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성인방송, 미국은 자율규제에 맡긴다

인터넷의 발상지 미국에서는 사이버상에 올려지는 모든 성인물(음란물 포함)에 대해 원칙적으로 자유방임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법적 규제가 아니라 시민사회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따라서 사이버상에 음란물을 유포하더라도 ‘미성년자 접속 불가’란 경고문구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

음란물에 대한 이같은 태도는 1995년 미 의회가 통과시킨 ‘통신품위법’이 연방대법원에 의해 무효화하면서 정착됐다.

통신품위법은 인터넷상의 음란물 게재를 금지하는 것이 그 목적. 하지만 대법원은 이 법안이 수정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에 위배된다며 위법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판결은 정부가 일정기준에 의해 인터넷을 통제해서는 안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올 5월에도 비슷한 취지의 판결을 내려 미국 사회에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번에도 의회가 1996년 제정한 ‘반음란 조항’이 문제가 됐다.

이 조항은 음란물을 방영하는 케이블 TV사는 원치않는 시청자에게 그 내용이 송신되지 않도록 주파수를 차단하고 그런 장치가 없을 경우에는 어린이가 시청하지 않는 시간대에만 방영하도록 규정했다.

이 조항은 또 케이블 TV사들이 음란물 차단을 원하는 가입자에게 주파수 차단장치를 제공하도록 했다. 하지만 케이블 TV사들은 비용이 과도하게 든다는 이유로 차단장치를 제공하는 대신 심야시간대에만 방송하는 쪽을 택했다.

이 조항에 반발해 위헌소송을 제기한 측은 플레이보이 엔터테인먼트 그룹. 플레이보이측은 “방송시간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언론자유 침해”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에 대해 법원은 1998년 플레이보이측의 손을 들어줬다. “가장 최소한의 규제로 어린이를 음란물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송시간 제한은 최선의 수단이 아니다”라는 게 그 이유.

이 사건은 그뒤 연방대법원까지 올라왔지만 판결은 뒤바뀌지 않았다. 연방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수정헌법 1조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가 무엇보다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판결에 대해 여론은 양분돼 있다. ‘정부의 검열에 대한 승리’라는 주장과 ‘어린이에 대한 보호의무를 완전히 포기한 것’이란 비난이 대립하고 있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연방대법원 판결은 ‘음란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한다는 취지라 하더라도 언론자유를 침해해서는 안된다’는 법적 해석을 분명히 했다.

배연해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17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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