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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실에서] 우리나라 경제현실은…

[편집실에서] 우리나라 경제현실은…

일본 엔화가 폭락을 거듭하던 1998년 중반, 일본에서는 깃카와 가나가와 대학교수의 ‘개미와 베짱이론’이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이 이론에서 개미는 일본이고, 베짱이는 미국이다.

이솝우화대로라면 일본이 미국을 향해 큰 소리를 쳐야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전후 50년간 열심히 일한 일본의 돈이 고스란히 미국으로 흘러들어가는 바람에 엔화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개미와 베짱이론’을 우리나라의 경제현실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잘 알다시피 증시에서 개미군단은 개인투자가다. 베짱이는 기관투자가, 더 넓게는 증시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이다.

개인 투자가들은 그동안 피땀 흘려 모은 돈은 물론, 집을 담보로 꾼 돈까지 모두 주식에 투자했다. 그 결과는 비참하다. 올해 들어 증시폭락으로 개미군단이 잃은 돈이 자그마치 46조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그 돈은 어디로 갔을까. 말할 것도 없이 ‘황제 경영’에다 ‘왕자의 난’까지 겹쳐 시세총액이 절반으로 줄어든 현대그룹과 같은 대기업으로 들어갔다. 현대그룹만 해도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구책 발표니, 3부자 퇴진이니, 외자유치니 하는 ‘말장난’으로 개미의 눈을 가린 뒤 돈을 끌어갔다. 그러고는 ‘나 몰라라’다.

정부도 지금까지 베짱이의 편을 들었다. 경기의 정점이 지났느냐를 놓고 벌어진 경기논쟁에서도 정부는 여전히 짱이편인 것 같다. 그래도 별다른 정보창구가 없는 개미로서는 또 믿을 수 밖에 없다.

이런 판에 경제팀이 교체됐다. 김대중 정권 들어 4번째다. 새 경제팀은 ‘말 없이 묵묵히 일하는 개미가 선(善)이 되는’ 이솝우화의 가치관을 실현시켜줄 수 있을까. 개미군단의 분노는 베짱이가 아니라 정권마저 무너뜨릴지 모른다.

이진희 주간한국부 차장 jinhlee@hk.co.kr

입력시간 2000/08/0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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