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氣치료와 운동요법] 기(氣)치료, 과학적 근거는 있다

洋의학계도 관심… 불치병 등 고난도 질병엔 효험 미지수

환자에게 기(氣)를 넣어줘 불치병을 고친다는 외기공법, 반지로 인체의 자연치유 능력을 개발해 머리털이 나게 해준다는 은금(銀金)반지 기공요법, 불기운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화기공(火氣功), 침술과 기체조를 통한 대학병원의 한방기공 클리닉 등….

인체에 내재해 있는 에너지원 ‘기(氣)’를 이용한 치료법이 국내외에서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침술 카이로프라틱(척추교정) 최면 명상 수도 등과 같은 고전적인 것에서 아로마(향기) 색채 원적외선 뇌호흡 자석 반지 등과 같은 진기한 기치료 요법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기치료 중에는 실제로 불안 스트레스 소화불량 만성피로증후군 신경통 등과 같은 신경성 질환과 일부 통증 질환에서 탁월한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일부 기치료사들의 경우 암과 에이즈 같이 현대의학으로도 완치가 불가능한 난치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과장, 적잖은 피해를 낳고 있다.


일부 치료사 과장으로 피해도

국내에서 ‘기’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김정빈의 소설 ‘단(丹)’이 히트하면서부터다. 신라시대의 화랑도, 조선시대의 풍수지리 등에서 원용되기도 했던 기수련은 1970년대 국선도, 1980년대 단학선원 등의 탄생으로 분위기가 무르익어가다 이 소설의 등장으로 바람을 타기 시작했다.

여기에 1992년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 신세를 졌던 한라그룹 정인영 회장이 두달간의 기공치료와 침뜸치료를 받은 뒤 지팡이를 짚고 귀국하는 장면이 TV에 방영된 것도 한몫을 했다.

또 1995년 삼풍 백화점 붕괴 직후 임경택 목포대 교수가 “붕괴 현장에서 남자의 살아 있는 기가 느껴진다”고 지적한 지점으로부터 10m 떨어진 곳에서 최명석군이 발견되는 등 일련의 기적과 같은 일이 일어나면서 기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졌다.

본래 동양에서 ‘기(氣)’는 천지만물의 근원이다. 서양 과학이 우주의 탄생을 ‘빅뱅(Big Bang)’이라는 물질적 이론을 근거로 하는 반면 동양에서는 무형유질(無形有質)의 에너지인 기(氣)를 우주 생성과 원리, 인간 생로병사 등 천지 만물을 하는 구성·운영하는 근본 원리로 본다.

따라서 인체에 내재해 있는 기를 다룬다는 것은 소우주의 이치를 깨닫는 것과 같다. 정신적 면에서 기수련을 쌓은 것이 단(丹) 국선도 요가 기체조 명상 등과 같은 것이고 육체적 면으로 응용된 것이 동양의학과 기공치료 등이다.

기치료의 본산은 중국이다. 수천년전부터 중국에서는 기치료를 의학의 한 형태로 발전시켜 왔다. 중국 정부는 수련 정도에 따라 기공사의 등급을 매겨놓고 대학병원에서 양의사와 함께 환자를 치료하도록 하고 있다.

기공치료사의 실력 평가는 중국 공능심사위원회가 하는데 보통 1.5m 떨어진 곳에서 손바닥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의 양으로 측정해 등급을 매긴다. 요통 디스크 불면증과 같은 증상에서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국제 의학계에 알려져 있다.


임상실험서도 치료효과 입증

그렇다면 과연 기(氣)는 존재하는 것인가. 이 질문에 기수련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적잖은 제도권 양의학자와 과학자도 “그렇다”고 답한다. 경희대 한방병원 적용질병 신용철 교수는 “기공을 하면 뇌에서 기분이 좋아지는 알파파가 증가한다.

또 산소 소모량이 30% 가량 줄어 에너지 저장능력이 높아지고 폐활량은 늘어나 신진대사가 촉진된다”며 “객관적으로 검증이 힘들지만 상당한 치료 효과가 그간의 임상을 통해 이미 증명됐다”고 말했다.

