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앞둔 호주, 다양한 문화로 관광객 유혹

2000 하계올림픽을 몇 주일 앞두고 시드니는 아름다운 경치와 우아함, 다양한 문화로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도시도 다양한 형태로 자신을 드러낸다.

시드니는 자신감과 관대함, 현대적이면서도 고풍스러움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도시다. 역사는 200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로 성장했다. 인구 200만명의 시드니는 뉴욕 만큼이나 활기 넘치고, 파리 만큼이나 세련되고, 홍콩 만큼이나 화려하면서도 1960년대 런던이 연상될 만큼 어색하기도 하다.

많은 사람이 남태평양의 기후에 반해 해변에서 선탠을 즐기고 항구마다 수백만 달러짜리 요트가 즐비하다. 쌍둥이 건축의 걸작인 브리지와 오페라 하우스 옆에 자리한 현대식 금융중심지(Central Business District)는 해마다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다. 도시 전체는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

시드니의 음식은 유럽과 아시아의 특성을 뒤섞어 호주식으로 바뀌었다는 느낌을 준다. 시내에는 선술집이 즐비해 밤이면 이야기 꽃이 핀다.


도심에서 한시간만 벗어나도 '원시'

시드니의 겉모습만으로도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과 관광객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도널드 혼이 말했듯이 호주는 운이 좋은 나라다. 항구만 보더라도 금방 알 수 있다. 1871년 영국의 소설가 안토니 토로롭은 시드니를 보고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럽다”고 표현했다.

비록 그동안 난개발이 이뤄지긴 했지만 항구는 주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장소다. 출신지역과 관계없이 시드니 주민의 항구사랑은 한결같다. 상어들 위로 배가 떠다니고 그 뒤를 돌고래가 아가고 때때로 고래떼가 지나가면서 해변을 바라보는 사람을 감탄하게 만든다.

관광객들은 시드니의 자연에 경탄하지만 정작 시드니 주민은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중심부 주변에는 앵무새와 물총새 잉꼬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시드니 중심에서 1시간만 나가도 원시의 관목이 도시를 둘러싸고 있다.

서쪽에 있는 블루마운틴 국립공원은 숲이 우거진 협곡과 인간의 발길을 거부하는 절벽과 함께 수많은 식물의 서식지다. 최근에는 선사시대 나무로 알려진 올래미 소나무가 발견돼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나무는 5,000년 동안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는 협곡 깊숙한 곳에 있었다.

도시 북쪽에 있는 마라마라와 브리스베인 강 국립공원에 가 보면 초기 정착민이 험한 자연 속에서 어떻게 지냈는지를 알 수 있다.

1788년 호주대륙에는 75만명의 원주민이 살고 있었다. 뉴사우스웨일의 초대 주지사였던 아더 필립은 그들을 모두 에오라족으로 알고 있었지만 사실은 여러 개의 종족으로 나뉘어 있었다.

이들 중 절반은 영국인이 처음 대륙을 밟은지 1년만에 천연두로 사망했다. 이후 200년간은 갈등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화해와 상호존중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원주민들이 1967년 처음으로 인구조사에 포함됐다. 그 이전에 이들은 동물로 분류됐다.

호주에 영국인이 처음 들어온 것은 1788년 1월26일이다. 영국의 감옥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778명의 죄수가 11개의 배에 나뉘어 이쪽으로 호송됐다. 매년 호주인은 이날을 독립일로 기념하고 있지만 원주민은 ‘침략의 날’로 부르고 있다.

시드니도 어두운 구석을 갖고 있다. 식민 초기 방탕과 폭력이 횡행했고 1840년 영국에서 마지막으로 온 죄수까지 대부분 갱단으로 흘러들어갔다. 요즘 갱단은 눈에 띠지 않는다. 그래서 카브라마타의 월남 식당에서 음식을 즐기는 사람 중 이곳이 한때 마약판매의 본산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세계적인 인종전시장

뉴욕과 마찬가지로 시드니도 세계에서 몇안되는 인종전시장이다. 19세기 골드러시로 중국인이 몰려왔고 그리스과 레바논, 이탈리아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1958년까지 이른바 ‘백호주의’라는 이름하에 이민을 규제했지만 최근에는 그 정책을 폐기했다.

호주인은 호주가 여전히 이민자의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다. 시드니 주민 중 4분의1 이상이 외국에서 온 사람이다. 그중 절반은 유럽에서 왔고 나머지는 대부분 아시아인이다. 다행스럽게도 융합과정에서 큰 말썽이 없었다. 호주인은 비유럽계 이민자 덕에 나라가 부강해졌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시드니는 각종 스포츠의 천국이다. 수백만 이민자들이 꿈을 안고 시드니에 왔듯이 오는 9월이면 전세계 선수들이 금메달의 꿈을 이루기 위해 시드니로 올 것이다.

일부는 승리의 기쁨을 누리겠지만 많은 선수들은 패배의 아픔을 맛보게 될 것이다. 그러나 시드니는 항상 그래왔듯이 이들 모두를 감싸고 위로해줄 것이다.


새로운 경제중심지로 떠오르는 시드니

많은 사람들은 비지니스를 하기에는 싱가포르나 홍콩이 적합한 반면 시드니는 휴양도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뉴사우스웨일스 주지사인 밥 카는 “그같은 생각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고 단언한다.

연방정부도 시드니를 세계 금융서비스의 전략요충지로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연방 금융서비스 장관인 조 하키는 “우리는 아시아의 월스트리트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호주는 전통적으로 자원에 의존해왔다. 호주가 금융업을 집중 육성하려는 것은 자원 중심에서 지식 중심으로 바꾸려는 노력 중의 하나다. 정치인들도 세계에서 가장 장벽이 높은 호주 경제를 개방형으로 바꾸겠다고 앞다퉈 개혁공약을 내걸고 있다. 세제개혁도 단행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같은 움직임에 회의적이다. 호주 중앙은행 릭 배틀리노 부총재는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우리는 주요 국가들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인들은 이같은 시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정보통신의 발전은 호주의 지리적 약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카 주지사의 노력도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1998년 이후 시티그룹과 메릴린치 등 13개 대형 금융기관들이 시드니에 지역본부를 설립했다.

도이치뱅크는 시드니를 런던과 함께 세계 외환거래센터 후보지로 꼽고 있다. 왕립캐나다은행도 지역외환거래센터를 시드니에 두고 있다. 이 회사 존 세커씨는 “호주는 카나다와 미국 유럽시장을 연계하는데 전략적으로 유리한 시간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세금체계다. 호주정부는 최근 법인세와 자본세를 대폭 완화했다. 하지만 소득세는 외국인 경영자들을 괴롭히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연수입 3만5,000 달러 이상자의 소득세는 홍콩이 15%인 반면 호주는 무려 47%에 이른다.

지리적 한계도 걸림돌이다. 국제은행서비스연합 로버트 웹스터 국장은 “호주의 지리적 위치는 영원한 단점으로 남을 것이다. 아시아 주요국에서 최소한 비행기로 8시간은 걸린다”고 말했다.

정리=송용회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10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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