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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 열렸다. 동대문 물렀거라"

패션 대전… 메사 오픈. 동대문에 뺏긴 '상권 되찾기' 반격

‘동대문 시장아, 한판 붙자’

지난 수년간 패션 메카의 명성을 동대문 시장측에 내주고 절치부심하던 남대문 시장이 선전포고를 하고 재도약에 나섰다.

10대~20대 초반 위주의 젊은층을 겨냥한 신세대 엔터테인먼트 패션몰 메사가 8월 22일 문을 열면서 동대문의 두산타워, 밀리오레 등에 밀렸던 남대문 시장의 대공세가 시작됐다. 국내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남대문과 동대문의 주도권 다툼은 바야흐로 새천년 의 ‘패션 대전’으로 치달을 조짐이다.

남대문 시장의 패션몰 메사의 오픈기념 공연장. 세련된 옷차림의 10대 청소년들이 인기가수를 보기 위해 몰려들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30~40대 고객이 주류를 이루던 이 곳에 10대들의 등장은 시장 전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메사는 오픈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신해철, 이은미, 듀크 등 유명 가수들의 콘서트를 줄줄이 계획하고 있어 젊은 고객의 남대문 행이 계속될 전망이다.


도매상인·젊은 고객 잡기

대형 엔터테인먼트 쇼핑몰을 지향하는 메사는 연면적 1만4,500평에 지하 9층, 지상 23층 건물. 총 1,600여 개 매장이 들어설 수 있다.

10층에 마련된 콘서트 홀 ‘메사 팝콘’은 인기가수의 라이브 공연을 위한 장소로 젊은층의 끌어들일 수 있는 유인책이다. 무엇보다 메사는 우수한 품질과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동대문에 빼앗겼던 도매 상인과 젊은 고객을 탈환하는데 운영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조연진 메사 홍보담당은 “직접 생산한 제품만을 취급토록 하기 위해 다른 업체 제품의 판매금지, 점포주 실명 및 전화번호를 기입한 품질 보증표 부착의 의무화 등 다양한 전략으로 빼앗겼던 상인들과 소비자를 남대문으로 다시 끌어들일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췄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메사의 개점과 대대적인 홍보가 이 일대 상가의 변화는 물론 동대문에 대한 반격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메사 옆에 있는 삼익패션타운이 새로 단장을 끝냈으며 주변 소규모 상가들도 화장실 개보수 등 젊은 소비자를 맞기 위한 움직임에 분주하다.

남대문 상인들도 재도약에 대한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메사 내에 점포를 개장한 최모(35)씨는 “젊은이들이 몰려오니 시장에 활기가 돈다. 젊은 소비자들이 몰리면 상인과 유능한 디자이너들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벌써 동대문으로 갔던 베테랑 상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밝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동대문번창에 위기의식, 변신 안간힘

전통적으로 경쟁관계였던 남대문과 동대문 시장의 판세가 동대문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은 1998년 8월 밀리오레가 등장하면서부터. 당시 밀리오레는 IMF로 인한 극심한 내수 침체에도 불구하고 예상 밖의 대성공을 거둬 재래시장 변신의 촉발점이 됐다.

밀리오레, 두타 같은 대형 패션몰들은 대형 건물에 백화점 수준의 밝은 조명과 고급 인테리어로 재래시장의 칙칙한 분위기를 일소하고 10~20대 고객에 타킷을 맞춰 동대문을 신세대 패션의 중심지로 끌어올렸다.

그 후 동대문 상권은 해마다 급성장해 30여개 상가에 2만7,000여 개의 점포가 몰려있는 국제 대형 시장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루 유동인구 30만명, 고용인구만 10만 명, 연 매출 약 10조 원, 수출 19억 달러에 이르는 국제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동대문 상권이 번창함에 따라 남대문 시장은 상대적으로 쇠퇴할 수밖에 없었다. 동대문이 화려한 백화점식 이미지로 재래시장의 낙후성을 완전히 탈피한 데 반해 남대문은 아직도 시골 시장 같은 모습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젊은 층들은 더 이상 남대문쪽을 찾지 않았다.

남대문 상권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남대문 시장에 두타나 밀리오레 같은 현대식 쇼핑몰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 비록 작은 규모지만 지난해 12월 ‘굳앤굳’이 동대문 시장을 모방해 패션몰을 세웠다. 올 6월에는 크게 보아 같은 남대문 상권이라 할 수 있는 명동에 밀리오레가 문을 열었다.

남대문에서 14년간 장사를 해왔다는 정영진씨는 “97년까지만 해도 새벽에 도매로 옷을 사가려는 도매 상인들의 차가 8톤 트럭으로 줄지어 서 있었다. 하지만 이젠 상당수가 동대문으로 간다. 두타나 밀리오레 같은 대형 쇼핑몰이 생기면서 수입도 약 30%정도 줄었지만 앞으로는 좀 더 나아질 것”이라며 그동안의 어려움과 앞으로의 희망을 털어놨다.

최근 몇 년간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남대문 상인들은 아직 남대문쪽이 전국 최고의 시장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남대문 시장에서 시계점을 운영하는 안진기 씨는 “남대문은 조선시대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시장이었다.

600년 전통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겠느냐. 동대문이 젊은층의 관심을 끌고 있지만 30~40대는 여전히 남대문을 더 선호한다. 게다가 동대문에 있는 물건 중 상당수는 남대문에서 떼어간 것이다. 가격과 품질 경쟁력에서 월등한 남대문이 이제 현대화하면 곧 예전의 명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남대문에 위치한 쇼핑몰 굳앤굳측 자료에 따르면 남대문 상권의 규모는 아직도 동대문에 못지않다. 하루 이용객이 50만명이 넘고 점포수도 1만200여 개에 달하며 외국인 이용객도 하루 7,000명에 이르러 잠재력 만큼은 동대문을 능가한다.


명동과 연계, 쇼핑명소 굳힐 계획

하지만 이제 막 문을 연 대형 쇼핑몰 메사 하나만으로는 동대문측에 맞서기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을 내놓는 관계자들도 있다. 앞으로 메사같은 종합쇼핑몰이 몇 곳은 더 생겨야 상권으로서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는 논리다.

실제로 동대문에 위치한 밀레오레와 두타, 프레야타운 등은 경쟁자의 입장이지만 서로에게 주는 시너지 효과가 만만치 않아 동대문이 신세대 쇼핑문화의 핵으로 떠오르는 데 중추 역할을 했다.

밀리오레 명동점 손해정 홍보담당은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명동과 연계한 남대문 상권이 크게 떠오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밀리오레 명동점과 메사에 이어 9월에는 수입보세 패션몰 ‘몰리지’와 신세대 여성전용 쇼핑몰 ‘프리엠’이, 그리고 내년 초에는 영화관까지 갖춘 ‘하트존’이 문을 열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메사와 밀리오레측은 “그때쯤이면 동대문을 능가하는 ‘남대문 존’을 구축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하지만 남대문의 현대화 바람이 남대문과 동대문의 공멸을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굳앤굳 송태영 기획실장은 “동대문에 의해 촉발된 쇼핑몰 개발 열풍은 상가의 공급과잉과 상인 부족으로 인한 운영난을 불러왔다. 무조건 동대문을 따라하기 보다는 남대문의 특수성을 살린 생존전략을 세워야 할 시점이다”라고 충고했다.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gihui@hk.co.kr

입력시간 2000/08/3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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