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이 더 많이 팔아줘요"

“생수 한병에 1,000원이 비싸다고 하지만 하루종일 검은 매연과 소음을 누비며 파는 것에 얼마나 힘들고 고된 지 아마 모르실 것입니다.”

이병혁(42) 김경자(36) 부부는 매일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성산대교 남단에 소형트럭을 세워놓고 찹쌀도너츠와 음료수를 파는 속칭 ‘V맨 부부’이다. 이씨는 경기도 구리시에서 나전칠기 회사를 운영하다 1996년 부도가 나면서 아내 김씨와 이 일을 시작했다. 김포·강화 국도변에서 처음 도로 장사를 시작했으나 1년6개월전부터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씨는 매일 장소를 옮겨 다니는 뜨내기 장사꾼들과 달리 이곳에 상주하기 때문에 찹쌀 도너츠를 주력 상품으로 정해 놓고 판다.

“저희 도너츠는 현장에서 직접 튀기기 때문에 맛이 좋은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단골 손님이 꽤 있습니다”라고 이씨는 자랑했다. 이씨의 하루 매출은 대략 15만원 내외. 이중 원가는 절반 정도를 차지한다. 월 순수입은 250만원 정도. 겨울철에는 다소 줄어든다. 슬하에 두 자녀를 두고 있는 이씨는 최근 약간의 돈을 모아 월세방에서 전세로 집을 옮겼다.

아내 김씨는 “가장 큰 걱정거리는 단속입니다. 하도 경찰서와 구청을 들락거리다 보니까 서로 안면을 익혀 이제는 많이 봐주는 편입니다. 그래도 신고가 들어오면 영락없이 스티커를 발부합니다”고 말했다.

하루 7시간을 매연과 먼지 속에 살다보니 김씨에게는 최근 기관지염이 생겼다.

“그래도 예전 뜨내기 장사때보다는 안정적인 수입이 돼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자신의 건강을 갉아먹는 일입니다. 한번 몇시간만 이곳에 서 계셔 보세요. 아마 당장 목이 아플 것입니다”고 김씨는 말했다. 김씨는 “자가용보다는 트럭 운전하는 분들이, 고급 승용차보다는 중소형차에 탄 분들이 더 많이 삽니다”고 귀뜸했다.



송영웅 주간한국부 기자

입력시간 2000/09/06 19:31


송영웅 주간한국부 herosong@hk.co.kr