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10대] "난관 헤처갈 정신적 성숙이 먼저다"

[기고] 10대들의 벤처도저느 어떻게 볼 것인가

【유용호 벤처기업협회 사무국장】 벤처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증폭되는 가운데 10대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한 중견기업에서 ‘벤처 창업지원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에 10대들이 20% 가량 응모했다. 벤처에 대한 이들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벤처에 대한 관심이 10대에게까지 확산된 이유는 먼저 벤처업계의 성공 스토리가 크게 작용했다. 몇몇 벤처기업의 급작스런 성공은 호기심 많은 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또한 언론에서 벤처업계의 아이돌 스타를 대대적으로 소개한 것도 이들을 자극했다.

10대에 ‘칵테일 ’프로그램을 개발해 업계의 스타로 부상했던 이상엽군이 각종 지면을 장식한 것이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보편적으로 자신만의 우상을 숭배하려는 경향이 짙은 이들에게 10대 벤처스타의 등장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학교만이 '성공의 길'아니다" 인식

한편 획일적인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사회적 목소리가 커진 것도 10대들이 벤처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요소였다. 그동안 10대들은 입시 위주의 교육에 얽매여 살아야 했다. 엘리트주의 교육방식은 오직 좋은 대학을 가는 것만이 성공적인 삶으로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입시켰다.

그러나 벤처는 진학만이 성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줬다. 따라서 벤처는 10대의 직업관을 변화시키는 기회로 작용한 것이다. 10대들이 직접 창업에 도전하는 것도 직업관의 변화에 따른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다.

자신만의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10대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창업을 하는 데 따른 환경도 좋아졌다. 그러나 아직까지 창업에 따른 난제들이 산재해 있다. 자금은 어떻게 조달할 것이며 인력은 어떻게 수급할 것인가.

또 경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노하우를 상품화하는 데 따른 여러가지 문제도 있다. 이런 문제들을 10대 창업자 스스로 극복하려면 숱한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더욱 창업을 해도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낮다. 현재 우리 벤처기업의 생존율은 70%대에 육박한다. 이처럼 생존율이 높은 것은 벤처업계가 본격적인 경쟁의 단계로 돌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경쟁은 치열할 것이다. 현재 미국의 벤처기업이 나스닥 시장에까지 갈 수 있는 확률은 고작 5%대에 머물고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돈키호테 후예의 도전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가 아무리 10대라고 해도 실패에 따른 책임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모험’을 뜻하는 벤처는 ‘리스크’(risk)를 먹고 성장한다. 위험을 돌파할 수 있는, 체화된 기술력 없이 창업에 도전하는 것은 그만큼 실패할 확률이 높다. 성공한 벤처기업가의 대부분은 자신만의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체화하기 위해 숱한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대표적인 인물로 손꼽히는 메디슨의 이민화 회장,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 터보테크의 장흥순 사장 등도 몇년 동안 자신만의 기술을 개발하고 체화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세월을 보냈다고 토로하곤 한다. 벤처에 도전하려는 10대도 관심 있는 분야를 지속적으로 계발하면서 경험을 축적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성숙한 사람일수록 크게 성공"

정신적 성숙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창업을 위해 학업까지 멀리 할 경우 인생의 또다른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최근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으로 세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윤주현(16·경남과학고 1년)군은 안철수연구소에서 경험을 쌓고 있다. 세계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그가 학업을 지속하며 기술을 체화하는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현존하는 벤처기업가의 면면을 살펴봐도 자기 분야에서 오랜 기간 동안 연구하며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일수록 크게 성공했다. 박사학위 소지자인 이민화 회장, 변대규 사장, 장흥순 사장 등도 정신적으로 성숙할 기회를 스스로 만들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10대들이 성공 신화에 도전하는 것은 탓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다. 그러나 신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스타가 화려하게 보이는 것은 고통의 그림자가 있기 때문이다. 그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경험을 쌓는 일도 창업에 도전하는 것만큼 중요하다.

입력시간 2000/08/2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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