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은 숨쉰다

바닥없이 추락하는 폭락 증시가 중산층을 가히 ‘몰락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주식시장에 투자했다가 개인 투자자들이 허공에 날려버린 돈이 46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1999년 말 시가총액이 357조원이던 거래소 시장의 경우 7월 말에는 251조원으로 106조원이나 감소했다. 거래소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의 비중이 30%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대박’의 꿈을 안고 투자한 개인들이 31조8,000억원의 손해를 입은 것이다.

개인들이 엄청난 손해를 입기는 코스닥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연초 시가총액이 98조원에 달했던 코스닥 시장은 잇달아 터진 악재와 주가 폭락으로 8월 초에는 시가총액이 53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코스닥 등록기업의 소액주주 보유비중이 32.2%(1999년 말 기준, 12월 결산법인 대상)인 것을 감안하면 개인투자자의 손실액은 14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결국 거래소와 코스닥 시장 모두에서 개인들이 입은 손실 규모는 46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전문가들 관망자세 요구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잃어버린 돈을 회수하기 위해 투자에 나서야 할까. 아니면 눈물을 삼키고 포기해야 할까. 일단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쉬는 것도 투자”라는 증시 격언을 예로 들며 보수적 투자자세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보다 노골적으로 표현하면 “지금 증시에 투자하면 손해를 보니까, 당분간은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향후 증시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이유는 증시를 압박하는 악재가 제거되지 않은 채 여전히 널려있기 때문이다. 증시를 압박하는 가장 본질적인 악재는 무엇보다도 ‘현대사태’를 중심으로 한 기업구조조정이다.

지난 3월 이후 현대그룹은 ‘왕자의 난’, ‘현대건설 유동성 위기’, ‘현대자동차 역 계열분리’ 등 고비 때마다 증시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메리츠증권 리서치팀 김상철 연구원은 “기업 구조조정 변수가 수면 아래로 잠복한 상황이지만 근본적 해결방안이 제시되지 않는 한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매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시는 수급상황으로 따져도 당분간 회복할 가능성이 적어 보인다. 외국인과 함께 국내 증시를 이끄는 투신권의 경우 7월 들어 수탁액이 5조2,087억원 증가하기는 했으나 이는 통계적 착시에 불과하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오히려 3조3,257억원이나 감소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외국인 역시 한때 가격불문하고 사들이던 삼성전자를 대규모로 매도하고 있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더이상 ‘바이 코리아’에 나설 의도가 없는 상황이다.

외국인들은 최근 현물시장에서는 대규모 매수를 기록하면서도 선물시장에서는 투기성이 짙은 매도행진을 기록해 오히려 증시의 안정성을 해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래도 증시에 투자해야 한다면 소신파 투자자들은 어떻게 투자하는 것이 좋을까. 거래소 시장을 노크해야 할까, 아니면 코스닥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좋을까. 또 삼성전자 등 대형주에 투자해야 할까, 아니면 최근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개별 종목에 투자해야 할까.


코스닥 거래규모 거래소시장 능가

전문가들은 이같은 질문에 비교적 명쾌한 해답을 내놓고 있다. 일단 거래소와 코스닥 중에서는 코스닥을 선택하라는 것이 ‘다수설’이다.

현대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거래소와 코스닥 중 굳이 한 곳을 선택하라면 코스닥”이라고 말했다. 이유는 코스닥 시장의 경우 이미 지난달 말 ‘저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닥 시장은 8월3일 이후 단기적 반등기미를 보이고 있다. 코스닥 시장은 7월27일부터 거래 규모가 거래소 시장을 능가하면서 주가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동원경제연구소 정훈석 연구원은 “코스닥 시장은 7월30일 장중 최저인 110.6 포인트를 기록, 이제는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됐다”며 “당분간은 선물시장과 연계되어 불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거래소 시장보다는 코스닥 시장으로 자금이 유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종목별로는 당분간 소외주(장기 소외주, 최근 신규등록주), 지수관련 대형주가 반등을 견인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수출확대가 두드러지는 기업이 주도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굿모닝증권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IT기업 주가가 세계 시장을 통한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관점에서 높이 평가받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 IT기업 중 수출능력이 돋보이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하반기 코스닥 시장의 주도주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수출유망 IT관련주와 함께 최근 코스닥 시장에서 외국인이 대규모로 매수하고 국민카드(145억원), 아시아나항공(64억원) 등도 관심 종목 리스트에 오르내리고 있다.

조철환 경제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0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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