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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타지 소설' 대중문학의 새로운 빛으로…

'환타지 소설' 대중문학의 새로운 빛으로…

신세대 독자들에게 폭발적 인기

환타지 소설이 전자매체와 영상 매체의 폭발적인 확산으로 쇠퇴의 기미가 역력했던 대중문학계에 새로운 활로의 가능성을 시사하는 장르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10대와 20대를 중심으로 그 세력을 확장하고 있는 환타지는 이제 컴퓨터 세대, 그들만의 ‘끼리 문학’이란 문단의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 날로 기세를 더해가고 있다.

1990년대 후반 통신소설의 붐을 타고 선을 보인 이우혁의 ‘퇴마록’이 국내 환타지 시장의 본격적인 서막을 열었다면 이후 출간된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 김예리의 ‘용의 신전’, 이수영의 ‘귀환병 이야기’ 등은 환타지를 확고한 출판 아이템으로 부상하게 만들었다.


사이버공간에서 태동한 ‘新소설’

환타지는 컴퓨터 통신의 보급과 함께 탄생했다. 사이버 공간에서 먼저 올려진 다음 반응이 좋을 경우 출판으로 이어졌고 때문에 독자들 역시 컴퓨터와 친숙한 20대 미만의 신세대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문학평론가 하응백씨는 환타지 소설을 일러, “통신망을 토대로 성장하여 일부 출판사의 상업주의 전략으로 그 기반을 공고히 하고, 나아가 컴퓨터 게임, 애니메이션, 팬시 산업으로 이어질, 문학이라기보다는 활자로 된 신종 문화 산업이며 서양 환타지 소설이 격세유전된 사생아이면서, 컴퓨터 게임의 직접적인 자식”이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문단의 평가 역시 대체적으로 하응백씨의 논조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왕 수많은 독자들이 탐독하고 있는 이상 ‘하위 문학’이라고 내버려둘 것이 아니라 정당한 평가를 통해 그것이 제대로 된 문학으로 자리잡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제1세대 통신작가랄 수 있는 소설가 송경아씨는 “현대의 청소년은 성인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해 패러다임의 파괴와 단절을 겪는다. 그들을 이끌어 줄 문학적 전통은 거의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며 “환타지가 그 대안문학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왜 지금 환상(환타지)문학인가? 우선 고급과 순수를 주창하던 모더니즘 시대의 퇴조를 꼽을 수 있겠다. 잔뜩 폼이나 잡고 잘난 척 하기만 하는, 그래서 소수 지식층만을 위한 문학이 아닌, 대중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쉽고 편안한 문학에 대한 신세대의 요구가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둘째는 사이버 세계에 익숙한 젊은 세대에게는 현실과 환상, 사실과 허구의 명확한 이분법적 구분보다는 그것들이 마구 뒤섞이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환타지가 그러한 그들의 정서를 가장 잘 대변해준다고 믿는다.

또 세기말의 혼돈과 뉴밀레니엄에 대한 희망이 엇갈리면서 환타지야말로 그것을 아주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르라는 생각이 들기에 이르렀다.


빈곤한 작가층, 다양성 부족

그러나 환타지가 본격문학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두텁지 못한 작가층이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지금 이 순간에도 통신에는 수많은 환타지들이 부유하고 있지만 적어도 출판으로 이어질만큼 수준있는 작품은 몇개 되지 않는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환타지 작가들은 문학적 수업을 제대로 받지 않아 한두 작품을 쓰고 나면 ‘밑천’이 떨어져 아예 더이상 쓸 엄두를 내지 못하기도 한다. 때문에 불과 몇년새 세번 정도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이영도 이수영 홍정훈 이상균 김예리 등을 1세대로 놓는다면, 임경배 이경영 전민희 이성혁 이현상 홍성호 등을 2세대로 가를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박인주 이도경 유기선 등을 3세대로 나눌 수 있다.

아랫세대로 내려올 수록 중세 유럽을 무대로 한 정통 환타지에서 탈피,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랄 수 있다. 무대를 아예 동양이나 한국으로 옮기기도 하고, 등장인물 역시 우리식 이름으로 짓는 등 버전업을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엿보이고 있다.

환타지 문학은 어쨌든 우리가 발딛고 있는 현실을 환상의 힘을 빌어 다각도로 살펴보는 한편, 삶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넓혀주고 정신적 유희와 자유를 즐길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그 존재의 의의를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우 일간스포츠 문화레저부 기자 woo@dailysports.co.kr

입력시간 2000/08/09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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