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도 우리가족이예요"

애완동물 기르기 붐, 재미 쏠쏠 종류도 다양

서울 은평구 구산동 최지용(37)씨 가족은 요즘 애완견 푸들 ‘솔라’ 때문에 매일 즐겁다. 6개월 전에 솔라를 데려온 뒤 가족들은 목욕이나 산책 등 강아지 돌보는 일을 분담했다. 그후로 최씨 집안은 모이기만 하면 솔라 얘기로 꽃을 피운다.

특히 최씨가 강아지를 너무 아낄 때면 부인이나 자녀들이 자기들보다 솔라를 더 사랑한다며 투덜거릴 정도다. 최씨는 “처음에는 귀찮아 하던 아이들도 이젠 좋아한다. 강아지를 가족으로 생각하고 ‘앉아’ ‘가져와’ 같은 말을 알아들을 때면 환호성을 지른다”며 애완동물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귀뜸한다.

최씨 가족처럼 애완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IMF위기로 위축됐던 애완동물 기르기 붐이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 애완동물은 이제 웬만한 가정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지하철역 입구나 백화점 등에서 애완동물을 파는 상인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800만명이 애완동물 사육

한국 애완견협회에 따르면 애완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700만~800만명에 이르고 이중 개를 키우는 인구가 80%를 차지한다. 애완동물은 종류만도 50~60종이나 되며 총 350만 마리 정도가 국내 가정에서 사육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직까진 애완견이 200만 마리에 달할 정도로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지만 그 종류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1990년대 초만 해도 개, 고양이, 토끼 등이 거의 전부였지만 1998년 이후 햄스터, 기니피그, 이구아나 등 여러가지 동물이 애완용으로 사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 애완동물 바람이 일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부터. 경제가 발전하면서 물질적으로는 여유가 생기자 취미생활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애완동물 기르기가 유행했다. 하지만 애완동물 붐은 1997년 IMF위기를 맞아 크게 위축됐다.

당시 길거리는 버려진 애완동물들로 넘쳐났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경제 상황이 호전되자 애완동물들이 다시 가족의 한 구성원으로서 자리잡고 있다.

애완동물을 좋아하는 세대는 주로 자식이 출가해 둘만 남게 된 노부부나 핵가족에서 자라 형제애를 별로 느껴보지 못한 신세대다. 개나 고양이 등이 인간 못지 않은 친근함으로 사랑과 정에 대한 욕구를 채워주기 때문이다.

특히 노인들은 인생의 또다른 반려자로서 애완동물을 기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근에는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동물’이라는 말도 쓰이고 있다. 이들에게 애완동물은 자녀, 배우자 등 가족을 대신하는 존재다.


노인들에게는 인생의 또다른 반려자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사는 전금자(59)씨. 남편과의 사이에 아이가 없어 집안이 적적하자 13년 전 ‘주리’라는 치와와를 친정 어머니에게 선물받아 키우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주리는 전씨에게 자식이나 다름없었다. 동물에는 관심도 없던 남편도 5년전 세상을 떠나는 순간 주리를 잘 돌봐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현재 아파트에서 혼자 살면서 하루에 세번씩 주리를 운동시키고 고양이에게 밥 주는 게 하루 일과의 전부. “동물은 항상 변함없이 충직하게 주인을 따른다. 선한 눈빛을 대할 때면 사람보다 마음이 더 편안하다.”

신세대들은 핵가족화로 대인접촉의 기회가 줄어듦에 따라 친구 대신으로 애완용을 키우는 경향이 짙다.

어린이 인터넷 쇼핑몰 지토이즈가 올해 초 서울 시내 초등학생 22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장 받고 싶은 선물이 애완동물(16.7%), 게임기·게임 CD(14,9%), 컴퓨터(10.4%) 순으로 나타났다.

윤신근 동물보호연구회 회장은 “경제적으로는 부족함이 없지만 핵가족화로 정서적 외로움을 타는 신세대가 동물에게 사랑을 쏟아붇고 있다. 애완동물은 신세대의 성격을 밝고 명랑하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윤 회장은 “애완동물은 특히 자폐증이나 대인공포증을 겪는 환자에게도 효과가 좋아 정신치료에 이용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애완동물 관련산업 번창

애완동물 사육이 늘어남에 따라 관련산업도 번창하고 있다. 애완동물 숫자가 늘어나면서 시장 수요가 매년 15% 가량 증가하고 있다. 서울 퇴계로 4~5가 일대와 청계천 7가 일대에는 각종 애완동물을 취급하는 전문가게 70여 곳이 성업중이며 대부분의 대형 백화점에서도 전문매장을 두고 있다.

인터넷에는 수많은 애완동물 관련 사이트가 있으며 야후나 네띠앙 같은 대형 포털업체 등은 자체적으로 애완동물에 대한 서비스를 마련할 정도로 애완동물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했다.

한국 애완견협회에 따르면 1999년 현재 애완동물 시장의 규모는 총 8,000~9,000억 정도에 달한다. 전국의 가축병원만 1,500여 곳이고 애견센터도 3,000여 개에 달해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다.

또한 애견미용을 가르치는 곳만도 전국에 30~40여 개가 성업중이다. 개 미용에 드는 비용은 보통 2만~3만원. 최근엔 20만원이 넘는 애완견 제왕절개 수술도 흔해졌다.

