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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계] 귀향정치…국회 개점 휴업

국회는 개점 휴업, 한나라당은 거리로. 당분간 정가에는 이런 풍경이 계속될 것 같다. 국회는 법정 개회일인 9월1일 여야 의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정기국회 개회식을 치렀으나 그뿐이었다. 한나라당이 개회식 이후의 의사 일정에 합의해 주지 않아 국회의 장기 공전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한나라당은 7월 임시 국회에서 있었던 국회법 개정안의 운영위 날치기에 대한 사과, 민주당의 선거비용 실사개입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사과와 특검제 실시 등 2가지 조건이 선행되지 않는 한 ‘국회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국회 장기공전 불가피

이에 대해 민주당은 모든 것은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며 한나라당측에 먼저 국회에 복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는 9월1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국회 운영은 국회법대로’ ‘윤철상 의원 발언 문제(선거비용 실사 개입의혹)도 국회에서’라는 2개 대안을 제시했다.

국회에서 합의가 되면 만장일치로, 합의가 안되면 표결로 처리하면 실력저지나 날치기가 있을 수 없고 윤의원 발언문제도 대정부 질문이나 국정감사를 통해 따지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국회법대로 국회를 운영하라는 김대통령의 말에는 “여당에 의한 날치기는 야당에 의한 실력저지와 동전의 양면이며 실력저지가 없으면 날치기도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또 국회에서 윤의원 문제를 따지라고 한 것은 한나라당이 요구한 대통령의 사과와 특검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정국 반전의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는 한나라당이 이를 받아들일 리 만무하다. 한나라당은 8월30일 서울역에서 청와대 입구까지 침묵가두 시위를 벌인 데 이어 9월4일에는 인천에서 장외 집회를 가졌으며 8일부터는 서울역과 강남버스터미널 등지에서 귀성객들에게 여권을 규탄하는 당보를 나눠주는 등 대국민 홍보전을 계속할 방침이다.

이와중에 한빛은행 불법 대출 사건이 정국의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여야관계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거액의 불법 대출사건의 배후는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이라며 박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이 사건이 국민의 정부의 최대 권력형 비리사건이라고 보고 검찰의 수사 추이를 지켜 본 뒤 특검제 도입, 국정조사 등을 통해 끝까지 파헤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박 장관은 대출 압력을 행사한 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이번 사건의 핵심 인물인 신용보증기금 전 영동지점장 이운영씨가 박 장관으로부터 압력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청탁을 한다면 당시 신용보증기금 최수병 사장에게 하지 일개 지점장에 하겠느냐”며 일축하고 있다.

그러나 박 장관이 공보수석 시절 행정관으로 데리고 있던 박현룡씨가 아크월드 대표 박혜룡씨의 친동생이라는 점에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측도 박 장관의 결백에 무게를 실으면서도 이 사건이 몰고 올 파장을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다.


불법대출사건 파장에 촉각

이번 사건이 정치적으로 어느 정도의 폭발력을 가질 지는 1차적으로 곧 마무리되는 검찰수사 결과에 달려 있다.

국민 대이동이 일어나는 추석 연휴를 거치면서 형성될 여론도 이 사건의 정치적 향배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도 추석 연휴 후에는 일련의 사건에 대한 투쟁을 장외에서 계속할 지, 국회라는 제도적 장치를 활용하기 위해 원내로 복귀할 지를 놓고 고심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과는 별도로 정가에서는 YS의 정치 행동 반경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그는 9월2일 상도동 자택에서 허주(김윤환 전의원)를 만났으며 8월 말에는 무소속 정몽준 의원과 회동했다. 정치권 인사들은 YS가 다음 대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하기 위해 행동을 개시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는 ‘영남 후보’에 대한 복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 복안은 ‘반 이회창 연대’의 모양새를 취할 개연성이 높다는 분석들이다. 이회창 총재에게 팽(烹)당한 허주 역시 반 이회창 연대를 형성해 이총재에게 ‘복수’하기

위해 와신상담하고 있으며 정몽준 의원은 영남후보의 꿈을 꾸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 면에서 3자의 이해가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총재측은 YS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 눈치이지만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계성 정치부차장 wkslee@hk.co.kr

입력시간 2000/09/0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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