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현의 길따라 멋따라] 충남 아산시

우리나라 온천문화의 메카를 꼽으라면 단연 충남 온양이다. 교통이 매끄럽지 못했던 1970년대까지 서울에서 비교적 가까왔던 온양은 국내 최고의 휴양지였다. 신혼여행지로서 인기가 높았던 것은 물론,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등 고관대작들도 휴식을 위해 이곳을 즐겨 찾았다.

그후 전국 각지에 온천이 개발되고 시설면에서도 상대적 열세에 놓이면서 온양온천은 빛이 바래기 시작했다. 1995년에는 이름마저 아산시로 바뀌어 이곳은 ‘쉰세대’의 추억에만 남는듯 했다.

그러나 아산은 여전히 매력적인 여행지다. 온양 민속박물관, 외암리 민속마을, 현충사, 신정호수, 영인산 자연휴양림, 광덕산, 강당골 계곡 등 수많은 명소가 널려있다. 여행의 종합전시장이 따로 없다. 그리고 옛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현지의 노력도 치열하다.

아산에서 가장 많은 여행객을 유혹하는 곳은 온양 민속박물관. 도서출판 계몽사가 만든 사설박물관이지만 전시물의 규모나 내용은 민속분야에 있어 최고를 자랑한다. 2만여 점의 민속자료가 소장·전시되고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사용하는 모든 집기나 가구 등을 연령에 맞게 차례차례 열거한 테마전시장 ‘한국인의 일생’, 아기자기하면서도 소박한 아름다움이 넘치는 공예품을 한데 모은 민속공예관 등이 인기다.

‘민간신앙과 오락’ 전시실에 비치된, 한반도 전역에서 끌어모은 각종 탈도 볼거리. 양주 별산대, 송파 산대놀이, 봉산 탈춤 등 모두 11개 지역의 탈이 걸려있는데 기기묘묘한 표정에 아이들의 시선이 떨어질 줄 모른다.

호젓한 분위기에 젖으려면 설화산 기슭에 있는 외암리 민속마을이 제격이다. 1988년 전통건조물 보존지구 제2호로 지정된 이 곳은 500여년 전부터 예안 이씨 일가가 주류를 이루며 살고 있는 곳.

이미 유명해진 민속마을 대부분이 번잡한데 반해 외암리는 옛마을의 정숙함과 한적함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 마을을 지키는 장승, 긴 돌담길, 돌담에 누워 익어가는 누런 호박…. 모든 것이 정겹다.

광덕산과 강당골은 계곡미를 즐기며 가족산행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699m의 높지 않은 봉우리에 5개의 등산로가 잘 정비돼있다. 일명 ‘양화담’이라고도 불리는 강당골은 울창한 고목이 지붕을 이루고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계곡이다.

지난해 제1회 한일 청소년영화제가 열렸던 신정호수 유원지는 인근 주민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곳. 신정호는 1926년에 만들어진 인공호수로 넓이가 92㏊에 이른다. 주변에 국민관광단지가 조성돼 있으며 잔디광장, 야영장, 조류사, 체육시설 등 각종 부대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은 충무공의 사당인 현충사. 현충사는 이순신 장군이 1598년 노량해전에서 순국한지 108년이 지난 1706년(숙종 32년)에 지어졌다. 숙종이 친히 현충사란 이름을 내렸고 일제 때인 1932년 유적모존회가 결성돼 사당을 중건했다. 1966년에는 성역화사업이 진행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잘 관리되고 있는 사당의 전형을 보여준다.

권오현 생활과학부 차장

입력시간 2000/08/08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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