 스케이트 등 다이내믹하고 위험천만한 경기모습에 시청자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축구나 야구에서 느낄 수 없는 스릴과 묘기는 모험적 젊은 세대를 매료시켰고 이들이 차세대 스포츠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이때부터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청년들이 X게임에 빠져들었다.


국내수준 아직은 초보단계

시청자의 반응이 엄청나자 ESPN은 대회를 1년마다 개최하기로 결정했고 지금까지 매년 샌프란시스코에서 국제대회를 갖고 있다. 지난해 8월 열렸던 대회는 관중만 27만명에 달했으며 웨이크 보드와 스카이 서핑 등 새로운 종목도 선보였다.

올 8월 17~22일 열리는 ‘2000 X게임’ 역시 세계에서 350여명의 선수가 참가할 예정이며 상금도 총 100만 달러나 된다. 아시아에서도 아시아 X게임이 1998년 시작돼 지난해 10월 2회 대회가 개최됐다.

우리나라의 X게임 수준은 아직 국제대회에 참가할 정도까진 안되지만 X게임에 대한 청소년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대중 스포츠에 식상한 젊은 세대가 점차 X 게임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국내에서는 롤러 브레이드로 알려진 인라인 스케이트가 가장 인기가 높아 선수만 전국적으로 1,500명 정도에 동호인까지 합하면 20만명이 넘는다. 스케이트 보드의 경우도 전국적으로 선수만 1,000여명이 넘고 BMX도 200여명이 넘는 동호인과 선수가 있다.

X게임 열풍은 이미 젊은이의 패션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명 ‘익스트림 스포츠 룩’. 긴팔 셔츠에 반팔 T셔츠를 겹쳐 입은 상의, 주머니와 지퍼가 잔뜩 달린 헐렁한 바지, 큼직한 운동화에 벙거지 모자, 옆구리에 끼는 스케이트 보드 등의 차림새는 X게임 선수의 복장에서 유래한다. 또한 헐렁한 소매없는 T셔츠에 고무줄 반바지도 유행을 타고 있다.


“한번 빠지면 벗어나기 힘들다”

X게임의 매력은 게임의 모험에서 오는 스릴과 고난도 기술에 성공했을 때 느끼는 짜릿한 쾌감. 프로 X게이머 박종범(29) 씨는 “X게임은 마약과 같다. 처음에는 위험하다고 느끼지만 한 번 그 매력을 맛 보면 벗어나기 힘들다. 평생 직업으로 삼을 작정”이라고 말한다.

고난도의 기술을 성공시키고 난 후 관객의 박수 소리를 들을 때면 온몸에 전율이 느껴질 정도란다. 올림픽 공원에서 만난 이상이씨도 “스케이트 보드 위에 오르면 모든 것을 잊게 된다. 나 자신에게 푹 빠져든다. 그 황홀함은 안 느껴 본 사람은 모른다”며 X게임을 예찬했다.

이미 ‘ESP’라는 프로 X게임 단체도 생겨났다. 이곳에 등록된 선수는 약 15명 정도인데 이들은 보통 다른 직업없이 하루종일 자신의 주종목을 연마한다. 한달에 1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데 대회 참가로 얻는 상금 수입과 이벤트 참가 수입이 대부분이다.

X게임이 인기를 끌자 케이블 TV인 SBS 스포츠 채널은 ESPN의 관련 프로그램을 자주 방영하고 있으며 국내 X게임장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올림픽 공원 X게임장과 부산 동래구 온천동 실내경기장이 있으며 도봉산 X게임 스포츠랜드와 일산 스케이트 파크는 건설중에 있다. 이외에도 서울 동대문 훈련원 공원과 오산 등 각지에 X게임을 위한 소규모 구조물들도 설치 운영되고 있다.


“새로운 대안스포츠로 자리잡을것”

X게임 대회도 빈번하게 열리고 있다. 1999년에는 큰 대회만도 3개가 열렸으며 올해도 6월25일 코리아 B3 게임이 여의도 공원에서 열려 2,000여명의 관중이 몰리는 대성황을 이뤘다.

7월16~23일에는 G-SHOCK 스케이트 보드 젬 투어가 열렸으며 8월14일부터는 아디다스배 X게임 대회가 올림픽공원에서 펼쳐진다.

이외에도 여러개의 소규모 X게임이 개최됐고 앞으로도 열릴 예정이다. ESP 직원인 전성철 씨는 “아직은 X게임이 묘기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앞으로 새로운 대안 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X게임의 미래를 점쳤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03 17:32


송기희 주간한국부 gihu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