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만 철학하는게 아니네

■ 철학의 모험(이진경 지음/푸른숲 펴냄)

“철학은 어려워”“철학자들이 ‘신은 존재하는가’‘존재란 무엇인가’라는 골치아픈 질문을 던지곤 하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도통 모르겠어.”

철학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품어봄직한 불만이다. 난해한 개념과 선문답같은 이론때문에 일반인들은 철학을 어려운 학문으로 생각하고 철학자라고 하면 왠지 특이하고 약간 정신이 이상한 사람을 떠올릴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반인들의 철학 공부는 대개 철학자들이 즐겨 쓰는 개념을 암기하거나 몇가지 철학 용어를 배우는 데 머무는게 대부분이다.

이 책은 어렵기만 한 철학을 쉽게 풀어 설명해 독자들이 철학의 발전과정과 개념들을 쉽게 이해하고, 철학이론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백설공주가 쫓겨난 건 뚱뚱했기 때문이다’라는 대목은 대표적인 예. 책에나온 그 대목을 한번 요약해 보자.

‘백설공주와 일곱난장이에 나오는 왕비와 백설공주는 둘 다 예쁘긴 했지만 몸매는 왕비가 공주보다 훨씬 날씬해 최고의 미인은 왕비였다. 그런데 그 왕국에 있는 거울은 사람들을 실제보다 날씬하게 보여주는 거울이었다.

그래서 백설공주가 거울 앞에 서면 날씬하고 아름다워 보였지만 실제로 몸매가 좋은 왕비는 비쩍 말라 초라한 모습으로 보일 뿐이었다. 이 때문에 왕비가 거울에게 물을 때마다 거울이 백설공주가 제일 예쁘다고 대답하는 건 당연한 일. 왕비는 질투심을 이기지 못하고 백설공주를 쫓아냈다.’

저자는 보는 관점에 따라 사물이 달라 보일 수 있다는 철학의 인식론을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를 통해 설명했다. 다른 이론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어려운 철학적 개념을 우화와 이야기를 통해 쉽게 풀어쓰고 있다.

또 ‘세상에서 제일 잘 생긴 남자’ ‘왕이 죽어야 신하가 산다’ ‘신은 죽었다. 회전목마에 치여서’등 기발하고 재치가 넘치는 글솜씨가 돋보인다. 책을 읽다보면 철학도 이렇게 재미있고 쉬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저자는 또 ‘스스로 철학할 것’을 주장하며 철학자의 사유나 개념에 얽매이기보다는 그 이론을 현실생활에 대입해 보고 나아가 그 것들을 비판해보라고 권유한다.

특히 논쟁이라는 독특한 서술 방식을 도입해 평상시 대화하는 듯한 편안한 분위기를 유도, 독자들이 철학의 세계로 빠져들게 한다. 철학은 철학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인들 곁에 항상 머물러 있다고 주장한다.

90년대 철학입문서로 인기를 끌었던 ‘상식 속의 철학, 상식 밖의 철학’, ‘논리 속의 철학, 논리밖의 철학’을 대폭 개정해 한 권으로 펴냈다. 데카르트에서 시작되는 근대 철학에서부터 니체, 프로이트에 이르는 현대 철학에 이르기 까지 개괄하고 그들의 사상과 참 뜻을 세세히 설명해 줘 철학 입문서로적격이다.

서양철학에만 머물지 않고 동양의 장자철학과 이솝우화까지 넘나드는 사고의 자유분방함도 보여준다. 두 권의 책을 한 권으로 합친 외형적 변화뿐만 아니라 책의 1,2부는 새로 쓰고, 부족했던 부분은 대폭 보강하는 등 내용면에도 새로운 게 많다. 또 기존의 오류를 바로잡은 부분도 많아 개정본이라기 보다는 신간에 가깝다.

저자는 ‘철학과 굴뚝 청소부’ ‘상식 속의 철학, 상식 밖의 철학’ 등 일반인을 위한 쉬운 철학 시리즈로 유명한 이진경씨. 어렵고 난해했던 철학의 개념들과 역사적 발전과정을 쉽게 훑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08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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