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마당] 국내 창작 뮤지컬 '블루 사이공' 등

■ 블루 사이공

‘화려한 율동과 노래’, ‘스타 시스템’, ‘초대형 무대 장치’…. 뮤지컬하면 연상되는 단어들이다.

1980년대 이후 국내는 말할 것도 없고 세계 뮤지컬 시장은 미국 브로드웨이 스타일에 의해 완전히 점령당했다. 최근 선보인 작품 대부분이 ‘엄청난 제작비’, ‘할리우드 스타 배우와 스타 음악가 동원’, ‘박진감 넘치는 사운드’ 등과 같은 브로드웨이식 요소로만 가득 채워졌다.

흥행성과 대중성을 위해 스토리 전개보다는 화려한 춤과 노래를 통한 버라이어티 쇼 분위기를 만드는데 여념이 없었다. ‘아가씨와 건달들’, ‘드라큘라’, ‘캣츠’, ‘렌트’ 등 일련의 인기 레퍼토리들은 모두 이런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4년만에 다시 선보이는 국내 순수 창작 뮤지컬 ‘블루 사이공’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이 작품은 1996년 초연될 당시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대상, 작품상, 희곡상 등 3개 부문을 석권한 것을 비롯해 제2회 뮤지컬 대상 극본상, 제20회 서울연극제 작품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당시 평론가와 관객들은 “한국 창작 뮤지컬의 방향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이 작품의 특징은 교과서인 브로드웨이식을 거부한, 다분히 한국적인 뮤지컬이라는 점이다. 우선 작품 테마를 월남전이 잉태한 고엽제 피해자에 맞췄고 그것을 비주얼한 영상과 사운드 위주가 아닌 연극적 스토리 중심으로 이끌어간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연출자이자 극작가인 김정숙(극단 ‘모시는 사람들’ 대표)씨는 “이 작품을 통해 연극하는 사람의 자존심을 세워주겠다”고 공언했을 만큼 연기력과 내용 전개에 힘을 실고 있다.

특이할 만한 것은 이 작품에 참여한 배우와 스탭 일부가 실제 고엽제 피해자 가족이라는 점이다. 작곡을 담당한 권호성의 아버지가 고엽제 환자이며 배우 홍준모의 부친은 몇년전 고엽제 후유증으로 사망했다.

이 작품은 스펙터클한 화려함이나 상업적인 볼거리를 위해 기존 작품처럼 물량 공세를 취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력있는 배우와 의식 있는 제작진의 진지한 노력과 열정으로 ‘한국적 뮤지컬’이라는 작은 디딤돌을 놓았다. 그들의 노력이 어떻게 평가받을 지는 이제 관객의 손에 달려 있다. 8월12일~31일 7시반(금~일 4시,7시) 동숭홀.



ㆍ젊은 언더 그라운더의 문화 축제

젊은 예술인의 문화 축제인 ‘독립예술제 2000’이 8월18일부터 9월3일까지 서울 대학로 일원에서 거행된다.

이 행사는 신문 방송 등 공공매체에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자신만의 넘치는 끼와 열정을 지닌 각 분야 언더그라운드 예술가들이 주체가 돼 벌이는, 색깔 있는 문화 축제다. 참가자들은 단순히 오버를 꿈꾸거나, 이를 통해 오버로 가겠다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실험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지향하겠고 이번 행사를 기획했다. 1998년 몇몇 뜻있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첫 행사를 치렀고, 그것이 성공적으로 끝남에 따라 이번에 기획사를 초빙하는 등 규모를 확대했다.

연극 무용 마임 퍼포먼스 등의 무대 예술 작품(이구동성)을 비롯해 록 펑크 힙합 같은 음악 작품(고성방가), 비디오아트 설치미술 평면작품 등의 실내전시작품(내부공사), 영화 16㎜비디오 등의 영상매체(암중모색), 각 장르를 아우르고 있는 야외 프로그램(중구난방) 등 모든 예술 분야를 총망라하고 있다. 올해는 240개 예술단체와 200여명의 스탭 등 총 1,000여명의 젊은이가 참가한다. 이 행사에 출연하는 예술가들은 전원 무상으로 출연한다. (02)765-8150,8160

[연극]


ㆍ귀신 잡는(?) 장의사

영화배우가 되겠다고 집을 나간 팔봉은 아버지 재산을 털려고 집에 몰래 들어오다 죽은 여자의 시체를 가지고 들어오는 아버지와 마주친다. 돈을 타내기 위해 시체를 닦기 시작한 팔봉은 관 속에 누워 있던 여자 삼순이가 살아나면서 실랑이를 벌이는데…. ‘컬트개그 3,4탄’의 박준식, ‘살아남은 자의 슬픔’의 이명준, ‘지독한 사랑’의 최은주 등이 출연한다. (02)747-3066

8월31일까지 2시·4시·6시·7시30분/미리내 소극장

[영화]


ㆍ 臥虎藏龍(와호장룡)

여러 문파들이 피비린내나는 살육을 벌이던 청나라 최대의 혼란기인 19세기 말, 당대 최고인 무당파가 지니고 있던 전설의 보검 청명검과 문파의 초식이 자객에게 도난을 당하는데…. 아시아 최고의 영화스타인 주윤발과 미스 말레이지아 출신인 양자경이 남녀 주인공으로 열연한다. 아슬아슬한 액션과 로맨틱한 춤, 그리고 감독 이안 특유의 구성력이 돋보인다. ‘와호장룡’은 ‘영웅과 전설은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있다’는 뜻이다.

