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스트레인지 저스티스

국무총리와 대법관에 대한 국회 청문회는 기대이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에 대한 청문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며 우리나라는 이제 시작단계이니 제도와 절차상의 보완을 거쳐 틀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겠다. 이런 시점에 관심을 끄는 영화가 있다.

미국 대법원 사상 유례 없는 인종과 성(性)과 정치의 드라마를 펼쳤다는 클래어런스 토마스 판사의 인사 청문회 사건을 그린 어니스트 디커슨 감독의 1999년 작 <스트레인지 저스티스 Strange Justice>(12세, CIC)가 그것이다.

제목에서 느껴지듯 영화는 엄청난 파문을 불어일으키며 간신히 청문회를 통과, 현재 임기 중에 있는 대법관 토마스에 대한 성추행 혐의를 거두지 않는다. 원작자가 여성이어서일까. 약간의 윤색을 가했을 뿐 사실에 입각한 영화라는 자막 설명도 용기있게 보인다.

하기야 클린턴 대통령의 부적절한 관계도 <왝 더 독> <프라이머리 컬러스>와 같은 영화로 비꼰 미국 아닌가. 교황청과 신에 대한 비판과 조롱은 <스티그마타> <도그마>와 같은 최신 영화에서 볼 수 있으니 이제 미국 영화에 성역은 없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NGO 활동가나 군장성의 성추행 사건은 먼훗날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 주역이 대법관이나 대통령쯤 된다면 영원히 X파일, 탑 시크릿이 되지 않을까.

<스트레인지 저스티스>는 미국의 인사 청문회의 엄격함과 치열함, 그리고 그 이면의 정치적 계산과 로비, 뒷거래는 물론 성적,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힌 언론 보도에 따른 국민의 그릇된 인식과 반응, 성추행의 정의와 범위, 진실을 밝히는데 따르는 대가와 희생 등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크게 문제되고 있는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는 영화다.

따라서 영화적 완성도 보다는 시사성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이 영화를 교재로 삼아 토론했으면 하는 바램을 갖게 된다.

클래어런스 토마스(들로이 린도)는 1991년 조지 부시 대통령에 의해 106번째 대법관 지명을 받는다. 백악관은 조지아주 출신의 이 보수주의자를 들어앉히기 위해 3개월 동안 맹훈련에 돌입한다.

즉, 상원의원 청문회 통과를 위한 리허설이 그것으로, 부시 당선에 일조했던 워싱턴의 유명 전략가 케네스 듀버스타인을 고용해 모든 가능성 있는 질문에 대해 연습하는 것이다.

이와중에 아니타 힐(레지나 테일러)이라는 교수가 10여년전 교육 관련 기관에서 일할 때 토마스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한다.

이때부터 토마스를 마틴 루터 킹 이래 최고의 흑인 스타로 만들려던 백악관과 “나의 삶을 지키기 위해, 더이상 두려워하고 싶지 않아서 증언을 결심했다”는 한 흑인 여성의 ‘수많은 말과 반 뿐인 진실의 소모전’이 시작된다.

힐의 편이 되는 이들은 토마스의 인준을 반대하는 의원, 즉 마첸바움 댄포드 케네디의 여비서들이다. 의원에게 정보 제공과 차단의 막강한 힘을 행사할 수 있는 이 멋장이 캐리어 우먼들은 “성인 영화 얘기를 하며 책상을 쫓아다니는 것이 성추행이라면 의원의 반 이상이 물러나야 할 것”이라고 개탄한다. 그래도 거기는 반타작은 되네, 우리 경우라면 어떨까?

옥선희 비디오칼럼니스트

입력시간 2000/08/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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