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자 교육부장관, 막대한 시세차익… 뇌물 아닙니까?

‘송자’가 ‘증자 파문’을 일으켰다.

송자(宋梓) 교육장관은 삼성전자 사외이사로 재직하던 1998년6월~1999년6월 실권주(기존주주가 신주 인수를 포기한 주식) 7,000주를 삼성전자의 가지급금으로 인수, 현시가를 기준으로 할 때 약 16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이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송자 장관을 비판하는 여론이 물끓듯 비등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8월24일 청와대에 보내는 서신인 개혁통신 71호에서 “자신과 가족의 이중국적 경력으로 도덕성 문제를 안고 있는데다, 사외이사의 지위를 이용해 재산불리기를 한 송 장관에게 교육의 미래와 국정을 맡길 수 없다”며 해임을 공식요구했다.

송 장관의 ‘삼성전자 실권주 인수’물의는 정치쟁점화했다. 여당에서는 송 장관이 공인(장관)이 되기 전에 일어난 기업관행으로 치부하고 있고, 야당에서는 사외이사의 본분을 망각한 부도덕한 축재라고 질타하고 있다.

송자 파문은 사외 인사이면서 동시에 회사 이사인 이중적 상황에 처해있는 사외이사의 정체성 논란으로까지 비화하면서 ‘사외이사 회의론’을 낳고 있기도 하다.

소액주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대주주의 전횡을 막으며 기업내 야당으로서 감시의 소명을 다하도록 돼 있는 사외이사 제도가 송자 파문으로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 몇가지를 살펴보자.


실권주를 사외이사에게 배당해도 되나

금융감독원의 유가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유상증자시 기존 주주가 신주를 인수하지 않아 남는 주식(실권주)은 기존 주주가 아닌 사람(제3자)에게 배정하거나, 주주를 포함한 불특정 희망자에게 팔 수(일반공모) 있다.

실권주를 제3자 배정할 것인지, 아니면 일반공모할 것인지는 이사회 결의사항이다. 따라서 사외이사도 포함돼 있는 이사회가 결정만 하면 사외이사들은 실권주를 아무 제약없이 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사외이사들이 합법적인 절차를 이용, 자신의 잇속(실권주)을 챙긴다는 비난은 면키 어렵다.

그런데 삼성전자가 아닌 상당수 대기업은 실권주 발생시 특정인을 지정하는 제3자 배정방식이 아닌 일반 공모를 택하고 있어 삼성전자와 비교된다.

지난해 유상증자에 따른 실권주를 일반공모한 대기업은 현대그룹의 경우 17개사, LG그룹 5개사인데 삼성그룹에서는 삼성물산 한 군데 뿐이었다.

특히 삼성전자는 실권주를 사외이사를 포함한 200명 안팎의 임원에게만 배정, 실권주가 삼성의 자금·인력 관리에 교묘히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사회 일각에서는 차제에 사외이사가 실권주를 배정받지 못하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이사회의 실권주 배정 권한을 제한하는 것도 거의 불가능할 뿐 아니라 사외이사가 대주주의 당근(실권주)을 아무 제약없이 받을 수 있도록 방치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외이사가 유상증자나 실권주 인수를 하는데, 또는 스톡옵션(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는데 어떤 제한을 두어야 하는 지에 대한 공론화가 시급하고, 이에 따른 대책마련이 긴요하다는 것이다.


실권주 인수가와 당시 주가 차이는 얼마나?

송 장관은 1998년6월~1999년6월 모두 4차례에 걸쳐 7,000주의 실권주를 받았는데, 실권주 인수가가 당시 주가보다 평균 30% 가량 저렴했다.

특히 1999년6월26일 실권주 인수가는 6만9,900원이었으나 당시 주가는 12만5,000으로 실권주 인수가는 주가보다 무려 44.1% 쌌다. 당시는 IMF 체제가 끝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이같은 가격차는 사외이사를 포함한 기존 주주에게 큰 이득이 됐다.

또 같은 해 2월13일의 실권주 인수가는 5만1,300원이었고 당시 주가는 8만9,100원이어서 실권주 인수가는 주가보다 42.4% 저렴했다. 증시 관계자는 “보통 유상증자시 신주·실권주 할인율은 20~30%선”이라며 “삼성전자의 할인율이 통상의 할인율보다 높다면 상당한 이득이 예상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올해 들어 삼성전자 주가가 30만원대 안팎으로 뛰었기 때문에 송 장관이 시세차익을 본 것이 아니라, 실권주를 인수할 당시에도 막대한 시세차익은 계산가능한 것이었다는 말이다.

게다가 증자물량을 사려는 사람이 없어 실권주를 사게 됐다는 송 장관의 변명 또한 당시 삼성전자 주식에 대한 시장의 선호를 감안하면 거짓말이다.

1998년6월8일(제64회 증자)부터 1999년6월26일(제67회 증자)까지 4차례 유상증자의 평균 실권율(구주주가 신주 인수를 포기하는 비율)은 2%에 불과하다. 제67회 증자때의 실권율(0.88%)은 1%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삼성전자 주식은 최고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이는 다른 대기업의 실권율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압도적인 선호도를 보였다. 만약 적지만 삼성전자 실권주가 시장에 공모 주식으로 나왔더라면 엄청난 경쟁률을 기록했을 것은 명약관화하다. 즉, 삼척동자라도 당시에 삼성전자 주식을 받는 것은 특혜라는 것을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삼성전자 가지급금으로 사도 되나

상장기업마다 다르지만 대다수 대기업이 유상증자시 직원에게 주식매입 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삼성전자도 주식청약자금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융자를 해주고 있다. 삼성전자의 융자는 무이자에 보통 1년안에 상환하도록 돼 있다.

반면 다른 삼성 계열사의 경우 주식청약자금 융자에 약 4%의 이자가 붙고 1년 거치 2~3년 분할상환 제도 등을 채택하고 있다. 이번에 송 장관은 삼성전자로부터 가지급금 형식으로 실권주 매입자금을 받았는데 역시 무이자였다. 쉽게 말해 가불에 해당하는 가지급금으로 주식을 산 뒤 몇 개월 뒤에 주식을 되팔아 돈을 벌었다면 일반 상거래에서는 있을 수 없는 특혜라고 할 수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원에게는 가지급금 형식으로 주식청약자금을 융자하는 게 관행”이라고 밝혔으나 사외이사들이 가지급금을 받는 것이 사외이사 제도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면키 힘들다.

송 장관은 지난 25일 시세차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며 비난여론의 김을 빼려고 했지만 자신의 처신에 대한 진솔한 반성이 결여돼 있어 차가운 민심을 되돌릴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송자 파문은 지도층 인사가 떳떳치 못한 돈에 얼마나 둔감한지, 잘못을 인정하는데 얼마나 인색한지, 우리 사회가 부패없는 사회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데 얼마나 허술한지를 보여줬고, 결과적으로 우리가 이같은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지 회의하게 만들었다.

◇송자 장관의 실권주 인수 현황



   시   점        인수물량    주당인수가    당시주가 

98년6월 8일(64회)  1,000주     38,900원     48,300원 
98년9월26일(65회)  5,000주     29,300원     38,100원 
99년2월13일(66회)    500주     51,300원     89,100원 
99년6월26일(76회)    500주     69,900원    125,000원 






경제부 윤순환 경제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3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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