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보감] 참을 수 없는 고통, 통풍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부터 추위가 가시지 않는 이른 봄까지 바람이 심하거나 눈,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어김없이 통풍(痛風)에 시달리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통풍은 관절염이나 류머티즘과 비슷한 유형의 질병으로 엄지발가락이나 전신의 관절이 벌겋게 붓고 참기 어려울 정도의 극심한 통증과 함께 관절을 펴고 굽히기 어려운 증상을 수반한다.

일반적으로 낮에는 통증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밤이 되면 그야말로 참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이 엄습하며 증상이 진전되면 밤낮을 가릴 것 없이 통증이 계속되면서 보행곤란과 관절의 변형 등을 유발하기도 한다.

흔히 통풍은 ‘제왕병’으로도 불리는데 이는 마치 황제처럼 고량진미를 즐기다가 요산이 급증하여 걸리는 병이기 때문이다. 미식가로 소문난 다윈이나 괴테, 밀턴, 플랭클린 등 세기적 인물이 하나같이 통풍으로 고생했다는 기록도 있다.

통풍은 대부분 유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과음 또는 기름진 음식의 과다섭취, 운동부족 등으로 혈액 속의 요산이 증가하여 신진대사가 정체되고 체내에 유독물이 적체되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단백질의 일종인 퓨린의 신진대사 장애로 혈액 중에 요산 수치가 증가하고 요산결정체가 관절이나 활액막, 인대, 관절연골에 침착하여 병변을 일으키는 것이다. 주로 40대에서 60대 사이에 잘 발생하며 남자에게서 월등히 많이 나타난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거세한 남성과 생리 중의 여성은 통풍이 발생하지 않으며 남성은 사춘기부터 통풍이 발생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방에서는 이러한 증상의 통풍을 통비(痛痺) 또는 역절풍(歷節風), 백호역절풍(白虎歷節風)이라 하는데 그 통증이 사지와 근육, 골격, 관절 등 전신에 미치고 마치 호랑이가 무는 것처럼 통증이 심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통풍의 발병원인과 관련, 한방에서는 풍(風) 한(寒) 습(濕)에 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간장과 신장의 기능이 저하된 상태에서 풍, 한, 습의 기운이 체내에 들어와 이것이 다시 관절에 침입, 장기간 머물면서 열로 변하여 기혈의 순행을 방해하여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바람을 많이 쐬거나 땀을 심하게 흘린 후 찬물에 들어가거나 습기가 있는 곳에 장시간 머문다든지 하는 경우 몸에 좋지 않은 기운이 관절에 돌아다녀 혈기와 서로 부딪히며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때 통증이 있는 경우는 풍이 많은 것이며 빠져나갈 듯이 아픈 것은 한이 많은 것이고 사지와 관절 사이에 끈끈한 땀과 함께 통증이 있는 경우는 습이 많은 것으로 이러한 통증이 전신을 감싸고 돌아 관절 등에 동통을 느끼는 것이다. 특히 찬 기운과 습한 기운이 함께 작용할 경우 관절의 통증은 극렬하여 펴거나 굽힐 수 없을 정도로 심한 특징을 보인다.

통풍의 치료는 원인이 되는 풍, 한, 습을 제거하는데 원칙을 두고 시행하는데 약물요법을 많이 이용한다. 주로 처방되는 약물은 월비가출탕을 비롯해 소경활혈탕 대방풍탕 영선제통음 등으로 월비가출탕은 손발의 관절통을 멈추게 하는데 효과가 있으며 소경활혈탕은 하지의 풍, 한, 습을 제거, 전체적으로 허리와 하지의 동통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

또 대방풍탕은 관절이 붓고 아픈 증상에, 영선제통음은 통증이 골수에까지 미치는 경우에 처방한다. 통풍은 일단 한번 발병하면 잘 낫지 않고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아 증상 발생시 적절한 치료가 물론 중요하지만 평소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식생활에서 요산의 과잉생산을 가져오는 동물성 식품, 특히 간 종류와 고등어 정어리 등 등푸른 생선류의 섭취를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또 대부분의 사람들에서 음주 후 혈중의 요산치가 높아지는 만큼 요산의 결정형성을 돕는 음주를 금하도록 한다. 이와 함께 비만할 경우 피하지방이 요산의 배설을 저해하는 만큼 적당한 운동을 통해 살이 찌지 않도록 하는 것도 통풍의 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2000/08/30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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