애완동물 관련 상품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애완동물 용품은 200여 가지에 이르며 널리 팔리는 종류도 50~60여 가지에 이른다.

애완동물을 위한 옷, 칫솔, 개배낭 등은 이미 보편화 됐고 선글라스, 애견 염색 스프레이, 모질 개선제, 향수 등 사치성 용품도 많이 팔리고 있다.

최근에는 용변유도제, 개 기저귀, 애견 화장실, 생리대, 개껌 같은 제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외에도 개가 주인으로부터 일정 거리를 벗어나면 경고음을 울리는 전자장치, 벼룩방지 목걸이, 물침대, 도자기로 만든 개집 등 다양한 상품도 선보이고 있다.


버려지는 애완동물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기른다고 무턱대고 길렀다가 나중에는 귀찮아서 버리는 경우도 많다. 서울시에 따르면 주인으로부터 버림받은 애완동물은 1997년 약 1,035 마리에서 지난해에는 1,567마리로 크게 늘어났고 올 들어서도 3월까지만 모두 476 마리에 이르고 있다.

서울시는 통상적으로 4~6월 사이에 1년 전체의 40~60%가 버려지므로 올해는 예전보다 더많은 수의 개가 버려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63빌딩 수족관은 애완동물 고아원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이 동물들이 너무 커져 징그럽거나 귀찮아지자 이를 떠맡기고 있기 때문. 수족관 뒷편 기계실에는 이구아나, 거북이, 두꺼비, 개구리 등 50여 마리와 전시관에 진열된 악어, 바다거북, 고슴도치, 표무늬 도마뱀 등도 애완동물 출신이다.

63빌딩 씨월드팀 김기태 대리는 “수족관이 한계에 이르러 더이상 수용할 수가 없다. 생물보호협회나 조류협회 등에는 버려진 동물이 더 많다”며 귀여울 땐 키웠다가 커지면 함부로 버리는 세태를 안타까워했다.

한국동물보호연구회 윤신근 회장은 “동물을 기르는 데는 많은 인내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한 취미거리로 여기지 말고 애완동물을 사기 전에 좀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며 신중한 자세를 당부했다.


인기‘짱’ 애완동물들


▲시추 : 얼굴 주변의 털이 사자처럼 멋지게 늘어져 ‘사자 개’라 불린다. 주둥이는 넓죽하고 짧으며 얼굴에 털이 많아 귀엽다. 다리는 짧지만 빨리 달리며 성격도 활달하고 밝다. 키 20~28cm, 18만~29만원.

▲말티즈 : 점잖은 편이며 아주 착한 개로 가장 오래된 애완 동물 중 하나다. 속털은 없고 순백색의 긴 털만 치렁치렁하게 늘어져 아름답다. 성격이 온화하지만 동작이 경쾌하고 붙임성도 있다. 키 21~25cm, 23만~24만원.

▲요크셔테리어 : 매력 넘치는 긴 털과 보석같은 눈동자로 국내에서 많이 사랑받고 있는 소형견. 앙증맞은 외모 뿐 아니라 생기발랄함으로 인해 더욱 인기가 높다. 황갈색이며 키는 대부분 23cm를 넘지 않는다. 20만~30만원.

▲슈나우저 : 의젓한 수염을 달고 있는 독일산 잿빛 애완견. 털이 많고 거칠지만 깔끔하게 생겼고 힘도 세다. 활발하고 인내심이 많아 주인을 잘 따른다. 키는 30~35cm 정도. 17만~29만원.

▲이구아나 : 도마뱀의 한 종류로 2~3년 전부터 관심을 끌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작은 공룡같이 울퉁불퉁한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온순하며 겁이 많다. 아무거나 잘먹고 새끼 이구아나는 녹색에 몸길이는 17~8cm 정도. 다 크면 2m 까지도 크며 가격은 2만~7만원 선.

▲햄스터 : 쥐과에 속하고 손으로 쥘 수 있는 크기에 깜찍해서 지난해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설치류이므로 나무토막 등을 넣어 이를 갈아주어야 하고 태어난지 두달여 만에 임신해 한번에 10여 마리를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하다. 2,000~5,000원.

▲패릿 : 순하고 장난을 잘쳐 요즘 사람들이 많이 찾는 족제비과 애완동물. 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물을 자주 갈아주어야 한다. 구멍을 파고들기 좋아하고 과일이나 채소를 즐겨 먹는다. 또 방귀 냄새가 독해 기르기 전에 미리 동물병원에서 처리를 받는 게 좋다. 보통 20~40cm에 15만원.

▲토끼 : 2~3년에는 크게 유행했지만 요즘은 줄어들고 있다. 수명은 보통 5~6년 정도이며 작고 귀여운 종들이 많이 팔렸다. 활발해서 주인과 놀기를 좋아한다. 1만원.

▲기니피그 : 애완동물보다는 실험동물 ‘모르모트’로 널리 알려진 쥐의 한 종류로 작고 귀엽다. 채소류를 좋아하고 성격이 온순해 기르기 쉽지만 화장실을 잘 가리지 못해 우리를 자주 청소해야 한다. 6,000~7,000원.

송기희 주간한국부 기자

김명원 사진부 기자

입력시간 2000/08/31 20:07


송기희 주간한국부 gihu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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