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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들여다보기] 어제의 길, 오늘의 길

8월도 중순을 지나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기운이 돌기 시작하면 아이들이 수영장 가자고 조르는 것도 시들해진다. 그래도 아이들의 뻗치는 기운은 주말의 오수를 즐기려는 아버지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이르는 곳은 집 근처에 있는 자전거 길이다.

미국의 도로망은 잘 발달되어 있다. 모든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는 10단위씩 번호가 늘어나는데 동서로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는 10단위로 끝나는 번호를 가지고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는 5로 끝나는 번호를 가진다.

즉, 미국 제일 남단을 지나는 동서간 고속도로는 10번이고 제일 북단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는 90번이다. 그사이에 20번, 30번, …, 80번 도로가 차곡차곡 뚫려 있다.

마찬가지로 남북으로는 가로지르는 도로는 제일 서쪽인 워싱턴 주에서 캘리포니아 남단까지 이르는 5번 고속도로에서 시작하여, 제일 동쪽 끝의 95번 고속도로는 북으로는 메인 주에서부터 플로리다 주까지 이어지고 있다. 물론 그 사이에 15번, 25번, …, 85번 등의 도로가 있다.

이렇게 동서남북으로 간선도로망을 갖추어놓은 외에 각 도시마다 나름대로의 도시 고속도로망을 형성하여 인터스테이트 하이웨이와 연결시켜놓고 있다.

예를 들어 95번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의 마이애미에서 북쪽의 보스턴까지 달리다보면 수없이 보는 295번, 395번, 495번 등의 도로다. 이러한 도로들은 대개가 도시 권역을 도는 순환도로로써 각 주간을 운행하는 운전자들이 복잡한 도심으로 들어갈 필요가 없을 때는 돌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우회로다.

또한 자동차 도로만큼 잘 만들어져 있는 것이 보행자나 자전거를 위한 길이다. 결국 아이들의 등쌀에 못이겨 자전거를 타러 가는 곳 중의 하나도 바로 미국에서 즐길 수 있는 또다른 길 중의 하나다. 워싱턴 DC 근교에서 산책이나 조깅 등을 즐기는 사람에게 뺄 수 없는 보배 중의 하나는 바로 Washington & Old Dominion Trail이다.

워싱턴 DC에서 강 건너 있는 Arlington에서 시작하여 서쪽으로 45마일을 뻗어나가 Purcelville이라는 한적한 시골에서 끝나는 이 길은 풀 깎는 기계를 제외하고는 동력을 사용한 차량이 출입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원래 이 길은 기차가 다니던 길이었다. 1859년 처음 개설된 이 철도는 20세기 중반까지 여객과 화물을 수송하며 지역 경제의 기관차 노릇을 톡톡히 하였다고 한다. 특히 1960년대 워싱턴에 새 국제공항인 Dulles International Airport를 지을 때에는 많은 건설 자재들이 이 철도로 운반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자동차와 도로망의 발달로 인해 더이상 철도로서는 경제성을 상실하여 1968년에 모든 수송 업무를 중단하였다. 그러자 당시 철로변에 송전선을 설치하였던 전기회사가 자신의 송전선 설치권한을 상실할까봐 철도회사로부터 부지사용권을 매입하였고 결국에는 버지니아주 공원당국에서 전기회사와 협의하여 기차 레일을 들어내고 산책객을 위한 길로 만든 것이다.

그리하여 새벽 4시면 농부들이 짠 신선한 우유를 싣고 워싱턴으로 배달하던 증기 기관차가 다니던 길이 이제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운 부부가 조깅을 즐기거나 Oracle이나 AOL 등의 로고가 있는 티셔츠를 입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이들의 통근길이 되었다.

연간 이용자 수가 100만 명이 넘는 이 길을 자전거로 다니다 보면 재미있다. 몇달 전까지만 해도 울창한 숲이었거나 수백 마리의 소떼들이 어슬렁거리던 초원이었던 곳이 어느새 수백 채의 집이 가득 찬 마을로 바뀌어 있는 것을 보는 것은 이제 다반사가 되어버렸다.

가끔 음료수를 사기 위해 들르면 곧 비가 올 것 같으니 좀더 있다가 떠나라던 주인아저씨가 늘 계산대를 지키던 허름한 시골 가게는 어느새 단장을 하여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며, 새로 들어온 종업원은 눈에 띄게 시계만 쳐다보며 자기 교대시간만 기다리고 있다.

특히 자전거 길 옆에 빼꼭이 꽂혀 있는 조그마한 깃발은 바로 그 밑에 광케이블이 깔려 있거나 깔릴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100여년 전에 깔았던 철길을 이제 현대인의 휴식 공간으로 즐기면서 지금 우리가 그 옆에 깔고 있는 새로운 길, 광케이블은 언제 무엇이 되어 우리에게 다시 다가올지 자못 궁금해진다.

박해찬 미 HOWREY SIMON ARNOLD & WHITE 변호사 parkh@howrey.com

입력시간 2000/08/3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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