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의보감] 안정피로

‘내 몸이 천냥이면 눈은 구백냥.’ 인체기관 중 눈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흔히 하는 말이다.

눈은 우리 몸의 정기를 하나로 모아 사물을 보게 하는 아주 중요한 장기다. 눈이 없는, 즉 시력을 상실한 상태에서의 생활이란 사실 상상하기 조차 어렵다.

또 흔히 눈은 영혼의 거울이요, 마음의 투영이라고도 한다. 눈에서 그 사람의 가장 비밀스런 마음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의 눈을 보면 오장육부가 얼마나 건강한지 파악할 수 있으며 그 사람의 마음을 알 수도 있다.

인체의 모든 장기가 다 그러하겠지만 사람의 인체기관 중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눈도 너무 많이 사용하면 피로가 와 아프고 침침한 증상이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이처럼 눈의 피로로 눈이 침침해지고 아픈 증상을 ‘안정피로’라고 한다.

안정피로가 발생하는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대개 너무 어둡거나 밝다든지 또는 보고자 하는 물체가 너무 작거나 움직임이 너무 빠르고 어른거릴 때, 그리고 독서나 텔레비젼 시청 등으로 지나치게 눈을 혹사했을 때 발생한다. 특히 최근에는 컴퓨터와 하루종일 씨름하는 직장인에서 이러한 증상이 다발하고 있다.

이외에 대기오염 또는 습도에 의해서도 눈의 피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난시, 원시, 근시 등 눈 자체의 문제나 결막이나 각막의 염증, 녹내장 등 안과질환, 과로, 영양부족, 불충분한 수면, 안약의 오남용 등에 의해서도 눈의 피로는 가중된다.

눈이 피로하면 초기에는 충혈이 되거나 눈물이 나오면서 통증을 수반하지만 증상이 심해질 경우 두통을 비롯해 현기증, 어깨결림,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쯤 되면 생활하는데 불편함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해 신경질적으로 성격이 변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눈의 피로가 간장 또는 신장의 기능이 쇠약해졌을 때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의보감에 따르면 ‘눈은 간장기능을 나타내는 창문이며 간의 기능이 눈으로 통하므로 간 기능이 고르면 눈의 시력이 좋아 오색을 분별할 수 있고 간이 허하면 눈이 어두워져 볼 수 없으며 간은 신장과 그 근원이 같다’고 기술하고 있다.

즉, 간 기능이 충실하면 눈에 정기가 감돌아 반짝반짝 빛나고 반대로 간 기능이 쇠약해지면 눈이 침침해지고 어지럼증이 생긴다는 것이며 간 기능이 좋고 나쁨은 신장 기능 여하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말이다. 또 소화기 기능이 약한 경우에도 눈이 피로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소화기능이 저하되면 영양분의 섭취가 부족해지고 식욕부진의 증상이 나타나며 이로 인해 결국 눈의 피로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방에서의 안정피로 치료는 간 기능과 신장 기능을 강화시키고 소화능력을 북돋아주는데 중점을 두고 시행한다. 치료는 약물요법이 이용되는데 주로 처방되는 약물은 삼정환을 비롯해 상심고, 보간해성환 등이다.

이들 약물은 간 기능과 신장 기능을 강화시켜 주어 안정피로를 야기하는 근본원인을 제거, 치료에 효과가 있다.

눈의 피로를 막기 위해서는 증상 발생시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평소 생활 속에서 예방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신장 기능에 영향을 주는 과도한 성관계를 피하고 간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과음, 과로 등을 삼가는 것이 좋다.

또 음식물의 섭취에 있어서도 눈에 좋은 비타민A가 풍부하게 함유된 간, 치즈, 버터, 달걀노른자, 시금치, 당근, 파슬리 등의 식품을 먹고 마늘이나 고추, 생강, 초콜릿 등 자극성이 강해 눈에 충혈을 일으킬 수 있는 음식물은 가능한 삼가도록 한다. 이와 함께 수시로 휴식을 통해 눈의 피로를 풀어주고 몸과 마음의 안정을 취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흔히 대부분 사람이 눈이 침침하고 피로해지면 우선 손쉬운 방법으로 안약을 찾는 경향이 많은데 원인과 증상을 모르는 상태에서 무분별한 안약의 사용은 자칫 증상을 악화시킬 수도 있는 일인 만큼 증상이 계속될 경우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보경 강남동서한의원 원장>

입력시간 2000/09/05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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