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태 3왕자 얻은 것과 잃은 것…누가 위너인가

현대사태가 해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그동안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몽구·몽헌·몽준 3형제의 성적표도 엇갈리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계열분리 성사로 경영권 논란을 불식시키고 현대차 주인의 입지를 더욱 다졌지만, 몽헌 회장은 실리와 명분을 모두 잃었다. 몽준 고문은 뒤늦게 경영권 싸움에 뛰어들어 자기 몫을 챙기려다 ‘크린맨’(Clean Man)의 이미지를 흐렸다.

정몽구 회장은 올 5월말 정주영 전 명예회장의 ‘3부자 동반퇴진’발표 이후 줄곧 흔들리던 입지가 이번 사태 해결로 더욱 탄탄하게 굳어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대차가 계열분리되고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는 마당에 누구도 부실경영을 이유로 그의 사퇴를 거론할 명분이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지난해 정세영 전 회장(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이 물러난 이후 정세영 회장 쪽 인맥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조직이 흔들리는 시련을 겪었다.

그러나 올 들어 두 차례의 ‘왕자의 난’을 겪으면서 임직원 사이에 ‘현대차와 MK를 살리자’는 취지에서 결속력이 오히려 강해졌다.

현대 구조위 관계자도 “MK가 현대사태를 계기로 그동안 어수선하던 회사 분위기를 수습한 것은 사실”이라며 MK의 경영권 강화를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의 경영이 흔들릴 때마다 그는 ‘3부자 퇴진’이라는 족쇄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몽헌 회장은 이번 ‘현대 삼국지’의 최대 패배자가 됐다. 형인 MK는 물론 정부와 채권단과 지나치게 대립한 결과 명분과 실리 모두를 잃었다는 평가다.

우선 현대건설과 현대상선 현대전자 등 현대그룹의 경영에서 물러나 사실상 경영권을 포기했다. 지금 다시 등장하기에도 시장의 눈이 따갑다. 자신이 대주주인 계열사 대부분 유동성 문제나 계열사간 분쟁을 겪고 있다.

다만 개성관광 등 남북경협 사업 성과와 대북카드를 적절히 활용해 최악의 파국은 면한 것으로 보인다. MH가 기댈 곳이라고는 정 전 명예회장의 지원여부다. 재산상속 문제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룹 내에서 MH의 입지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경협의 성과에 따라서는 그의 재기가 멀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몽준 고문은 이번 싸움을 계기로 그룹내 위상은 굳혔지만 이미지는 약간 구겼다. MJ는 3월 왕자의 난 이후 형제간 경영권 다툼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주식 대지급금 손실보상 소송을 계기로 형제간 싸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지분 지키기’에 나섰다.

경영권과 관련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데는 성공했지만 현대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었다는 따가운 지적도 받고 있다. 정치에 전념하고 있는 MJ로서는 ‘수신제가’ 차원에서 현대사태가 잘 마무리되기를 고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호섭 경제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24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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