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氣치료와 운동요법] 기수련의 대중화와 현황

“기를 수련한지 1년도 안돼 시력이 0.2에서 0.9까지 좋아지고 신경통 등 잔병도 말끔히 사라져 스스로도 놀랄 정도예요.” 세계국선도연맹 양진숙(43) 대리.

그녀는 국회 사무처에서 근무하던 1995년 건강이 악화되자 기수련에 심취, 올 8월에는 직장마저 기수련 단체로 옮겼다. “국선도를 배우면서 불면증이 사라지고 마음도 전과 비교할 수 없이 평온해졌어요”라고 말하는 양씨는 주변 사람에게도 기수련을 적극 권하고 있다.

최근 들어 양씨처럼 기를 통해 질병치료와 심신단련에 효과를 본 사람이 늘어나자 기수련 열풍이 불고 있다. 게다가 수련자의 신비한 체험담과 ‘기를 연마하면 초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소문까지 퍼져 기수련 단체들은 세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

실제로 한국단학회 연정원의 김해영씨는 “수련의 가장 큰 목적은 심신단련과 정신수양이지만 수련을 오래한 선배 중에는 미래를 보는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원래 기수련은 호흡이나 명상을 통해 기의 실체를 터득하고 이를 통해 체내에 막힌 기운이나 경락을 뚫는 것을 근본으로 한다. 예전에는 무술의 기초과정으로 인식됐던 기수련은 1990년대 들어 양생치유기공이라는 분야로 발전해 불면증, 스트레스 등 각종 신경성 질환의 치료와 건강 유지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기를 수련하는 인구만도 200만 명이 넘고 기수련 단체는 그 이름을 전부 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10년전부터 일반인 주목 받아

국내 기 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기팔찌와 기반지는 이미 일반화 됐고 최근에는 옥을 넣어 만든 장판, 수맥차단 장판, 피라미드의 기를 이용한 명상용품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 단전호흡, 기공, 요가, 명상 등 건강유지와 질병 치료를 위한 기수련이 대중화되면서 기를 도입한 상품에 대한 수요도 함께 늘어나고 있는 것.

하지만 국내에서 기가 세인의 주목을 받은 것은 불과 10여년 밖에 되지 않는다. 그 유래를 따지자면 단군까지 거슬러 갈 수 있겠지만 기가 실제로 일반 사람에게 다가선 것은 1970년대 초반이다.

당시 국선도라는 기수련 단체가 서울 종로구 단성사 옆에 도장을 세우고 최초로 일반인에게 기수련법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초창기 국선도는 건강법이라기보다는 무술로 오해받아 대중의 관심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별로 주목받지 못하던 기는 1980년대 중반 기 관련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대중에게 한걸음 다가가게 된다. 이때부터 ‘단전호흡’, ‘운기조식’ 등의 용어가 인구에 자주 회자되기 시작했다. 단학회는 그러나 엄격한 훈련법과 고전적 방식을 고집해 더이상의 보급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현재는 오히려 쇠퇴한 상태다.

한동안 정체상태를 거치던 기는 1990년대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대중화에 성공한다. 이 과정에서 단학선원은 문을 연지 15년 만에 전국 300여개의 수련장과 5,000여 명이 넘는 강사, 10만 여명의 회원을 가진 대조직으로 발전했다.

단학선원과 국선도를 중심으로 하는 기수련 단체가 확장되기 시작한 시점은 1993~1994년. 국민소득이 1만 달러를 넘고 생활이 윤택해지자 국민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게다가 스트레스, 불면증과 같은 신경성 질환이 현대인의 골칫거리로 떠오르며 기는 대체의학의 한 방편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세기말적 불안감이 사람들 사이에 떠돌면서 명상과 수련을 통해 정신적 안정을 찾으려는 이들도 늘어났다.


국선도·단학선원·요가가 대표적

현재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대표적인 수련 단체로는 국선도와 단학선원, 요가 등을 들 수 있다.

국선도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 민족 고유의 심신 수련법을 체계화한 단체로 1967년 청산 고경민 선사가 창시해 한국 선도수련의 본가로 자리 잡았다. 수련은 몸을 움직여 수련하는 단전행공을 중심으로 하는 기혈유통법과 정·기·신 3단전 2단 호흡법으로 이루어진다.

국선도는 몸, 마음, 정신의 조화를 중요시해 수련 역시 머리와 가슴, 아랫배 등 3단전의 조화로운 개발을 목적으로 한다. 3만여명의 회원에 수련 인구만도 5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단학선원은 단전호흡을 현대인에 맞게 변형, 기를 대중에게 널리 보급시킨 단체로 일지 이승헌 선생이 1985년 창시했다. 도인 체조, 뇌호흡, 단전호흡, 행공 등의 수련방법을 현대식으로 쉽게 고쳐 인기가 높은 단학선원의 수련은 기 터득부터 축적, 조절, 활용, 완성 등 모두 다섯 단계로 이루어져 있다.

요가는 인도에서 들어온 것으로서 1961년 전 동국대 인도철학과 교수였던 정태혁 씨가 일본에서 배워와 일반에 보급하면서 국내에 소개됐다. 그후 1970년 사단법인 한국 요가협회를 설립하고 대중에게 적극적으로 보급해 해마다 수련자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요가를 무료강습하는 곳도 많아졌다. 요가에는 정신을 중시하는 라자나 요가와 육체를 강조하는 하타 요가가 있는데 국내에서는 하타 요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때문에 국내 요가는 정신과 영혼을 중시하는 여타 기수련법과는 달리 아사나라는 육체적 훈련에 비중을 둔다.


신비주의·상업화, 사이비도 속출

이외에도 인도의 오쇼 라즈니쉬의 명상법과 치유법을 함께 나누는 오쇼센터, 조식호흡을 통한 정신수양을 강조하는 한국 단학회 연정원, 초월적 명상을 통해 내면의 평온한 상태를 추구하는 TM센터(Transcendental Meditation), 태극권을 건강에 접목시킨 태극기공회 등 수많은 기수련 단체들이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대중의 인기를 등에 업은 기수련 단체들이 신비주의적 종교집단화, 상업화하면서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또 군소단체가 난무하면서 사이비도 속출하고 있다. 기치료를 빙자해 10대 소녀들을 성폭행하는가 하면 종교집단화한 한 기수련 단체는 신도들로부터 거액의 돈을 가로채기도 했다.

단학선원 고영빈 홍보과장은 “건전한 기수련의 발전을 위해 기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어떤 수련법이 올바르고 효과적인지에 대한 공개적 토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기관련 전문잡지 ‘정신세계’의 박권규 편집부장은 “신비스런 건강치료법이라는 말에 현혹되지 않도록 수련자 개개인의 주의가 필요한 때”라며 기를 맹신하는 사람에게 일침을 가했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10 11:36


송기희 주간한국부 gihu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