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풍향계] 눈물 정국, 정치는 방학중

이번 주간에는 예상했던 대로 여야간의 정치가 없을 것 같다. 이산가족의 50년 한이 몰고온 ‘눈물 주의보’가 전국에 펼쳐지기 때문이다.

남북의 이산가족 방문단 교환방문 일정은 17일로 끝나지만 그 여운은 상당기간 한반도를 감돌면서 국내정치의 복원을 더디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의 ‘눈물 정국’속에서 애타는 사연이 많고도 많지만 한나라당은 또다른 의미로 애를 태우고 있다. 남북관계 변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서 야당의 입지를 보전하기가 매우 어려운 탓이다. 이산가족 상봉문제는 다른 남북문제처럼 ‘딴지’를 걸기도 어렵다.

반세기 분단의 한에 사무친 국민 정서가 이를 용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김대중 대통령과 여권의 정국 주도권을 강화해줄 이 이벤트에 박수를 치고 나설 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나라당은 그래서 되도록이면 ‘이산가족 상봉 마당’에서 눈을 돌려서 국민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대응 이벤트 개발에 힘쓰고 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14일 천안 독립기념관을 참배하고 독자적으로 광복절 기념식을 가진 것은 ‘눈물 정국’에서 야당의 존재를 부각시키려는 눈물겨운 시도였다.


한나라, 야당존재 부각에 안간힘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이 15일 독도를 찾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행사를 주도한 주진우 의원은 “광복 55주년을 맞아 독도가 우리 땅임을 확인하고 나라 사랑과 국토 사랑의 실천을 위한 방문 행사였다”고 설명했다.

영유권 문제와 한일 어업협정 문제로 민감한 지역인 독도를 야당 의원이 대거 방문한 것은 일본에 대한 시위와 함께 독도 문제에 소극적인 우리 정부에 대한 항의의 의미를 갖는다는 것이 한나라당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외교통상부측은 “조용하게 독도를 우리 영토로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독도 정책”이라며 “인기 위주로 독도 문제에 접근하는 것은 경솔한 처사”라고 못마땅해 했다.

눈물의 정국 대책과 관련해 한나라당 내에서는 “소나기는 피해가자”며 당분간 상황을 주시하면서 9월 정기국회 등에 대비해 힘을 비축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눈물의 정국에 가려 잘 부각되지 않고 있지만 정치권이 의료대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비난 여론이 만만치 않다. 거대한 이익단체들의 싸움 와중에 등 터지는 사태를 우려해 정치권이 지나치게 몸을 사리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다.

이 문제를 정치권이 주도적으로 풀어나가기 위해서는 국회 정상화가 시급한 데도 국회 정상화를 위한 여야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여야가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 처리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둘러싼 명분 싸움에 매달리고 있는 데다 외유중인 의원이 많아 현실적으로 조기에 국회 문을 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때문에 정치권 주변에서는 “8월 임시국회 정상화는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 전당대회에 당력 총집중

8월30일로 예정된 민주당의 전당대회도 국회 정상화에는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이 향후 지도체제 및 차기 대권 구도와 무관치 않은 큰 행사를 앞두고 국회 정상화에 적극적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15명의 최고위원 경선주자 중 1, 2위 싸움과 중위권 다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민주당의 전국 대의원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한화갑 지도위원이 근소하게 이인제 상임고문을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위원은 중앙당의 당연직 대의원과 전남지역 대의원들의 막강한 지지와 함께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를 얻고 있다고 한다.

반면 이 고문은 충청권의 지지가 압도적이고 강원 등지의 선출직 대의원들의 지지에서 앞서 중앙당 당연직 대의원의 열세를 만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이 2강’에 이어 박상천 의원이 ‘중강’형세를 구축하고 있다.

특이한 현상은 정동영-김민석 두 소장파 후보들의 강세다. 이들은 40대 대의원 층의 지지를 바탕으로 4, 5위권에 육박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김근태 김중권 지도위원 등과 함께 중위권을 형성, 돌풍을 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입력시간 2000/08/17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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