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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테인먼트 산업 "나 뜨고 있어"

엔터테인먼트 산업 "나 뜨고 있어"

닷컴 침체에 창투사들 투자 러시

‘엔터테인먼트를 잡아라.’ 요즘 영화 ‘비천무’의 흥행실적에 민감한 기업이 있다. 영화제작사도 아니요, 홍보업체도 아니다. 바로 투자업체인 무한기술투자이다.

비단 이 업체뿐만 아니라 요즘 창투사들은 인터넷 기업이나 기술개발업체대신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투자방향을 틀고 있다. 대표적인 인터넷전문 창투사인 무한기술투자, KTB네트워크는 올해 들어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엔터테인먼트 업체에 투자를 늘리는 등 투자계획을 일제히 재조정했다.

무한기술투자는 상반기 총 투자액 773억원 가운데 177억원을 영화, 방송,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투자했다. 이에 비해 정보통신 분야는 232억원을 투자했으며 순수 인터넷 분야 투자는 89억원에 불과했다.

이 업체의 박희철 대리는 “투자비중을 올해 6월말 기준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지난해 말 5%에서 16.6%로 늘리고 인터넷은 지난해 말 33%에서 19.2%로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여기 그치지 않고 하반기에 총 200억원 규모의 가칭 ‘디지털 멀티미디어 펀드’를 조성해 게임과 음반산업에 투자하는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투자금 회수기간 닷컴 기업의 절반

KTB네트워크도 올해 말까지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투자액을 대폭 늘려 330억원을 집중투자키로 했다. 이는 총투자액 7,000억원의 20%에 육박하는 규모다.

이를 위해 이 업체는 6월말 엔터테인먼트팀을 새로 출범시키고 영화진흥위원회, 서울영상벤처사업단과 함께 8월말까지 100억원 규모의 영상·애니메이션 전문 펀드를 결성키로 했다.

이처럼 창투사들이 엔터테인먼트분야를 선호하는 이유는 투자금의 회수가 빠르기 때문이다. KTB네트워크의 하성근 엔터테인먼트팀장은 “인터넷 기업은 투자금 회수가 보통 1∼2년 이상 걸리는데 영화는 11개월이면 충분하다” 고 말했다.

또 인터넷 분야에 비해 손해볼 확률이 거의 없다. 무한기술투자의 박희철 대리는 “실패해도 본전은 건지기 때문에 확실한 투자”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영화, 방송 등에 투자할 경우 인터넷 기업보다 앞선 마케팅으로 영상이나 포스터를 통해 창투사들의 간접 홍보가 절로 이뤄지며 기업 이미지 쇄신 등 부대효과가 크다.

미래가치도 높은 편이다.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한 분야에서만 성공해도 다른 분야까지 파급력을 미치는 원소스멀티유즈(One Source Multi Use)가 특징이다. 즉, 영화로 성공하면 게임을 제작하고 애니메이션까지 만들거나 게임이 뜨면 다시 영화를 제작하는 등 서로 물고 물리기 때문이다.

더우기 위성시대 개막과 함께 전세계가 다매체 다채널시대에 돌입하고 방송과 통신이 통합되면 영상 콘텐츠야말로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입증하듯 한동안 주춤하던 제일제당이 영화제작에 다시 나서고 제일창투 미래창투 시그마창투 등이 뒤를 잇고 있다. 또 3월에는 영화 ‘쉬리’로 재미를 본 강제규필름 등 29개 영상벤처기업이 공동출자해 영상전문 엔젤인 한국영상투자커뮤니티가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영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등 영상물 제작자금 조달을 위한 영상투자마트를 열기도 했다.


미래에셋 자산운용, 100억원 투자

이처럼 엔터테인먼트 투자의 붐이 조성된 것은 지난해 ‘쉬리’와 ‘용가리’의 성공이 계기가 됐다. 그 뒤를 이어 뮤추얼 펀드의 대명사로 꼽히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계열사인 미래창업투자를 통해 지난해 한국영화와 영상벤처산업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이 회사는 1998년 10월 50억원 규모의 영상투자조합을 결성한데 이어 1999년 상반기에 50억원 규모의 2호 영상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삼부파이낸스는 영화사 시네마서비스와 손잡고 매년 60억원씩 5년동안 모두 300억원을 영화에 투자하기로 했다.

공상과학영화 ‘용가리’를 제작한 제로나인 엔터테인먼트는 CKD개발금융을 중심으로 국내 8개 기업의 경영인으로 구성된 에인젤클럽의 후원을 받아 한국형 영상테마파크 건설과 용가리 후속작품 제작에 나설 계획이다.

제로나인 엔터테인먼트와 에인젤클럽은 앞으로 2,5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해 한국 영상기술의 세계시장 진출을 노린다는 포석이다. 산업은행과 한국기술금융이 출자해 설립한 산은캐피탈도 지난해 인터넷 기업대신 엔터테인먼트를 선택, 영상벤처전문 투자조합을 설립하고 40억원 규모의 투자자금을 마련했다.

엔터테인먼트 투자의 열기는 인터넷으로도 이어져 인터넷 기업마저도 영상투자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곳이 인터넷 기업인 인츠닷컴의 영상투자사업부인 인츠필름(www.intzfilm.com). 이곳은 인터넷에 투자창구를 개설해 놓고 네티즌들로부터 소액투자를 받아 영화제작에 투자하고 있다.

이같은 방식으로 올해 ‘킬리만자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등에 투자했다. 투자영화 가운데 류승완 감독의 독립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의외의 흥행성과를 거둬 최근 상영기간도 연장하고 개봉관수도 서울 메가박스, 씨네플러스 등 전국 20개 대형관으로 크게 늘렸다.

이 영화에 투자한 네티즌은 150명. 투자금액은 350여만원선. 이 업체는 이같은 방식으로 장희선 감독의 독립영화 ‘고추말리기’, ‘공동경비구역 JSA’, ‘단적비연수’에 투자할 방침이다.


흥행에 살고 죽는 도박투자

또 최근에는 엔터테인먼트사업 전문 사이버 주식시장까지 등장했다. 손엔터테인먼트에서 기획해 8월말 문을 여는 엔터펀드사이트(enterfund.com)는 관객이 직접 투자자로 영화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곳.

이 업체는 심마니, 일신창투, 데이콤 등과 손잡고 하반기에 연 50억원 규모의 엔터테인먼트 투자펀드도 조성할 계획이다.

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100% 장미빛만은 아니다. 성공하지 못할 경우 원금 회수는 커녕 빚더미에 앉게 될 수도 있는 모험산업이다. 말 그대로 정말 벤처가 될 수도 있다.

일신창투는 ‘은행나무 침대’, ‘조용한 가족’ 등 몇개의 히트작을 냈는데도 최근 투자한 영화의 흥행이 저조해 어려움을 겪었다. 모 창투사 관계자는 이를 한마디로 “도박”이라고 표현했다. “오래전부터 벤처투자는 도박으로 변했습니다. 흥행에 살고 죽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바로 도박사로 변해버린 창투사들 입맛에 딱 맞는 분야죠.”

최연진 경제부 기자 wolfpack@hk.co.kr

입력시간 2000/08/09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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