8월19일 개봉/시네코아 등

ㆍ 해변으로 가다

최근 국내 영화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호러물. 통신 동호회에서 만난 ‘바다사랑 동호회’회원인 남자 셋, 여자 셋이 해변으로 가면서 하나둘씩 끔찍하게 살해된다는 내용. 배를 가르는 킬러, 유혈이 낭자한 시신 등 ‘분위기’가 아닌, ‘물리적이고 감각적’인 공포를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뉴욕 뉴스쿨대에서 영화제작과 이론으로 석사를 학위를 딴 김인수(33)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8월13일 개봉/서울 중앙 한일시네마 등

[미술]


ㆍ 역사와 의식

현대와 전통의 연계 속에서 ‘역사 읽기’를 통해 뿌리 문화의 진원을 찾고 그 파장을 분출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자 마련된 전시회. 문주 박성태 윤동천 임옥상 조덕현 등 국내외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중견 초대작가 다섯 명이 참가했다. 전위적인 작가들이 보는 한국 미학의 자생성을 엿볼 수 있다. ‘고구려 특별전’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9월16일까지/서울대학교 현대미술전시실

[음악회]


ㆍ 에디트 마티스/말러 교향곡

c 말려의 10개 교향곡 전곡을 완주하는 행사의 세번째 공연. 임헌정이 이끄는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세계 정상의 소프라노 에디트 마티스(62)가 협연한다. 국내에 두번째 내한하는 에디트 마티스는 1960년 퀼른 오페라 극장의 ‘팔스타프’공연에서 난테타역으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40여년간 세계 성악계의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이번에는 말러 교향곡 제4번 ‘천상의 삶’과 모차르트곡을 선보인다.

8월16일 오후 7시30분/예술의전당 콘서트홀

ㆍ 청소년을 위한 해설 음악회

장윤성이 지휘하는 프라임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첼리스트 김우진(수원대 겸임교수), 플루티스트 이주희(경희대 출강), 하피스트 박라나(예술종합학교), 바이올리니스트 남수지 등 유망 신예 음악가들이 협연하는 음악회. 청소년의 이해를 위해 음악 평론가 장일범의 해설이 곁들여진다. 하이든의 첼로 협주곡 2번, 모차르트의 플루트와 하프를 위한 협주곡,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 드보르작의 카니발 서곡등이 연주된다. (02)3665-6245

8월21일 7시30분/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콘서트]


ㆍ 熱 Rock One(열낙원)

짙은 화장과 튀는 옷차림으로 비주얼 록을 표방하고 있는 그룹 이브의 첫번째 테마 콘서트.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보컬 김세헌, 건반을 맡고 있는 고릴라, 잘생긴 외모의 기타리스트 박웅, 부드러운 베이스의 김건 등 잘생긴 네 남자가 결코 외모에 뒤지지 않는 음악성과 연주력을 선보인다. 1, 2집에서 펑크음악을 실었던 이들은 3집에서는 ‘우울함과 공격적인 표현’이라는 컨셉에 맞게 무거우면서도 클래식한 면을 강조했다. (02)574-6882

8월19일 7시, 20일 3시·7시/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음반]


ㆍ 日常茶飯事

신나고 발랄한 음악을 하는 3인조 밴드 ‘롤러 코스터’가 선보이는 두번째 음반. 유일한 여성인 조원선이 곡을 쓰고 노래를 불렀으며 이상순이 기타를 치고 편곡했다. 재주꾼 지누는 베이스를 치며 곡을 쓰고 편곡까지 했다. 녹음도 집에서 했다. 1970년대 디스코, 1980년대 록사운드를 2000년대 식으로 요리해 기발한 퓨전(혼합)을 만들었다. 조원선의 감칠맛 나는 보컬이 매력적이다. 폴리미디어 제작.(02)557-4052

마이 러브 미키


블록버스트, 호러물이 판치는 요즘 온가족이 함께 감상할 만한 잔잔한 가족 영화. 풍부한 상상력과 예민한 감수성을 지닌 10대 소녀 해리엇 프랭코비츠(에반 레이첼 우드).

이 소녀의 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이고 언니는 남자 친구 밖에 모르는 철부지이다.

어느날 어머니가 운영하는 모텔에 심신장애자 리키(케빈 베이컨)가 묵게 된다. 순수한 영혼을 가진 소녀와 착한 리키는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런 현실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간다. 이런 둘 사이의 티없는 우정을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이 생겨나는데….

이 영화는 스펙터클한 장면은 없지만 잔잔하면서도 가슴 찡한 삶의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TV 시리즈물로 영스타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는 만13세의 아역 스타 에반 레이첼 우드의 깜찍한 연기가 돋보인다.

송영웅 주간한국부기자

입력시간 2000/08/1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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