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10대] 어른을 앞서가는 외국의 10대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가 10대 청소년에게 인터넷을 배운다. 이 말을 믿을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하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지난 4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고등학교를 중퇴한 마이클 퍼딕(17)과 대학생 제니퍼 코리에로(19)를 자문위원으로 임명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MS는 이들을 채용한 배경에 대해 “10대들이 컴퓨터 산업의 생리를 가장 잘 안다고 판단했다.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는 기술보다는 젊은 세대의 튀는 감각이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15세 때 고등학교를 그만둔 퍼딕은 ‘마이 데스크탑’이라는 컴퓨터 회사를 경영하기도 했던 전직 사장이다.

초중등학생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본의 퓨처 인스티튜트는 이보다 앞선 3월 15세 소년 캐머론 존슨을 자문위원으로 모셨다.

존슨은 미국 인터넷 업체 ‘마이 이지메일’의 최고 경영자 임무도 맡고 있다. 퓨처 인스티튜트는 “우리 제품을 소비하는 10대들과 같은 또래인 존슨의 인터넷 마인드가 청소년용 프로그램 개발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현재 고등학생인 존슨은 9살때부터 PC로 카드를 디자인하고 인쇄해주는 사업을 시작하는 등 어린 시절부터 이미 e비즈니스에 탁월한 재능을 발휘해왔다.


다양한 벤처산업에 진출

닷컴산업이 활발한 미국에서 10대의 등장은 이제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들은 뛰어난 창의력과 감각으로 벤처산업의 상당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컴퓨터에 대한 이해력도 뛰어나 어른보다 나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10대들도 많다.

지난 3월 야후, 아마존 등 유명 웹사이트를 해킹한 혐의로 붙잡힌 해커 쿨리오는 10대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 올해 17살의 고교 중퇴자인 그는 내로라 하는 보안 전문가들이 지키고 있는 이들 사이트를 마비시켜 전세계에 충격을 던졌다.

본명이 데니스 모런인 쿨리오는 경찰 조사과정에서 “쿨리오라는 닉네임으로 컴퓨터 보안업체 등 100개가 넘는 사이트를 해킹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철통같은 보안을 자랑하는 미국 상무부 사이트, 인터넷 보안업체 RSA 사이트 등을 자유자재로 드나들어 컴퓨터 전문가들의 코를 납작하게 했다.

지난달 26일 미국 법원에서 불법 판정을 받아 치열한 저작권 논쟁을 불렀던 ‘냅스터’의 주인공도 19살의 숀 패닝이다.

냅스터는 인터넷에서 MP3 음악파일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 이 프로그램은 대학생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어 선보인지 1년도 안돼 세계 디지털 음악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이에 기존 음반업게가 저작권 침해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디지털 저작권법이 네티즌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아일랜드의 16세 소녀 사라 플래너리는 이메일을 종전보다 30배 빠른 속도로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러한 10대 인터넷 천재의 공통점은 어려서부터 컴퓨터를 다뤘다는 점. 한 인터넷 업체 관계자는 “컴퓨터와 함께 자란 디지털 세대의 창의력과 감각은 어른이 생각지도 못한 기술을 개발하기도 한다”며 10대의 재능을 높이 평가했다.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동시에 요구하는 인터넷 분야는 이제 10대의 마당이 돼가고 있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22 21:32


송기희 주간한국부 gihu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