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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카페(20)] 과학 페스티벌 민영화해야

[사이언스 카페(20)] 과학 페스티벌 민영화해야

여름방학을 맞아 여기저기서 크고작은 과학 페스티발이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 과학축전’이 지난 8월3일부터 5일간 있었고 이어 ‘대전 사이언스 페스티발’이 11일부터 10일간 개최된다. 과학에 대한 국민 서비스 차원에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다.

신문, 잡지, 방송, 강연, 전시 등 과학대중화의 방법은 여러가지 있지만 그중에서도 페스티발만큼 직접적인 방법은 없다. 참여자가 과학을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 페스티발은 1990년대 초반부터 선진국에서 물고를 트기 시작했고 현재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 뿐만 아니라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웬만한 나라는 큼직한 과학 페스티발 하나쯤은 개최하고 있다.

국제적 또는 국가적 규모의 과학 페스티발이 족히 70여개가 넘고 중소 규모의 과학행사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페스티발의 경향도 초기에는 단순한 전시위주에 불과했지만 점점 양방향 대화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참여 및 체험형 프로그램이 행사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대한민국 과학축전을 위시로 전국적인 과학 페스티발이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해서 크고작은 과학행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고 최근에는 과학 페스티발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과학도시’라는 특성을 배경으로 대전 엑스포 과학공원에서 11일부터 개최되는 제1회 대전 사이언스 페스티발 2000은 문광부에서 지정하는 문화관광축제라는 점에서 색다른 의미를 가진다. 과기부만 주축이던 과학행사가 문화관광부라는 새로운 축을 함께 부여잡은 것은 과학이 문화로 인정받을 수 있는 좋은 예가 되기 때문이다.

어렵고 재미없다는 과학의 특성은 오랜 세월 동안 과학지식을 과학자라는 울타리 안에 가두었다. 전체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과학기술 지식의 독점현상은 사회 집단간의 인식과 이해의 괴리라는 심각한 사회문제로 지적되어왔다.

과학지식의 불균등 분배를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나라가 과학대중화라는 무기를 양산하기에 이르렀고 그 한 형태가 바로 과학 페스티발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과학과 대중의 대화를 유도한다는 것이 근본 취지다.

영국의 과학 페스티발을 보면 그 취지를 금방 알 수 있다. 매년 3월에 있는 ‘영국 과학주간’에는 일부 대형행사를 슈퍼마켓, 철도역, 쇼핑몰 같은 장소에서 펼침으로써 평소에 과학기술에 관심이 없던 사람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고 과학기술이 생활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끼게 하고 있다.

동시에 전국의 대학과 연구소, 기업체가 행사의 구심점이 되기 때문에 사실상 전국 어디에서나 모든 국민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된다. 무려 150개가 넘는 세계적 기업이 독자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주최측에 재정적 후원을 한다.

이렇게 많은 기업이 동참하는 것은 바로 페스티발 참여가 기업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행사에 참여하는 젊은이가 바로 그들의 잠재적인 고객이며 기업을 이끌어갈 미래의 과학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배워야 할 것이 너무 많다. 가장 중요한 구심점인 연구소 학교 기업체의 참여는 저조하기 이를 데 없고 그나마 정부의 압력이 있어야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몇몇 공기업이 후원할 뿐이다.

과학의 공급자들이 등을 돌린 상태에서 페스티발의 성공은 있을 수 없다. 과학현장의 문이 열리지 않으면 생활현장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전국적 페스티발은 불가능하다. 기껏해야 한정된 장소에서 체육행사처럼 개최되는 국지적 행사로 전락할 뿐이다.

과학계의 각성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적어도 국민의 세금으로 연구했다면 그 일부만이라도 국민에게 알려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과학 페스티발은 초기에는 과학의 긍정적인 면과 발전의 필요성만을 홍보하는 과학옹호주의적(정부정책의 홍보수단)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과학의 발전과 함께 점차 그 선악의 양면성이 드러나면서 보다 객관적으로 과학을 알려야 한다는 소비자 중심의 중립주의(정부와 과학계의 국민 서비스 수단)로 전환되고 있다. 이러한 전환은 과학 페스티발의 민영화를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아직도 과학옹호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나라의 과학 페스티발에 대한 과감한 민영화가 시급하다는 말이다.

이원근 과학커뮤니케이션연구소장 lifegate@chollian.net

입력시간 2000/08/08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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