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보감] 변비는 만병의 근원

쾌변은 쾌식, 쾌면과 함께 인간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즐거움 중의 하나다. 하지만 스트레스와 긴장의 연속인 복잡한 사회구조 속에서 생활하는 현대인의 경우 이러한 즐거움을 경험하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만성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 인구의 10%, 여성의 경우는 20% 정도를 차지한다는 한 조사결과를 보더라도 미루어 짐작이 가능하다.

변비는 흔히 발생하는 질환이며 그만큼 우리 주위에는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은 셈이다. 변비란 음식물이 소화되어 소장과 대장, 직장 등으로 통과하는 과정에서 대장에서의 흡수가 너무 많이 되거나 또는 대장 자체의 진액이 부족해서 내용물이 딱딱하게 굳은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음식물을 섭취한 후 48시간 이내에 대변을 보지 못하거나 소량의 변만 배설하고 잔변이 남아 있는 것을 변비라고 말하지만 3일 이상 변을 보지 못하는 수도 있으며 심할 경우 수십 일 동안 변을 보지 못하기도 한다.

또 매일 정상적으로 변을 보더라도 대변이 너무 딱딱하거나 양이 너무 적은 경우, 변을 보고 나서도 뒤끝이 개운치 않고 더부룩한 경우도 변비에 포함된다.

대개 우리나라 사람은 서양인에 비해 위가 크고 장이 길며 자연식을 많이 하는 까닭에 대변의 양이 많고 부드럽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식생활의 서구화로 육식 및 가공식품의 섭취가 늘어나게 되고 사회가 복잡해지고 이에 따른 스트레스가 늘어나면서 변비 환자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변비는 사실 질병 그 자체로는 생명에 위협적인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변이 원활치 못하면 우리 인체 오장육부의 조화가 망가지게 되고 이로 인해 전신의 건강에 적신호가 발생하게 된다.

이는 자동차의 배기구가 막혀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다. 배기구가 막힌 상태에서는 엔진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차체의 여기저기서 이상이 발생하는 것처럼 사람도 대변이 시원하게 배설되지 못하면 노폐물이 체내에 쌓이게 되면서 건강에 이상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실례로 변비가 계속될 경우 당장 얼굴에 여드름이나 뾰루지와 같은 피부 트러블이 일어나는 것은 물론 머리가 맑지 못하며 두통과 식욕부진, 불면증, 요통, 어깨결림증, 치질, 탈항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더욱이 고혈압 환자는 변비가 치명적일 수도 있다.

한방에서는 변비의 발생원인을 대장의 이상 또는 장(腸) 중의 진액손상에 의해 비롯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발생원인과 증상에 따라 크게 네 가지 형태로 분류하고 있다.

즉, 장이 성한 체질이거나 혹은 계속된 음주, 자극적인 음식의 과다섭취 등으로 위장에 열이 쌓여 진액을 고갈시키는데서 오는 열비(熱秘), 신경을 쓰거나 과도한 정신노동 등이 원인이 되어 위장 기능에 장애를 일으키는 기비(氣秘), 과로 또는 무절제한 식생활, 병후 및 해산 후에 기혈이 허약해져 나타나는 허비(虛秘), 원래 몸이 허약하거나 고령으로 양기가 원활치 못함에 따라 장의 기능이 저하되어 생기는 냉비(冷秘) 등이다.

한방에서의 변비치료는 약물요법이 이용되는데 손상된 장의 진액을 보강하는데 중점을 두고 시행한다. 열비는 승기탕류의 처방과 함께 양격산을 사용하며 기비에는 화중탕 또는 육마탕 삼화탕 등을 처방하면 효과가 있다.

허비의 경우 빈혈성일 때는 가미사물탕을, 노인 및 병후 허약성이 원인일 때는 보중익기탕, 소화불량이 심한 허증 변비일 때는 육군자탕, 만성 상습적 변비일 때는 가미윤장탕을 처방한다. 이외에 임신 중의 변비에는 삼황해독탕을 처방하며 산후 변비에는 보혈윤장탕을 사용한다.

흔히 많은 사람이 변비를 가볍게 여겨 약국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치료제를 남용하는 경우를 볼 수 있는데 무분별한 치료제의 장기 복용은 자칫 장의 운동조절 능력을 저하시키고 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특히 변비는 고열성 질환이나 복부질환, 결장암, 직장암 등에 의해서도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증상이 심하게 계속되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찰을 통해 변비가 발생하는 원인을 찾아내고 그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시행할 필요가 있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2000/08/22 21:07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