1990년대 중반 은금반지 기공요법으로 유명해진 이강원 음양기류연구회 원장은 “해부학적으로 접근하는 서양의학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인체의 자연치유 능력을 복원시키는 기치료의 효능은 놀라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1994년부터 기치료를 받았다는 박정제(66)씨는 “6년전 탈모가 심해 반지 기치료를 했는데 처음 몇달간은 신기하게 머리가락이 났다. 지금은 머리가락이 더 나지 않지만 1년에 한두번 기가 허약해졌다고 느끼면 치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상당수 양의사도 대체의학이라는 측면에서 기치료의 효능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아산재단 서울중앙병원은 부설 생명공학연구소내 전통의학연구실에서 한의학 전공자들을 채용해 기치료에 대한 연구를 시작했고, 차병원은 대체의학연구소를 새로 설립했다.

포천 중문의대는 대체의학 과목을 개설했으며 연세의료원과 경희의료원도 관련 연구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서울 강남의 한 한의원은 자연치유력 증진센터를 개설해 원적외선 치료, 전위(파동)치료, 황토피라미드 명상, 형기요법 등 기 관련 치료요법을 실시하고 있다.

이충웅 서울대 전자공학과 교수, 임성빈 명지대 공대학장, 박민용 연세대 전자공학과 교수, 김재수 KIST 책임연구원, 하성한 삼성종합기술원 부원장 등과 같은 첨단과학계의 원로들은 1994년 한국정신과학회를 결성해 기 현상을 연구해 오고 있다.


일정수준 수련으로 병진단 가능

최근에는 기를 찍는다는 키릴리안 사진기까지 등장했다. 러시아 사진기사 세미온 키릴리안이 개발한 이 특수카메라는 전극 위에 필름을 놓고 그 위에 전기를 통하는 물체를 놓은 뒤 2만볼트 내외의 고압전기를 0.001~0.01초간 걸어줬을 때 물체 주변에 발생하는 코로나 방전 현상을 찍는 방식이다.

이 사진기로 기수련을 한 사람을 찍어보면 정상인 보다 코로나 방전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외국학자들은 이것을 에너지장으로 여기고 있는 반면 국내 학자들은 기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과학으로는 명확한 설명이 불가능한 초능력적 현상인 기의 존재에 대한 논의는 일단 인정하는 쪽이 우세하다. 그리고 건강수련이나 간단한 치료행위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

그러나 기치료 행위가 고도의 현대 의학적 치료 수단으로까지 활용할 수 있느냐는 문제는 다른 차원이다. 기 전문연구가인 김인곤씨는 “일정 수준의 기수련을 쌓으면 기를 통해 환자 장기의 색깔을 볼 수 있어 병진단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런 진단과 치료 능력은 전혀 다른 차원이다.

실제 외기공법을 통해 불면증과 같은 간단한 치료를 하려고 해도 상당히 고난도의 수련이 필요하다”며 “기공사 중에 암같은 불치병을 고쳤다고 떠들어대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은 일시 최면적 효과일뿐 실제로 이런 불치병을 고친 예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인간 유전자 염기 서열을 해독하는 게놈 프로젝트의 완성을 눈앞에 두고 있는 지금 기(氣)에 대한 관심이 놓아만 가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그것은 아마도 인간이 과학이론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다난한 존재이기 때문이라는 것 외에는 달리 설명한 방법이 없을 것 같다.


미국, 독일서도 기치료 연구 한창

서양의학 선진국인 미국, 독일도 기(氣)치료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세계적 생의학연구기관인 국립보건원(NIH)은 1992년 동양의학을 연구하는 대체의학연구소(OAM)를 설립, 현대의학이 완치할 수 없는 암 에이즈 노화문제 등의 불치병 치료 연구를 해오고 있다.

NIH는 설립 당시 200만 달러였던 예산액을 1995년에는 540만 달러로 늘린데 이어 지난해에는 5,000만 달러로 대폭 늘렸다. 1995년부터 매년 열리는 국제보완요법 및 대체요법학술대회에서도 기공치료를 한 분과로 채택하고 있다.

지난해 하버드대 대체의학센터는 서울 중앙병원과 함께 동양의 대체의학에 대한 교류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독일에서도 웬만한 큰 도시에서는 태극권(Taichi Chaun)이나 기공(Qi Gong)과 관련한 모임과 강습회가 연일 열리고 있다. 중국이나 일본, 한국의 기공사들을 초빙해 시범을 보이는가 하면 일부 지자체에서는 요가와 기공치료비에 대해 의료보험 혜택까지 주고 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10 11:14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