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새 경제팀에 기대 반 우려 반

이번 주 경제 분야 화두는 8월7일 단행된 제3기 진념 경제팀의 정책 방향, 그리고 정부와 채권단, 시장 관계자에게 짜증만 주며 인내심을 시험해온 현대사태의 해법 등 두가지로 집약된다.

질질 끌다 입추(7일)에 마침내 뚜껑이 열렸던 개각으로 경제팀 좌장(재경부 장관)에 진념 기획예산처 장관이 낙점됐다. 집권 후반기의 안정속 개혁을 바라는 김대중 대통령의 의중이 이번 경제팀 개편에 반영됐다.

시장 참가자를 신물 나게 만들고, 개미(개인투자가)들에게 장대비같은 눈물(주가추락에 따른 재산손실)을 쏟게 만든 현대사태도 주말까지 접점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그동안 복날을 기피하는 ‘견공(?)’처럼 정부와 채권단에 맞서다가 말복(10일)이 임박해서야 왕회장(정주영 전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 매각 등 자구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무난한 인사’평가 속 시장은 ‘불안’

이번 주 최대 관심은 역시 경제팀의 전면 개편. 과천 관가에선 경제기획, 재무, 예산 등을 두루 경험한 진념 장관이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제치고 경제팀 좌장에 기용된 것에 무난한 인사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관료들과 호흡을 함께 함으로써 전임 이헌재 경제팀의 팀워크문제를 해소하고 경제정책도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반기는 분위기다.

시장은 그러나 새로운 진념 경제팀에 대해 불안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직업이 장관’이란 화려한 별명을 갖고 있는 진 장관은 6공 이래 경제각료를 두루 거치면서 노련한 행정수완, 특유의 조직장악력 등으로 경제부처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굳혀왔다.

국민의 정부 들어 기획예산처 장관을 맡으면서 공공부문의 개혁에 시늉만 낸 채 손에 ‘피’를 묻히지 않았다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아왔다. 이로 인해 지지부진한 공공부문의 개혁이 더욱 더뎌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아직 반환점도 돌지 못한 재벌 및 금융개혁도 어정쩡하게 봉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시장은 새 경제팀에게 실추된 신뢰 회복과 팀워크를 주문하고 있다. 기존 이헌재 경제팀은 출범초기의 기대와는 달리 정책혼선, 말바꾸기 등으로 시장의 신뢰를 얻는 데 실패한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태는 채권단 및 정부와 현대간 지루한 막전막후 전쟁을 끝내고 개각 직후 이르면 9일께 타결점을 찾을 전망이다. 현대는 이번 추가 자구안에서 논란을 빚어온 정 전 명예회장의 자동차 지분매각, 자동차 및 중공업의 조기계열 분리 등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

현대의 자구안은 현재로서는 정부와 채권단으로부터 ‘A학점’을 받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핵심사안을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정 전 명예회장 등 오너 일가의 현대건설 지분 매각 외에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 등 가신 그룹 퇴진 등 확실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촉구하고 있다.

반면 현대측은 가신그룹 퇴진은 해당 계열사 이사회에서 결정할 사안이지, 구조조정본부에서 감 놔라 대추 놔라 명령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이로 인해 양측이 접점을 찾지못할 경우 내주로 연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사태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정 전 명예회장이 최근 중앙병원에 입원하는 횟수가 잦아지는 것도 배드뉴스다.


증시 3대악재 여전할 듯

현대의 벼랑 끝 협상 전술로 인한 최대 피해자는 역시 개미들. 현대사태가 지루하게 횡보하면서 무기력증에 시달려온 종합주가지수 및 코스닥지수의 하락을 부채질했다.

이젠 “반토막은 커녕 3분의1 토막”, “깡통까지 찼다”는 개미들의 한숨과 눈물이 귀곡성(鬼哭聲)이 되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의 주변을 휘감고 있다.

이번주 증시도 별다른 굿뉴스는 없을 듯하다. 고무공처럼 빠지는 외국인 순매도세 지속, 뚜렷한 매수주체와 주도주 실종,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감 등 3대 악재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 나스닥시장의 인텔 등 반도체 종목이 약세를 보이는 것도 발목을 잡고 있다. 애널리스트들도 당분간 안개가 걷힐 때까지 현금 보유비중을 늘리라고 조언하고 있다.

이의춘 경제부 차장

입력시간 2000/08/0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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