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망대] 유가대란… 우울한 명절길

70년대 20대의 나이로 ‘율산신화’를 일궜다가 한 순간에 몰락한 신선호(52)씨가 21년만에 서울 강남터미널 종합개발회사인 ㈜센트럴시티 회장으로 화려하게 재기했다. 불행과 행운, 악연과 우연이 점철되며 5개 정권에 걸친 그의 재기 과정은 그 자체로 하나의 드라마다. 아직 평가는 이르지만 어쨌든 그는 20여년전에 자신이 세웠던 왕국이 신기루가 아님을 반쯤은 입증했다.

비슷한 시절 ‘대우전설’을 만들며 샐러리맨의 우상으로까지 칭송받던 김우중씨는 지금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한 대학병원 부설 요양센터에서 회한의 눈물을 씹고 있다.

23조원에 달하는 대우 부실의 장본인으로 지목된 그는 조만간 금융당국에 의해 고발될 예정이다. IMF를 초래한 죄인이 돼 1년 가까이 망명객처럼 살고 있는 그가 다시 한국땅을 밟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극명하게 대비되는 두 인생유전을 접하며 새삼 새옹지마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된다. 호재에는 ‘소 닭 보듯’ 하고 악재에는 ‘탁치면 톡하고 터질 ’것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증시에서 거의 깡통찬 채로 귀성길에 오르는 사람들에게 “운명이 하나의 문을 닫을 때는 반드시 다른 한 문은 열어둔다”는 격언을 전하고 싶다. 아무리 깨져도 희망은 있는 법이다.


“금리인상이냐 환율인하냐”

이제는 ‘유가대란’이다. 정부가 올초 예상한 국제유가는 두바이산 기준으로 22달러였으나 마침내 30달러선에 접근, ‘걸프전 유가(31.51달러)’도 눈앞이다. 그래서 9월10일 열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정기총회 결과가 당면한 최대 관심사다.

그러나 OPEC내부 의견이 엇갈리고 국제 투기자본의 책동까지 겹쳐 증산규모가 50만배럴을 넘기 힘든 실정이다. 그나마 이미 20만 배럴정도는 암암리에 증산되고 있어 실제 증산규모는 30만배럴을 넘지못할 전망이다.

때문에 한국은행은 이같은 유가의 고공행진이 동절기를 넘기는 내년 2·4분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계적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무역수지가 10억달러 줄고, 물가는 0.1% 오르는 만큼 정부의 하반기 경제운영 목표가 상당부분 손질돼야 한다는 얘기다.

환율도 1,105원대로 떨어졌다. 수출달러가 몰리는 월말·월초 효과와 추석자금 소요 등의 시기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는 하나 중소 수출업체들은 죽을 맛이다.

이와 관련, 7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가 관심이다. 물가와 국제수지 관리를 위해 금리인상과 환율인하 중 어느 정책수단을 택하느냐에 따라 전체적 거시운용방향이 달라지게 된다. 시장분석가들은 “국제수지 흑자목표 달성이 더욱 중요한 만큼 굳이 손을 댄다면 금리쪽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6일에는 대우 부실회계 특별감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지난 주말 문책범위와 수위를 둘러싼 증권선물위 위원들간의 이견으로 발표가 연기됐지만 금주중 김우중 전대우회장과 임직원, 부실 회계법인 대표등 40여명이 검찰에 고발 될 것으로 보인다.

한빛은행 불법대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져가고 있다. 검찰은 신창섭과 박혜룡·현룡 형제의 단순 사기극으로 잠정결론을 내린 듯하나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과 한빛은행 고위경영진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이 쉽게 거두어질 것같지 않다. 여기에 대형 금융사고마저 잇따라 금융권 전체의 기강이 새삼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자금시장 또다시 찬바람

우방 부도와 한국종금·중앙종금 영업정지 파장으로 자금시장엔 또다시 찬바람이 불고 있다. 딱히 원인을 잡아내기는 힘들지만 뭔가 조짐이 좋지 않다. 추석귀성길의 발걸음이 가볍기는 틀렸다.

더구나 정부의 코스닥·벤처 육성책이 시장에서 일단 인정을 받았지만, 삼성전자 주식을 마구 내던지는 외국인들의 속셈이 분명치 않아 시장참여자들을 더욱 우울하게 만들고 있다.

한 증시애널리스트는 “수급, 재료, 심리 모두 호전되지 못한 상태”라며 “현 시점에선 일본영화 ‘쉘위댄스’의 주인공처럼 (시장)리듬에 몸을 내맡기는 것이 최선의 생존법”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정부가 월급생활자의 세부담을 대폭 경감시켜준다고 하니, 가뭄에 한가닥 빗줄기는 될 것 같다.



이유식 경제부차장

입력시간 2000/09/0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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